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불확실성과 투자심리 변화 

 

신세철 경제칼럼니스트(불확실성시대 금융투자 저자)
세계 경제는 부가가치 원천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이동하는 전환기 분수령에 서있다. 한국 경제는 핫머니 과다 유입에 따른 외생적 불확실성과 빈부격차 심화로 내수 기반 약화 같은 내생적 불확실성이 겹쳐 있다. 부동산 거래 실종과 가계부채가 얽히는 부채 디플레이션도 미리 예방해야 할 불확실성이다. 글로벌화가 깊숙이 진행되면서 불확실성 그림자는 가까이서 어른거린다. 우리나라와 같은 개방경제 체제에서는 조그만 충격에도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기 쉽다. 불투명한 시장심리 변화에 따라 거시경제 여건 변화와 관계없는 금리·주가·환율이 등락할 위험과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다.

시장에 위험과 불확실성이 다가오면 기초 경제 여건 동향과 관계없이 시장심리 변화에 따라 금리·주가·환율의 변동성이 커진다. 불확실성은 실물 부문과 금융 부문의 불균형을 초래해 순조로운 경제순환을 저해한다. 내재가치 변동과 관계없이 주식·채권·외환시장이 급등락을 반복하게 되면 금융중개 기능을 훼손하게 마련이다.

불확실성은 크게 보아 ①시장심리 불안 ②리스크 프리미엄 상승 ③실물경제활동 위축에 따른 기대이익 감소 같은 3가지 경로를 통해 금융시장 변동성을 확대시키면서 금융시장에 충격을 준다. 그러나 시장가격이 내재가치와 괴리되다가도 시장자동조절 기능에 따라 시차를 두고 다시 균형을 회복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만 실수하지 않는다.

불확실성 징후가 어른거리기 시작하면 무엇보다 먼저 투자심리가 위축되기 시작한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증폭되면서, 시장에 근거 없는 낙관론이 팽배해 위험을 하찮게 여기다가도 어느 순간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비관론에 휩싸이며 위험회피 성향이 매우 높아진다. 투자자들의 탐욕이 어느 순간에 두려움으로 바뀌면서 위험자산을 처분하고 안전 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특히 군집본능(herd instinct)이 강한 시장에서는 이리저리 쏠림현상이 심하게 나타나면서 불안심리가 확산돼 시장을 공황상태에 이르게 하는 경우도 있다.

불확실성이 현저해지면 위험 과다회피로 무위험 채권의 금리는 하락하는 반면에 리스크 프리미엄이 높아져 위험 채권 금리는 폭등하며 거래가 실종되다시피 한다. 신용경색(credit crunch) 상황으로 이어져 채권시장 기능이 마비된다. 주가는 투자심리가 얼어붙는 데다, 리스크 프리미엄 상승으로 금리가 상승하는 결과 할인율이 높아져 (내재)가치가 낮아지고, 기업의 기대이익 감소로 삼중으로 하락 압력을 받는다. 탐욕이 삽시간에 두려움으로 바뀌며 투매현상이 벌어져 주가는 내재가치 이하로 추락해 역거품(reverse bubbles)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외환시장에서는 안전자산을 추구하는 외국인들의 핫머니 유출입이 긴박해지며 환율 변동성이 확대된다.

불확실성은 경제주체들의 능동적 의사결정이나 적극적 경제활동을 망설이게 한다. 불확실성은 가계와 기업의 미래 경제 전망을 흐리게 해서 소비심리를 냉각시키는 한편 기업가정신을 위축시켜 생산활동을 저해해 기업 이윤을 감소시킨다. 불확실성 확대는 금융시장에 이어 실물경제에도 타격을 입히게 된다. 실례로 아시아 외환위기는 말할 것도 없고, 2003년 카드대란, 2009년 세계 금융위기로 금리 폭등, 환율 급등, 주가 폭락에 이어 실물경제는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불확실성은 주식의 시장가치뿐 만아니라 기업의 내재가치까지도 동시에 추락시킨다.

불확실성이 어른거리다 사라지면, 시장 자동조절 기능에 따라 내재가치와 시장가격이 다시 균형을 찾아가게 마련이다. 시장심리가 급변동하며 시장가격과 내재가치의 괴리가 커졌다 다시 줄어드는 과정에서 누군가는 특별손실의 위기를 가지는 대가로 다른 누군가는 특별이익의 기회를 가질 수밖에 없다. 불확실성이 엄습해 시장가격이 내재가치보다 크게 하락할 때 매입하고, 불확실성이 해소돼 시장가격이 내재가치와 균형을 회복하거나 더 높아지면 매도하는 것이 수익 극대화를 위한 선택이다. 문제는 누구나 생각하기는 쉬워도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가격이 내려갈 때는 더 내려갈 것 같고, 올라갈 때는 더 올라 갈 것 같기 때문이다. 더 싸게 사서 더 비싸게 팔고 싶은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우왕좌왕 하다가 오히려 반대로 행동하기 쉽다.

2017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행동주의 경제학자 세일러가 ‘펀드’를 운영하면서 남다른 수익을 거둔 까닭은 다름 아니다. 투자 대상 자산의 내재가치 변화 추이를 냉정하게 계산하고 투자자들의 비이성적 시장심리에 따른 가격변동 추이를 인내심 있게 지켜봤다. 시장에 사람들이 몰려들어 거품이 팽창할 때는 팔고, 사람들이 흩어져 거품이 붕괴되거나 역거품이 생기면 사들였다. 거금을 빈곤층에 기부한 소로스 역시 “남들을 따라 하지 않고 반대로 배팅했기에 큰돈을 벌었다”고 말한다. 정말이지 특히 주식시장에서 무조건 남을 따라다니다가는 본전도 지키기 어려워진다.

시장을 교란시키는 불확실성을 이겨내려면 거시경제 여건의 변화와 해당 금융상품의 내재가치 변화를 냉철하게 견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금융투자의 기본은 무엇보다도 먼저 시장가격과 내재가치의 균형과 괴리를 가늠하는 것이다. 기업 재무관리 또한 불확실성이 넘칠 때는 리스크 프리미엄이 비정상으로 팽창되므로 자금조달을 가능한 미뤄야 한다. 쉬운 예로, 대우그룹은 외환위기 이후 상황을 잘못 판단해 자금을 미리 확보하려고 20% 가까운 금리로 회사채를 무제한 발행하다가 초고금리 덫에 걸려 그룹 도산의 도화선에 불을 붙이고 말았다.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으로 가는 상황에서 그 같은 고금리를 지불하고 버텨낼 재간이 누구도 없었다.

자산 가격을 과거와 단순 비교해 현재 가격이 높거나 낮다고 하는 투자판단은 금물이다. 거시경제 상황 변화와 당해 상품의 기대가치 변화를 동시에 관찰해 내재가치를 가늠하고 시장가격을 견주어야 한다. 내재가치를 가늠하지 못하면 가계나 기업이나 불확실성을 이겨내지 못하고 초과 손실을 피해가기 어렵다.

금융개혁 또는 금융발전은 시장을 억지로 끌어당기는 것이 아니다. 주가·금리·환율 같은 금융시장 가격지표가 경제성장·물가·고용·국제수지 같은 거시경제 총량지표들을 충실히 반영하도록 해서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실물 부문과 금융 부문이 균형을 이루게 되면, 외부로부터의 위험과 불확실성을 시장이 스스로 완충하거나 중립화시키는 기능을 한다. 금융시장에서 내재가치를 중시하는 투자관행이 정착될수록 비이성적 투자행태가 줄어들게 되어 위험과 불확실성을 줄여 시장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images/sph164x220.jpg
1471호 (2019.02.18)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