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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재가 만난 사람(21)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 ‘필요한 미래’ 앞당기는 개척자 지원 

 

초기 투자에 집중하는 전략적 선택... 창업가에 ‘빙의’하는 능력 키우려 애써

▎사진:홍승모 객원기자
“카카오벤처스는 초기 투자에 강합니다. 벤처캐피털 업계 평판도 그렇고, 우리 회사로서도 초기 투자라고 하면 사람들이 카카오벤처스를 떠올리기를 바라죠.”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는 “투자의 여러 단계 중 초기 투자에 집중하는 건 나름의 전략적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운용금액이 커졌지만 여전히 초기 투자를 에지 있게 잘하려 애씁니다. 10곳에 투자해 9곳이 망하더라도 1곳에서 대박이 나면 됩니다. 그래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조직 문화를 지향합니다.”

카카오벤처스의 ‘비전은 필요한 미래를 앞당기는 개척자들의 든든한 파트너(Copilots)가 된다’이다. 정 대표가 지난해 말 단독대표가 된 후 제시했다. 스타트업 창업가를 ‘필요한 미래’를 앞당기는 개척자로 규정했다. 카카오벤처스 측은 “우리는 이들 스타트업이 ‘되는 이유’를 찾아내는 한편 나머지 빈 자리를 ‘채워주는’ 든든한 동반자를 지향한다”고 밝혔다.

이 회사가 파트너로 번역한 코파일럿은 부조종사이다. 부조종사는 비행 중에 기장을 보좌한다. 특히 기장의 기기 조작이 항공기의 안전운항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여겨지면 기장에게 시정을 건의한다. 정 대표는 창업가에게, 있으면 좋은 비타민보다 위험 요소 제거에 꼭 필요한 항생제 같은 해법을 권한다고 말했다. 보스턴컨설팅 컨설턴트 출신으로 이베이·NHN을 거쳐 벤처캐피털에 몸담은 그는 “언젠가 창업을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스타트업의 페이스 메이커 역할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벤처 붐 아니다

창업은 어떤 사람이 해야 할까? “스타트업 대표는 ‘똘끼(또라이끼)’ 없으면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저희가 1호로 투자한 왓챠의 박태훈 대표가 스트리밍 서비스 ‘왓챠 플레이’를 내놓을 당시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가 국내에 들어와 왓챠가 투자 받기 어렵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런데 박 대표는 ‘자체 개발한 별점을 기반으로 하면 우리가 더 잘할 수 있을 거 같다’고 했죠. 그 후 펀딩을 못 받아 1년 간 전 직원이 월급도 못 받고 일했지만 왓챠 플레이가 별점을 보고 추천 잘해 주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으면서 투자를 잘 받아 왓챠가 이른바 죽음의 계곡을 건넜습니다.”

지금 벤처 붐이 일고 있다고 봅니까?

“세 번째 붐이 곧 올 거 같기는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지난해 벤처 업계에 4조원 이상의 돈이 풀리는 등 자금 면에서는 붐인 듯하지만 우리 경제 상황과는 디커플링 현상을 보이고 있어요. 벤처 붐은 디바이스가 대대적으로 바뀌거나 새로운 기술이 특정한 서비스나 장치와 만날 때 옵니다. 단적으로 인공지능(AI)·증강현실(AR)·가상현실(VR) 같은 새 기술은 나왔지만 붐을 실현할 디바이스가 아직 안 만들어졌죠.”

투자를 받으려는 스타트업들에 어떤 조언을 주고 싶나요?

“역설적이지만 지금이 창업을 멈출 마지막 기회라고 하고 싶습니다. 창업 자체는 어쩌면 쉽다고도 할 수 있지만 일단 하고 나면 정말 힘들어요. 대부분 문제 해결에 꽂혀 기존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불만(pain point)을 해소하는 솔루션을 제시하려 창업전선에 뛰어들지만 단적으로 그게 제대로 된 해결책이 아닐 수도 있어요. 창업은 어쩌면 그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인지도 모릅니다. 다음으로 팀워크가 중요합니다. 투자를 잘 받으려 투자 받기 좋은 팀을 만들면 안 돼요. 마지막으로 투자를 받으려 계약서에 악성 조항을 집어넣어선 안 됩니다. 첫 계약서를 이렇게 작성하면 계속 투자자들에게 끌려다닐 수밖에 없어요.”

인사이트가 있는 창업가는 어떻게 다른가요?

“인사이트는 빠른 실행의 경험에서 나옵니다. 인사이트가 있는 창업가는 이론적으로 가능한 모든 질문에 대해 이미 다 생각해 봤기에 만나 보면 대화가 길어지고,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도 깊은 논의가 이루어지죠. 중요한 것들과 리스크에 대해 파악하고 있고, 자신이 모르는 것들에 대해서도 잘 알고 선선히 모른다고 인정합니다.”

벤처캐피털이 스타트업을 상대로 갑질 하는 일은 없나요?

“그랬다가는 패밀리(투자한 스타트업)들이 우리 회사를 추천하지 않을 거예요. 이들이 이 회사에서는 절대 투자 받지 말라고 하면 낭패를 보는 거죠.”

대기업의 스타트업 기술 탈취는 어떻게 막아야 하나요?

“대기업이 일단 카피를 하면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소송으로도 문제를 풀기 어렵습니다. 우리 회사도 스타트업 소송을 지원할 때가 있지만, 특허를 세 개 정도 걸어놔도 머니 게임에서 밀리고 유저들이 대기업 쪽으로 넘어가면 소송에서 지게 마련이죠. 소송 외에는 SNS를 통해 문제를 제기해 해당 대기업을 압박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기술 탈취 문제는 언론에서 다뤄도 별 효과가 없는 거 같아요.”

그럼 기술 탈취를 당해도 스타트업으로서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건가요?

“우선 복수의 특허를 등록해 놓아야 돼요. 무엇보다 상대가 기술을 베껴도 내가 이길 수 있는 싸움을 해야 합니다. 카피를 당하더라도 운영의 개가를 올려 내가 더 잘할 수 있다는 걸 입증하는 겁니다.”

당국의 규제 가운데 고쳤으면 하는 게 뭔가요?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금융·부동산 쪽은 정말 혁신적인 분야인데 여러 규제가 얽혀 있어요. 규제 샌드박스 적용을 받지 못한 업체는 결과적으로 사업을 하지 못하는 일들도 벌어지죠. 단적으로 금융과 자율주행 분야는 샌드박스가 혁신을 오히려 방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ICO(가상화폐공개·initial coin offering)를 일률적으로 금지하다 보니 한동안 케이먼 제도에 가서 법인 만들어 ICO를 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취지야 블록체인 기반의 코인을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ICO를 한 후 창업자가 돈을 빼 튀는 걸 막으려는 거겠죠. 사실 ICO 자체보다 사업 성공과 돈을 버는 시점이 일치하지 않는 게 문제예요. 민간에 더 개방해 현업에 있는 사람들이 정부에 많이 들어가면 좋겠어요.”

카카오벤처스는 8년차 벤처캐피털이다. 14명의 구성원이 150곳의 패밀리를 돌본다. 정 대표는 “각자 탤런트가 달라 서로에게서 배운다”고 말했다. 사실 교학상장(敎學相長) 만한 시너지 효과도 없다. “직급에 관계 없이 발언하고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하면 곧바로 지적질 하는, 대기업으로 옮기면 적응하기 힘든 부류들이에요. 진심을 담아 솔직하게 말하는 이런 조직문화를 받아들이는 건 시니어의 그릇이죠. 저부터 굿 리스너가 되려 노력합니다.”

그는 문제 해결 솔루션에 꽂힌 스타트업 창업가들도 자금 못지 않게 공감에 목마르다고 말했다. “자금만 대주는 투자자는 필요 없다”며 “우리를 위해 당신은 무엇을 해 줄 수 있느냐”고 묻는다고 했다. “스타트업에 자신의 인생을 건 사람들인데 당연히 이들의 페인 포인트를 알아야죠. 창업가에 ‘빙의’하는 능력이 떨어지면 초기 투자자로서 투자의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감성적 공감과 더불어 스타트업이 처한 상황에 이성적으로 공감하는 능력도 잃지 않으려 애쓰죠. 늘 깨어 있으려 때로는 학교 앞에 가 지나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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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1호 (2019.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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