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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재가 만난 사람(22) 국제적 채권 추심 전문 TCM 그룹 인터내셔널 숀 덩컨 회장] 해외 미수 채권 6개월 안에는 회수해야 

 

E메일로 송수신해 증거 확보할 필요… 새 거래처와의 계약서 작성 등 법률 자문도

▎사진:전민규 기자
“국가 간 B2B 거래에서 갈수록 신용거래가 늘고 있습니다. 거래 조건이 까다로우면 아무래도 비즈니스가 성사되기 어렵죠. 문제는 미수 채권이 많이 발생한다는 겁니다. 이렇다 보니 TCM 그룹 같은 국제적 채권 추심 전문 기관의 활동 영역이 넓어지고 있습니다.” 숀 덩컨 TCM 그룹 인터내셔널 회장은 “과거 신용장 개설, 은행 보증서 발급 등 은행을 끼고 국제 거래를 했다면 요즘은 이런 담보장치 없이 하는 신용거래가 증가세”라고 말했다. “TCM 그룹은 채권 추심 수임 때 착수금이 없고 성공보수를 받습니다. 추가 비용이 들지 않고, 규모나 경험 면에서의 강점으로 다른 회사에 맡길 때보다 30~40% 비용을 절감할 수 있죠. TCM의 52개국 멤버는 해당 국가에서 실력은 물론 신뢰성이 검증된 일급 추심 기관들이에요.”

1987년 설립된 TCM 그룹 인터내셔널은 전 세계 108개국에 사무소(에이전시)를 두고 150개국에서 채권 회수 활동을 벌인다. 한국을 포함해 52개국 멤버는 상임이사이다. 가장 오래됐고 규모 면에서도 독보적이다. TCM은 국가 간 B2B 거래에서 생긴 채권 회수만 맡고 국가 내 B2B 거래 채권 추심은 다루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법무법인 에이스가 TCM 코리아 업무를 맡고 있다. 지난 4월 22일~25일 서울서 TCM 그룹의 연차 총회가 열렸다. 37개국에서 온 62명의 각국 대표가 참석했다. 역대 최대 규모. TCM 그룹의 연 매출액은 4억3400만 달러(2016년 기준)를 상회한다. 덩컨 회장의 명함 뒷면엔 이런 문구가 영어로 적혀 있다. ‘돈엔 국경이 없다. TCM 그룹도 마찬가지다.’

해외 채권 회수가 발등의 불인 기업들에 어떤 조언을 주시겠습니까?

“시간이 돈이고 돈엔 국경이 없습니다. 해외에서 미수 채권이 생기면 3개월, 늦어도 6개월 안에 채권 추심 전문기관에 일을 맡기는 게 좋습니다. 6개월이 지나면 사실상 받아내기 어려워요. 나라마다 채권의 소멸 시효가 다르니 거래처별로 사전에 확인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소멸 시효에 이르면 법적으로는 구속력이 없죠. 무엇보다 계약서, 사업자 등록증, 채무 관련 증빙 등의 서류를 확보하고 채무자의 연락처를 업데이트해야 합니다. 또 거래처와 SNS로 소통하지 말고 e메일로 송수신해 증거를 확보할 필요가 있어요.” 그는 채권과 관련해 분쟁이 생길 경우 문서로 된 증거를 확보하라고 귀띔했다.

채권 추심 전문 업체로서 TCM 그룹의 강점이 뭔가요?

“법 절차 대행 등 전문화된 서비스를 윤리적인 문제 없이 제공합니다. 각국의 에이전시끼리는 비즈니스 파트너 관계에요. 국가 간에 정보를 공유할 뿐더러 국제 거래에서 생기는 수익을 서로 나누죠.”

한국의 어떤 기업들이 TCM 서비스를 이용하면 좋나요?

“우리는 거의 모든 업종의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모든 비즈니스에서 발생하는 부실 채권 및 묵은 채권의 회수를 돕습니다. 수임했을 때 시간 당 보수를 받는 게 아니기 때문에 총 비용을 예측할 수 있고, 무료로 법률 자문도 합니다.”

갑자기 주문량 늘리면 의심해 봐야

특히 어떤 회사들에 추심 업무를 맡겨 보라고 하겠습니까?

“해외 거래처 중 채무 불이행의 우려가 있는 회사, 대금 결제에 그동안 문제가 없었지만 갑자기 주문량을 늘린 회사, 거래 전 사전 정보가 별로 없는 회사, 일방적 주장을 펴거나 의도적으로 접촉을 피하려는 회사, 전자상거래 위주인 회사가 있다면 TCM과 일해 볼 만합니다. 그 밖에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합리적인 중재, 새 거래처와의 계약서 작성과 관련한 법률 자문이 필요할 때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TCM은 어느 지역, 어느 나라서 생긴 채권 회수에 강한가요?

“유럽·남미·아프리카 쪽이 강하지만 어느 지역이든 관련 정보가 축적돼 있습니다. 아프리카와 중국, 인도, 이탈리아는 윤리적인 문제가 상대적으로 많죠. 지역 간에 문화적 차이도 있어요. 아프리카와 아랍 국가는 60일 정도 지불이 늦어지는 건 관행으로 보는 반면 유럽 국가들은 하루만 지연돼도 문제를 삼죠.” 쉘·페덱스·HSBC은행·바클레이 은행·보다폰·중국무역보험공사 등이 TCM의 주요 고객이다. 거의 모든 나라의 무역보험 기관들과 계약을 맺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제 거래를 할 때 유의할 점이 뭔가요?

“악의적인 해외 거래처를 간파해야 합니다. 이런 회사의 경우 보통 신용장 개설을 통한 거래를 두 번 정도 합니다. 이땐 거래량이 많지 않아요. 그러고 나서 이제 신뢰가 생겼으니 신용장 없이 거래를 하자고 하면서 액수가 큰 건의 거래를 시도하죠.”

그는 TCM이 문제를 해결한 사례를 들려줬다. 인도의 수출업체가 남아공의 수입 업체로부터 받을 돈을 제때 못 받았다. 수입 업체가 두 곳이었는데 심지어 한 곳은 돈을 받기 전 청산이 됐다. 두 회사의 오너가 같다는 것을 알아낸 TCM이 다른 한 회사의 은행 거래를 중단시켰다. “TCM의 에이전시는 모두 그 나라에서 5위권 이내 기업들입니다. 채무 기업에 대한 각종 정보가 축적돼 있죠. 같은 채무자를 세 번 상대할 때도 있어요. 채권을 회수하는 한편 해당 회사와의 거래 관계가 끊기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국내 H 제약은 2008년 이집트 거래처로부터 90만 달러를 못 받고 있었다. 채권 회수를 의뢰받은 TCM 이집트는 파산 소송을 제기해 채무 기업을 압박했다. 2년 후 이 소송에서 이겼지만 채무 기업에 잔여 재산이 없었다. 그로부터 다시 3년, TCM 이집트는 채무자 명의의 의약품 생산설비 공장을 찾아냈다. 지난해 이 공장을 매각, 결국 10년 만에 25만 달러를 회수했다. 국내 모 회사는 페루 거래처로부터 17만 달러를 받아달라고 TCM 코리아를 통해 TCM 페루에 의뢰했다. 페루 회사는 당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었다. 그래서 돈 대신 이 회사의 토지 네 필지를 양도 받았다. 그중 두 필지를 팔아 채권을 일부 회수했고 나머지 두 필지 값이 오르기를 기다리고 있다. 국내 중소기업 K 무역은 프랑스 S사의 독점 대리점을 하고 있었다. 판매는 부진했고 악성 재고가 쌓여 갔다. 결국 이 사업을 정리하기로 결정, 보유 중이던 재고를 전량 반품하기로 S사와 구두 합의했다. 재고를 재선적했지만 돌연 S사가 재선적에 합의한 일이 없다며 반품 물량에 대한 대금 지불을 거부했다. 이 건을 수임한 TCM 프랑스는 소송을 제기했고 1심을 거쳐 5년 만에 항소심에서 승소, 연체 이자까지 총 13만여 유로를 받아냈다. 숀 회장은 “한국의 중소기업이 프랑스 지방 도시의 유력한 기업을 상대로 완승을 거뒀다”고 말했다.

영국 태생인 그에게 브렉시트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브렉시트 파든 반대파든 브렉시트의 효과를 잘 모르고 싸우는 거 같습니다. 일부에서 영국이 유럽연합(EU)을 떠나면 경제가 좋아지고 경제적 비용도 줄어들 거로 예측하지만 그렇게 되기는 힘들어요.”

1482호 (2019.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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