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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석 올투딜리셔스 대표] “외식업도 기획력으로 승부해야” 

 

함승민 기자 sham@joongagnco.kr
토핑 유부초밥, 인기가요 샌드위치로 대박 행진… F&B 업계 인큐베이터·액셀러레이터 구상

▎사진:김현동 기자
맛집의 집객효과가 두드러지면서 최근 백화점·쇼핑몰 등 유통 업체의 ‘맛집 모시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나아가 과거에 유치했던 맛집 수준에 만족하지 않고 급변하는 트렌드를 따라잡아 고객의 만족도를 더욱 끌어올리는 것이 백화점과 쇼핑몰의 주요 과제가 됐다. 각지의 맛집도 유통 업체 입점 효과를 실감하고 있다. 홍보 효과는 물론 경쟁력까지 높일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백화점을 사업 확장을 위한 시험 무대이자 발판으로 삼고 있다. 토핑 유부초밥과 인기가요 샌드위치 등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맛있는 정진 도제(이하 도제)’는 이런 성장 방식을 단적으로 입증한 외식 브랜드다. 도제를 운영하는 올투딜리셔스 정한석 대표는 “이제 외식업은 제품의 맛이나 품질은 기본이고 기획력과 운영능력도 뒷받침돼야 성공 가능성이 커지는 시장이 됐다”고 말했다.

‘백화점 맛집’ 입소문에 매출 수직 상승

도제가 간판을 처음 내건 것은 2015년 12월 판교 테크노밸리에서다. 국내 소비자의 취향에 맞춘 일본식 덮밥이 주요 메뉴였다. 판교라는 오피스타운의 특성상 평일 점심·저녁 장사가 전부였지만, 맛과 분위기에 매료된 고객들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매장 사진을 올리면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트렌드에 민감하고 IT 기기에 익숙한 판교 직장인들의 인지도가 오르자 백화점으로부터 입점 제안을 받기 시작했고, 2017년 여름 신세계백화점 경기점 매장 문을 열었다.

이듬해 ‘티핑포인트’가 왔다. 신세계백화점에서 포장 판매용 유부초밥 매장 아이디어를 제안해왔고, 올투딜리셔스가 구체적인 기획과 메뉴 개발을 맡은 것. 연구 끝에 일반 유부초밥의 2배 크기에 생연어·우삼겹·간장새우·아보카도 등 20여 가지 토핑을 올린 유부초밥을 개발했다. 지난해 3월 신세계 강남점에서도 판매를 시작했다. 이게 터졌다. 한끼 식사대용으로 좋다는 점이 지역 학부모에게 알려지면서 매출이 급상승했다. 정 대표는 “매장에 진열되는 음식인 만큼 시각적인 효과를 중요하게 생각했고, 친숙하지만 막상 직접 만들기엔 까다로운 식자재를 이용한 유부초밥을 한자리에서 판다는 방향으로 기획을 한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반응이 좋자 다른 백화점과 유통 업체에서도 제안이 쏟아졌다. 이에 지난해에만 백화점 내 7개 직영 매장을 새로 열었다. 올투딜리셔스의 전체 매출은 백화점 입점 첫 해인 2017년 11억원에서 지난해 50억원(추산)으로 늘었다. 올해에도 10여 개 점포의 출점이 예정돼 있다. 올해 매출 목표는 200억원이다.

정 대표는 어려운 외식업 시장 환경에서 올투딜리셔스가 성장할 수 있었던 동력을 ‘기획력’에서 찾는다. 그는 “어떻게 하면 소비자가 좋아하고 남들과 다를지 기획을 먼저 명확히 한 다음 개발·디자인·마케팅 부문에 구체적인 지시를 내린다”고 말했다. 기획력은 유통 업체의 요구와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낸다. 정 대표는 “유통 업체는 트렌드를 포착하고서도 직접 움직이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며 “이런 부분을 함께 논의하면서 구체적인 기획·운영까지 잘 해줄 수 있는 파트너가 되면 더 많은 기회가 열린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화제가 된 ‘인기가요 샌드위치’가 대표적인 사례다. 인기가요 샌드위치는 SBS [인기가요] 녹화 장소인 등촌동 공개홀 매점에서 판매하는 제품이다. 아이돌을 비롯한 연예인들이 대기시간에 잠깐 짬을 내서 사 먹고 이를 SNS 상에 올리면서 유명해졌다. 올투딜리셔스는 여기에 착안한 롯데백화점의 제안을 받아 SBS 등촌홀 매점과 독점 계약을 맺고 롯데백화점 팝업스토어를 통해 판매를 시작했다. 두달 간 한시적으로 판매한 인기가요 샌드위치는 약 4억5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런 남다른 기획력을 발휘한 정 대표의 첫 걸음은 외식업계와 무관하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나온 그는 네이버·이베이 등에서 근무한 IT 기획·개발자 출신이다. 대학 전공에 맞는 회사를 다녔지만 개인적으로 동기부여가 되지 않던 참에 우연히 F&B(food and beverage) 관련 컨설팅을 진행하게 되면서 외식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2014년에는 아예 다니던 회사를 관두고 컨설팅 회사를 설립했다. 이후 KT&G·배상면주가·BHC치킨 등의 컨설팅을 맡으면서 시장에 대한 이해를 넓혔다. 당시 전문 셰프 위주의 외식업 컨실팅과 차별성을 보이면서 호평을 받았다.

정 대표는 “일반적으로 IT 프로젝트에는 기획-개발-디자인-마케팅·홍보라는 프로세스가 있는데, 이는 외식업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가령 유부초밥은 하나의 플랫폼입니다. 여기에 어떤 고객을 대상으로, 얼마의 가격에 팔지, 어떻게 차별점을 가져갈지를 구체적으로 설정하죠. 여기에 맞춰 음식의 맛(개발)과 모양(디자인)을 매력적으로 구현하고, 완성된 제품을 마케팅·홍보하게 됩니다.”

정 대표가 최근의 외식업 트렌드로 꼽은 것은 ‘밀저트(Meal-ssert)’다. 식사(Meal)와 디저트(Dessert)의 합성어로, 디저트의 아기자기함과 고르는 재미가 있고 먹기 간편하되, 한끼 식사로서의 든든함까지 갖추고 있는 상품이다. 특히 SNS 활동이 활발한 2030세대를 중심으로 ‘예쁜 한끼’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정 대표는 “다양한 형태의 밀저트를 개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방 진출도 본격화한다. 3월에 부산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에 입점한다. 지난 1월 운영한 팝업스토어는 이미 입소문을 듣고 온 고객들로 하루 매출 약 1000만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정 대표는 “지방에서도 이미 브랜드 인지도가 많이 올라와 있다”며 “다만 외식업 특성상 물류 거리가 중요한 만큼 권역별로 제품 생산과 물류 교두보가 될 센트럴키친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차근차근 지방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부초밥 키트’ 온라인 판매 계획

올투딜리셔스는 백화점 매장 외 별도 점포도 계획 중이다. 좁은 공간과 인력·시설의 제약을 벗어나 고객에게 올투딜리셔스만의 맛의 철학과 맥락을 표현하고 싶다는 취지에서다. 소비자가 토핑 유부초밥을 쉽게 직접 조리할 수 있는 ‘유부초밥 키트’를 온라인에서 판매할 계획이다. 정 대표는 “SNS에 소비자가 도제의 유부초밥을 따라 만드는 콘텐트가 많이 올라오는 것에서 착안했다”며 “관련 인력과 시스템을 확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각도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지만 프랜차이즈 사업에는 선을 긋고 있다. 점포 운영의 질과 전문성이 담보될 만한 확신이 생기기 전까지는 가맹점 형태의 점포는 내지 않을 생각이다. 대신 장기적으로 외식 업계의 인큐베이터 또는 액셀러레이터를 구상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Y컴비네이터처럼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 창업자를 찾아 투자·협업·지원하는 모델이다. 정 대표는 “외식업의 진입장벽이 낮다고들 하지만 청년들이 도전하기엔 굉장히 막막한 시장”이라며 “참신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인재들이 진입해야 한국 외식업도 천편일률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1473호 (2019.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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