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한국형 유니콘 육성 전략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
대한민국의 새로운 유행어가 ‘유니콘(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창업 10년 이하 비상장기업)’이 됐다. 과거 ‘가젤기업’이나 ‘히든챔피언’처럼 단어의 오남용을 우려할 정도다. 정책 당국자들도 유니콘 육성을 정책 목표로 설정하기 시작했다. 유니콘의 본질은 무엇이고 유니콘의 성장 조건은 무엇인가, 그리고 과연 어떤 유니콘이 한국의 대안인가(관계 기사 30~45쪽).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유니콘은 뿔이 하나인 전설 속의 동물이다. 2013년 미국 카우보이 벤처스의 여성 벤처캐피털 리스트인 에일린 리(Aileen Lee)가 기업가치 10억 달러가 넘는 비상장 벤처기업을 유니콘이라 명명한 것은 당시에는 전설 속의 동물과 같이 보기 드문 기업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9년 3월 블룸에너지(Bloomenergy) 등장 이후 반클(Vancl)이 등장한 것은 무려 20개월 후인 2010년 11월이었다.

그런데 2011년 4월 팔란티어(Palantir) 등장 이후 분기에 하나 이상으로 급증하고 2012년에는 한 달에 하나 이상 등장하더니, 2014년부터는 한 주당 하나 이상으로 폭증했다. 불과 5년 만에 유니콘의 등장 속도가 100배 이상으로 증가한 것이다. CB인사이트는 지난해에 110개의 유니콘이 추가돼 전 세계 유니콘은 한국의 6개를 포함, 309개가 됐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포춘 500대 기업이 20년 걸려 이룬 기업가치 1조원을 평균 6년 만에 달성하는 놀라운 성장 속도를 보여줬다.

왜 2012년 이후 유니콘이 폭증하고 있는가를 질문해 보자. 시계열적으로 유니콘의 등장 시기는 4차 산업혁명의 파괴적 혁신 기술의 등장 시기와 연동돼 있다. 2008년 아이폰을 필두로 스마트폰이 클라우드·사물인터넷과 더불어 O2O(online to offline) 융합의 새로운 블루오션 세상을 열어, 2012년 유니콘의 1차 붐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2010년 인공지능 기술이 처음으로 고양이와 개를 구별한 후 혁명적 진화를 거듭한 결과 O2O 융합의 가치창출이 급증해 2014년 2차 유니콘 붐을 뒤받침했다. 4차 산업혁명의 파괴적 기술이 유니콘이란 새로운 기업군을 탄생시킨 것이다.

유니콘 기업의 70%는 O2O 융합 기업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불과 10년 만에 미국 10대 기업 중 O2O 플랫폼 기업의 비중이 10%에서 70%로 증가했다. 이는 유니콘 현상과 동일한 DNA를 가진 4차 산업혁명의 쌍둥이 심볼이다. 아직도 4차 산업혁명은 실체가 없다고 주장하는 분들에게 10년도 걸리지 않아 이뤄진 거대 기업과 유니콘 기업의 혁명적 변화를 O2O 융합 이외에 다른 요인으로 설명하라고 묻고 싶다.

1, 2차 산업혁명은 오프라인 혁명이고, 3차 산업혁명은 온라인 혁명이었다. 4차 산업혁명은 단순한 기술의 융합이 아니라 오프라인과 온라인 세상의 융합인 O2O 혁명으로 필자는 정의한다. 4차 산업혁명은 현실과 가상의 융합에 필요한 디지털화와 아날로그화의 양방향 기술이 인공지능과 더불어 발전하며 구현되고 있다. 이제 O2O 융합 경제는 공유경제라는 이름으로 2030년 세계 경제의 5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자리와 산업의 절반이 창조적 파괴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O2O 융합의 블루오션에서 초연결의 에너지가 기업의 성장을 가속화하는 유니콘을 등장시킨 것이다. 유니콘의 본질적 의미는 4차 산업혁명의 올바른 개념 이해에서 정립될 것이다.

한편, 국가별로 유니콘의 활약상을 살펴보자. 309개의 유니콘의 절반인 151개가 미국 기업이고, 나머지의 절반 이상인 82개가 중국 기업이다. 그리고 영국 기업 16개, 인도 13개 독일과 한국이 6개다. 한국의 유니콘 6개는 한국의 경제 규모가 세계의 1.2%라는 점에서 생각만큼 적지는 않다. 그러나 글로벌 유니콘의 70%가 한국에서는 불법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6개 유니콘의 두 배 이상의 유니콘의 등장 기회를 한국의 제도가 가로막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유니콘 4대 천왕인 미국·중국·영국·인도의 공통점을 분석하면 유니콘 육성 전략의 핵심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다. 이들 국가는 ▶거대 시장 ▶네거티브 규제 국가 라는 공통 요소를 가지고 글로벌 벤처투자가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거대 시장과 네거티브 규제 문제 극복이 대한민국 유니콘 전략의 화두다. 여기서 거대 시장은 우리의 희망이나, 노력한다고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규제 문제는 다르다. 우리가 하기 나름이다. 그래서 정부의 유니콘 전략은 규제개혁과 테스트베드 제공에 집중해야 한다. 정부가 직접 유니콘을 육성한다는 정책은 또 다른 규제를 낳고 자원 왜곡을 초래하고 기업가정신을 위축시킬 수 있다.

한국의 규제개혁 문제를 들여다 보자.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인 O2O 융합을 가로막는 데이터와 클라우드 규제가 금융·의료 분야의 이해관계와 더해져 유니콘 탄생을 가로막고 있다. 개인정보의 안전한 활용, 공공 데이터 개방과 클라우드 규제를 돌파하기 위해 벤처인과 과학자들은 지난해 1월 ‘데이터 쇄국주의 타파’ 운동을 전개했다. 그 결과 지난해 8월 31일 대통령의 ‘데이터 고속도로’ 선언을 이끌어냈다. 여기에는 국회 4차 산업혁명 특위의 규제개혁 보고서가 이론적 기반으로 역할한 바 있다. 그에 따라 개인정보보호법과 클라우드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물론 아직 법 통과와 세부 시행령 마련 등 갈 길은 멀지만 큰 물꼬는 튼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데이터화 ▶정보화 ▶지능화 ▶스마트화라는 4 단계로 구현된다는 것이 다양한 유니콘을 분석한 결론이다. 유니콘 탄생에 필요한 데이터화와 정보화는 지난해 창조경제연구회의 ‘데이터 쇄국주의 타파’ 운동으로, 늦었지만 비정상의 정상화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지능화에 필요한 100만 현장 인력 양성은 미진하나, 규제 샌드박스 등 규제개혁 4법의 통과로 가능성을 열고 있다. 이제 문제는 마지막 스마트화 단계의 규제로 집약된다.

스마트화 단계는 O2O 융합 신사업의 시장 진입이 관건이다. 새로운 융합 기술의 품목 허가 규제는 규제 샌드박스로 우선 돌파할 수 있다. 그러나 기득권의 지대(地代) 추구를 제어하지 못해 마지막 진입 규제에서 카풀과 원격의료 등 분야의 핵심 유니콘이 고사하고 있다. 소비자 후생 증대를 최우선으로 삼는 공유경제의 원칙 정립이 유니콘 육성의 첫번째 시금석이다. 고부가 산업이 저부가 산업을 창조적으로 파괴하면서 발전을 이룬다는 것은 역사의 교훈이다. 공급자 간의 공정한 경쟁의 심판은 소비자인 시민이 돼야 하는데, 한국은 정부가 공급자 간의 협상을 강제한 결과 파행으로 가고 있다. 시민들의 표 집결 능력이 조직화된 공급자보다 취약하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다. 스마트폰 기반의 리빙랩으로 시민의 힘을 집결해 기득권의 진입장벽을 돌파하는 것이 유니콘 확산의 인프라다.

한국의 유니콘과 유니콘 후보들은 기득권이 없는 O2O 플랫폼(쿠팡·옐로모바일·배달의 민족·비바리퍼블리카·야놀자·다방·쏘카)과 즐거움(엘앤피코스메틱·크래프톤·스마일 게이트·빅히트엔터테인먼트) 분야로 집약된다. 한국 유니콘의 특이점은 공유차량·원격의료·공유숙박 등과 O2O 플랫폼 분야의 제약과 K-뷰티와 K-팝, K-게임 등 한국 흥 산업의 약진이라는 것이다. 규제개혁과 흥 산업 전략이 유니콘 강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본다.

1474호 (2019.03.11)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