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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병기가 만난 사람 | 이상규 네오랩 컨버전스 대표] “필기 데이터 보관·축적은 구글도 못한 일” 

 

첨단 디지털 스마트 펜으로 세계 석권 노려... 국내 벤처 1.5세대로 ‘무한 도전, 무한 성장’ 좌우명

▎이상규 네오랩 컨버전스 대표는 “기업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 간의 협업을 중시하는 팀 워크”라고 강조했다. / 사진:김경빈 기자
이상규(47) 네오랩 컨버전스 대표이사는 국내 벤처기업 1.5세대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기업인이다. 네오위즈 공동 창업자로서 넥슨·NC소프트·다음 등으로 이어지는 87~93학번 출신 벤처기업인의 기둥으로 꼽혔던 이 대표는 이제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다. 2007년 홀로 제2의 창업에 나선 후 종이 위에 글씨를 쓰면 스마트 폰이나 PC의 화면에 디지털 파일로 그대로 나오는 스마트 펜 개발을 거듭한 끝에 본격적인 세계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다시 도전에 나선 이 대표를 만나 그의 경영철학과 인생관을 들어봤다.

네오랩 컨버전스는 어떤 회사인가.

“아날로그 형태의 필기 내용을 디지털 데이터로 옮겨주는 필기구 제품을 만드는 회사다. 특정한 기구를 쓰는 게 아니라 일반 볼펜을 쓰는 것과 똑같은 사용자 경험(UX)으로 노트 위에 쓴 글씨를 그대로 디지털 데이터로 바꿔주는 것이다. 변환된 디지털 데이터를 통해 인물의 성격이나 적성까지 분석할 수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사람들이 더욱 여유를 갖고 생활할 수 있도록 음성 인식처럼 아날로그 행동을 디지털로 바꿔서 가치를 부여하는 새로운 기술 개발에도 나설 생각이다.”

필기 데이터만으로 성격이나 적성을 분석할 수 있나.

“현재 치매 전조현상의 진단에 필기 분석이 활용되고 있는 단계다. 시계 그림을 그리게 해서 모양이 찌그러지거나 숫자가 한군데로 모이는지 등을 분석하는 ‘DCT 클릭’ 분석 등에 널리 쓰이고 있다. 산·나무·개울·집 등을 묘사할 때 그림이나 글씨의 필순·필압·구도 등을 보고 성격이나 장점을 분석하는 방법도 나왔다.”

디지털 필기 시장은 세계적으로 2017년 4조원 규모에서 2020년 9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최근 필기 디지털 데이터의 다양한 활용 기술이 나오면서 앱 스토어와 유튜브처럼 또 하나의 새로운 생태계가 열리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네오위즈 공동 창업에 참여한 엔지니어 출신

네오위즈 창업에 참여했었다.

“1996년 여름 KAIST 동기인 나성균 현 네오위즈 대표,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 등 8명의 선후배가 ‘신 마법공작실’이란 이름으로 한데 모여 대학 지하서클 같은 분위기의 창업 모임을 결성했다. 당시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뉴스 푸시 서비스를 국내에서 시작해보자고 뜻을 모았다. 다음 해 5월 함께 회사를 만들었다. 이들과 함께 10년 간 일해오다 뜻한 바 있어 독립하게 됐다.”

안정적인 자리를 박차고 새로운 길을 택하게 된 동기는.

“창업 이후 시간이 지나다 보니 사이버 공간에서 구현되는 온라인 게임 중심으로 회사 분위기가 점차 바뀌어갔다. 그러다 보니 손으로 만질 수 있는, 형상화된 제품을 만들고 싶은 욕구가 점점 커졌다. 특정한 위치에 펜을 대면 소리가 나는 마이크로 코드 기술을 접하고 난 후 이거다 싶어서 이를 활용한 소리펜 제품을 처음으로 만들었다. 이 기술을 응용해 위치 좌표를 좌우로 확대해 보니 종이에 쓰인 글씨까지 인식할 수 있더라. 마우스의 원리를 응용해 펜에다 카메라를 달아서 위치 좌표 코드를 점처럼 읽어가는 방식을 개발했다.”

신기술인 만큼 시행착오가 있었을 법하다.

“소형화가 가장 큰 과제였다. 초기엔 소리 녹음 기능에다 디스플레이까지 갖추는 바람에 펜 크기가 지나치게 두꺼워졌다. 이런저런 기능을 넣다 보니 사람들이 필기도구가 아닌 전자 제품의 하나쯤으로만 인식하더라. 사용법을 어렵게 여겼던 탓인지 첫 시제품(Neo1)은 고작 400여 개 밖에 팔리지 않았다. 고심 끝에 쉽게 쓸 수 있는 문방구로 콘셉트를 바꿔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전원 스위치가 달린 필기도구를 본 적이 없지 않은가. 날렵한 볼펜처럼 보이도록 아예 전원 버튼까지 없앴다. 그렇게 2년쯤 지나자 얇고 가느다란 신제품(N2)에 대한 반응이 폭발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그때까지 기다리는데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이 대표는 자신의 경험을 설명하면서 신기술의 출시는 가장 먼저 시장의 흐름을 잘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첫 시제품의 실패는 시장의 흐름보다 너무 일찍 앞서서 생소한 제품을 내놨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앞으로 이 기술을 어디에 활용할 수 있을까.

“스마트 펜을 통해 필기 데이터를 보관·축적해 분석하는 것은 구글도 해보지 못한 영역이다. 1000분의 1초 단위로 측정이 가능한 필압 데이터는 교육·의료 분야에 널리 활용할 수 있다. 가령 글씨체의 유형만 보고도 어디서, 어떤 질병이 나도는지까지 분석할 수 있다. 원격 수업이나 평가에도 응용해 주관식 시험 답안까지 비교해서 채점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다.”

향후 추진 중인 신제품은.

“벽이나 식당 냅킨처럼 아무 데나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스마트 펜을 개발하려 한다. 수첩이나 플래너 등 기존 문구 위에다 글씨를 써도 디지털 데이터를 보관할 수 있도록 제품을 개량할 생각이다. 어린 시절부터 축지법 신발같이 신기한 제품을 만들어보는 게 꿈이었다. 별도의 사용법을 익히지 않고 평소처럼 자연스럽게 행동해도 새로운 결과로 이어지는 제품 같은 것 말이다. 하지만 아이디어가 아무리 좋아도 물리적 현상의 한계를 극복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콘텐트 생산에 집중할 수 있는 펜을 통해 그런 제품을 만들어 보는 데 관심을 갖게 됐다.”

이 대표는 올 경영 목표에 대해 “오는 여름쯤 필기 데이터 전용 클라우드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언제, 어디서나 필기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를 통해 본격적인 내수와 수출 시장 공략에 나서 2020년까지 700억원대의 매출 달성을 이루겠다는 게 이 대표의 포부다.

탄탄한 팀 워크로 경영난 극복


▎이상규 대표가 스마트 펜으로 노트 위에 글씨를 쓰자 스마트 폰 화면에 그 내용이 그대로 나오고 있다. / 사진:김경빈 기자
기업을 경영해오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기억이 있다면.

“2014년 스마트 펜 신제품(N2)을 내놓은 뒤 무척이나 힘들었다. 매출이 예상만큼 쉽사리 오르질 않아 재정적인 어려움에 부딪히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때 회사 임직원들이 ‘우리 회사는 우리가 지킨다’며 자발적으로 어려움에 함께 도전했다. 집단경영식의 토론을 통해 해법을 찾아내고, 어려움을 함께 추스를 수 있는 힘을 얻게 되면서 감명을 받았다. 이전까지 경영자란 독불장군처럼 나 혼자서도 잘할 수 있어야 한다며 자만했던 내가 팀 워크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는 계기가 됐다. 이후 1년 만에 50여 개국에 특허를 출원하고, 매출이 50% 이상 늘어나기 시작했다.”

팀 워크가 왜 중요한가.

“네오위즈 창업 때는 개인의 창의적인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여겼었다. 하지만 이 회사를 운영하면서 개인보다는 팀워크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제조업에서는 소프트웨어적인 아이디어보다는 고객과의 접점에서의 사람, 다양한 업무를 진행하는 사람들 간의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했기 때문이다. 임직원들과의 탄탄한 팀 워크가 이뤄진다면 항상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나름 생각하는 기업가로서 성공의 기준은.

“여러 개의 창업 아이템을 잇따라 성공시키는 기업가인 체인 기업가(Chain entrepreneur)가 꿈이다. 그 자리에 서게 된다면 그때 비로소 성공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하루 중 가장 의미 있는 시간대를 꼽는다면.

“출퇴근길 혼자 운전할 때다. 완전히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해야 할 일들을 머릿속으로 정리해보는 시간이다. 몇 년 전 필기 코드의 방향 데이터 정보를 어떻게 만들지를 놓고 해답을 쉽게 찾지 못했던 적이 있었다. 어느 날 운전하다가 우연히 길가 가드레일의 드리워진 그림자를 보게 됐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림자의 방향이 달라지는 것을 보고 갑자기 벼락을 맞은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림자처럼 전후좌우로 방향 데이터를 변환하도록 설정했더니 쉽게 문제가 풀렸다. 운전 길의 사색이 낳은 결과였다.”

주말엔 주로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

“자녀들을 모두 일본에 유학 보낸 기러기 아빠라서 그런지 주말에는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는 적이 많다. 영화를 몰아서 보거나 같은 책을 몇 번씩 정독하곤 한다. 창업 초기엔 심리학 책이나, 논어·장자 등 동양 철학서를 주로 봤는데 최근 들어선 실용서적에 더 눈을 돌리고 있다. 창업자로서의 큰 그림보다는 엔지니어 출신의 경영자로서 구체적인 경영 스킬들이 더 필요해 팀워크와 관련된 경영 실용서적들을 주로 보고 있다.”

집에 5대나 갖춘 PC가 애장품 1호


▎이상규 대표가 직접 조립해 집에서 사용하는 PC 본체. 날렵한 외관이 인상적이다.
가장 좋아하는 기호품은.

“컴퓨터를 전공해서 그런지 마우스와 키보드는 신제품이 나오면 모두 사들인다. 지금도 20여 개쯤 가지고 있다. 태블릿은 시중에 나온 제품을 거의 모두 사서 써봤다. 마우스는 제품마다 버튼이 눌리는 감촉과 바닥 윤활판이 점차 닳아지면서 느껴지는 느낌이 모두 다르다. 미세한 이 차이를 느껴보는 게 묘미다. 키보드는 내 경험상 자판 높이가 4mm일 때 촉감이 가장 좋더라(웃음).”

최고의 애장품을 소개한다면.

“퍼스널 컴퓨터(PC)다. 집에만 5대가 있다. 모두 조립 컴퓨터인데 데이터를 드롭박스와 각종 클라우드 서비스에 백업해놓고 아무 데서나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좋은 PC는 냉각 시스템과 소음장치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달려있다. 고성능 CPU와 그래픽 카드를 돌리려면 냉각 팬을 많이 달아야 하는데 그러면 저주파 소음이 꽤 발생한다. 크기가 큰 팬을 하나 장착하는 게 낫다. 그러면 공기 흐름이 좋아져서 ‘웽’ 하고 돌아가던 소리가 ‘웅’ 하고 작아진다. 얼마 전엔 팬이 아예 없는 대신 내부에 워터 펌프를 장착한 수냉식 PC도 갖췄다.”

평소의 생활신조를 꼽는다면.

“‘불가능한 일은 없다. 할 수 있다’는 말을 항상 강조한다. 무한도전이 곧 무한 성장이라는 뜻이다. 이미 한 번 창업에 성공했지만, 다시 한 번 도전에 나선 것도 바로 내가 가진 벤처 정신과 좌우명에 따른 행동이다.”

존경하는 인물은 누구인가.

“최무선 장군이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발명왕 에디슨보다 더 좋아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신기술보다 최무선처럼 기존 기술을 모아서 새로운 것을 만드는 융합 기술이 더 소중하다고 여겼다. 창업 때 회사 이름에다 ‘컨버전스’라고 붙인 것도 그 때문이다.”

창업이나 벤처기업에 도전하려는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자신의 가능성을 믿어라. 미리부터 한계를 그어놓고 일을 해선 안 된다. 고난과 역경을 모두 다 극복할 순 없지만, 자신의 가능성을 믿는다면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거기서 시작될 것이기 때문이다.”

※ 홍병기 경제전문기자 - 고려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앙일보 사회부·산업부 기자와 경제부 정책·금융·증권팀장 등으로 일선 취재현장을 두루 거친 뒤 JTBC 보도국 취재 담당 부국장, 중앙일보 선데이담당 경제에디터 등을 역임했다. [재계를 움직이는 사람들(공저)] [떠오르는 재계 새별(공저)] [뉴스 동서남북: 한 권으로 읽는 한국 언론 명인·명문 열전]의 저서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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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0호 (2019.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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