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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프로의 환율 돋보기 | 위안화에 쏠리는 시선] 위안화 약세가 원화 약세 부르나 

 

백석현 신한은행 외환이코노미스트
세계 외환시장 전반에 위안화 위상 강화… 최근 움직임은 미·중 무역갈등에서 비롯

지난 5월 금융시장 상황은 한마디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었다. 5월의 훈풍을 외면한 국내 주식시장은 속절없이 하락하며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연고점을 더욱 높였다. 그런데 1200원을 향해 거침없이 상승하던 환율이 1190원대에서 주춤했다. 국내 이슈만 보면 외환당국의 경고가 통한 것으로도 볼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설명하기는 부족하다. 외국인 자본 흐름으로도 설명하기 어렵다. 5월 한달간 주식시장만 보면 외국인 자금이 2조원 넘게 이탈했지만 자본 유출에 따른 환율 상승 압력이 최근의 원·달러 환율 상승의 배경이라고 지목하기도 어렵다. 원화 채권시장에는 5조원에 가까운 금액이 오히려 순유입되며 환율에는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의 투자 자본은 성격이 다른데, 채권 투자자들이 한국 경제 전망을 긍정적으로 해석했다기보다는 채권시장과 외화자금시장이 연계된 차익거래 유인이 있었다.

유로화 움직임에도 영향

최근 환율의 급등세와 소강국면은 심리적인 요인을 살펴봐야 한다. 글로벌 외환시장에 초점을 맞추면 특히 달러·위안 환율의 영향이 컸다. 물론 미·중 갈등이라는 외부적 요인이 있었다. 중국이 위안화 국제화에서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지만,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이 커지면서 외환시장에서 달러·위안 환율의 영향력은 단순한 거래량보다 훨씬 커졌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위안화의 거래 비중은 4%에 불과하다. 이와 달리 미국 달러화는 88%다. 외환시장에서 한건의 거래마다 두 개 통화가 집계되므로 합계는 200%다. 반면, 전 세계 명목 국내총생산(GDP)에서 중국 비중은 2019년 기준 16%로 추정된다. 이는 미국 비중인 24%에 비교적 근접한 수준이다.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가장 활발하게 거래되는 유로·달러 움직임을 설명할 때도 달러·위안 환율의 영향력으로 설명하는 사례가 예전보다 자주 보인다.

달러·위안 환율이 최근에 6.9위안을 상회하자 외환시장 전반에 위안화의 영향력이 강해졌다. 중국 당국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허용하지 않았던 7위안이 가시권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외환시장은 달러화를 중심으로 움직이기에 달러화가 위안화 대비 강세를 보이면 유로화·원화 등 다른 통화에 대해서도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달러·위안 환율이 7위안을 돌파할 것인지는 원·달러 환율에도 중요한 이슈다. 장기간 6위안 대에 형성된 달러·위안 환율이 7위안에 육박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 이번이 세 번째다. 2016년 말, 그리고 2018년 하반기에도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중국 당국은 7위안을 민감한 레벨로 의식하며 강하게 방어하는 자세를 보였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중국 당국의 존재에도 언젠가는 달러·위안 환율이 7위안을 돌파하리라는 시각에 조금씩 힘이 실리는 듯하다. 중국의 성장률은 둔화되고 있고 경상수지 흑자도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중국의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490억 달러에 그치면서 760억 달러를 기록한 한국에도 미치지 못했다. 올해에도 미국과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제조업에 부담을 주고 있다.

7위안은 이번에도 안전할까

중국이 최근 미국의 공세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보유한 미국 국채를 팔아치울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중국은 지난 3월 기준으로 1조12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 당국의 ‘막대한’ 3조 달러의 외환보유액이 과연 정말로 막대한 규모인지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이다. 명목상 외환보유액과 달리 당장 가용할 수 있는 외환보유액은 훨씬 적다는 지적이다.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그 자본금으로 외환보유액을 직접 사용하기도 했다. 또 1년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 외채 및 외국인의 핫머니 자본 유출에 대비한 재원 등을 제외하면 이제 더는 넉넉하지 않은 수준이라는 이야기다.

따라서, 달러·위안 환율이 7위안을 언젠가는 돌파할 수 있다는 시각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목할 부분은 원화다. 달러·위안 환율이 7위안을 돌파할지 여부에 따라 원·달러 환율의 반응도 달라질까? 만약 7위안을 상향 돌파한다면 금융시장에도 위험회피 심리를 자극하고 중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강화되면서 원· 환율도 동반 상승하는 모습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이번에도 7위안 방어에 성공할 수도 있다. 여기서는 2016년 초 상황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2016년은 2011년 이래 현재까지 원· 달러 환율 최고점인 1245원을 두드리던 시기다. 중국 경제 비관론이 급속히 확산되며 달러·위안 환율이 급등했다. 조지 소로스가 위안화 약세에 베팅했다는 소식도 접할 수 있었다. 최근까지 이어진 미국 금리 인상기의 첫 금리 인상이 지난 2015년 12월이었기 때문에 달러 강세 기대와 위안화 약세 기대가 고조됐다. 중국의 자본 유출도 극심했다. 따라서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빠르게 감소하면서 시장의 불안심리가 커졌다. 중국 당국은 위기의식을 느끼고 투기세력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적극적 시장 개입을 단행했다. 동시에 중국 국내 자본의 해외 투자에도 통제를 가하면서 전방위적으로 대응했다. 그러자 달러·위안 환율은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위안화가 안정되자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의 전반적인 강세 현상도 같이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원·달러 환율은 달러화 가치 하락 흐름에서 예외였다. 달러화의 전반적인 강세 현상을 되돌리는 흐름 속에서도 원화는 달러화 대비 약세를 나타냈고 원·달러 환율은 거의 두 달에 걸쳐 추가 상승했다. 1245원은 두 달간 추가 상승한 결과다. 가장 큰 배경은 역시 위안화다. 외환시장은 중국에 대한 비관론을 쉽게 버리지 않았다. 하지만 위안화 약세에 대한 베팅은 중국 당국에 막혀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 위안화 약세(달러·위안 환율 상승)가 진정되었다고 해서 중국 비관론도 쉽게 수그러들지는 않았다.

원화를 위안화 대용 통화로 여겨

글로벌 외환시장에서는 “중국 당국에 막혀 위안화 거래가 어려워졌다면 그 대용 통화로 간주되는 원화를 매도하면 된다”는 논조의 견해가 부각됐다. 원·달러 환율만 홀로 두 달간 추가 상승한 배경이다. 따라서 최근 위안화의 약세 움직임도 과거와 같은 결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최근 위안화 약세는 미·중 갈등에서 비롯된 탓이 크다. 미·중 양국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 위안화와 원화도 다시금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 필자는 신한은행에서 환율 전문 이코노미스트로 일하고 있다. 공인회계사로 삼일회계법인에서 근무한 경력을 살려 단순한 외환시장 분석과 전망에 그치지 않고 회계적 지식과 기업 사례를 바탕으로 환 위험 관리 컨설팅도 다수 수행했다. 파생금융상품 거래 기업의 헤지 회계 적용에 대해서도 조언하고 있다.

1488호 (2019.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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