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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독일의 가업 승계 지원책 보니] 세금 부담 줄여주고 납부 유예제 혜택 넓혀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일본, 단카이 세대 은퇴 앞두고 사업승계 지원… 독일은 가족재산권 강조

“단카이 세대(1947년∼1949년 사이에 태어난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 단카이(團塊)는 덩어리라는 뜻으로 인구분포도를 그려 보면 해당 시기 태어난 인구가 덩어리처럼 튀어나온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 은퇴에 따른 중소기업 폐업 급증으로 2025년까지 10년간 약 65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국내총생산(GDP)은 22조엔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비붐 세대 은퇴 우려 속에 지난 2017년 일본 경제산업성에서 내놓은 전망이다. 일본은 단카이 세대가 한꺼번에 은퇴할 경우 노동 인구가 감소한다는 점도 걱정이지만, 후계자를 찾지 못한 기업들이 연쇄적으로 폐업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제조업 강국 일본은 중소기업 폐업이 국가 경쟁력에 미칠 파급력을 간과할 수 없었다. 이 예상은 시간이 흐를수록 심각하게 다가왔다. 일본 중소기업청이 지난 2017년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후계자가 없기 때문에 폐업할 예정이라고 대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33.3%를 차지했다. 수익성이 악화돼 폐업하겠다는 응답(37.3%)에 불과 4%포인트 차이였다.

일본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가운데 상속세 최고세율이 높기로 유명한 나라다. 일본의 상속세와 증여세는 10%에서 55%까지 8단계 누진세율 구조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실효세율은 12.95%에 불과하다. 고령화 시대가 닥치기 수십년 전부터 기업들의 사업승계를 고민했기 때무이다. 일본에서는 2008년에는 ‘중소기업 경영승계 원활화에 관한 법’을 제정했고 2009년에는 산업활력법에 중소기업 승계사업 지원계획을 신설했다. 지난해에는 향후 10년을 ‘사업승계 실시 집중기간’으로 정하고 정책적 지원을 강화했다. 여기서는 법 개정을 통해 세제 지원을 더욱 강화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지난해 4월부터는 특례사업승계세제를 도입해 친족 간 상속세 납부 유예 비율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관련법을 개정했다.

일본, 기업의 연쇄 폐업 가능성에 주목


일본 정부는 은퇴가 예정된 경영자가 친족인 후계자에게 중소기업 주식을 증여할 경우 특정 요건을 만족하면 납부를 유예해주고 있다. 친족의 범위는 6촌 이내의 혈족과 배우자등이다. 납부 유예 요건은 유예 대상 주식을 지속 보유하고 상속인이 승계회사 대표를 역임하고 있어야 한다는 내용 등이다. 비상장 중소기업 가운데 이런 조건을 만족하는 회사들에게는 우선 납부 유예 상한선을 100%까지 확대했다. 또 납부 유예 이후 5년간 상시 종업원 고용 인원의 80%를 유지해야 한다는 조항에도 예외를 두기로 했다. 인력난을 감안해서 규정된 고용률을 유지하지 못하더라도 납부 유예를 유지한다는 내용이다.

납부 유예 제도는 이론상 영원히 유예받을 수 있다. 제시된 조건을 5년간 유지한 후에도 납부 유예 사유에 해당할 경우 납부 유예가 지속되기 때문이다. 납부 유예 연장은 상속인이 사망할 때까지다. 이 시점에서 친족에게 승계할 경우 또 다시 납부 유예를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승계 후 기업이 파산하더라도 유예 받은 세금은 면제해 주고 있다. 파산시 막대한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기업 승계를 꺼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독일은 가족재산권을 강조하는 문화 속에 일찌감치 가업 승계시 조세부담 완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06년중소기업 육성정책의 일환으로 기업승계 조세감면법안을 마련했다. 유럽 전역이 경기 침체에 허덕이던 2009년 이후에는 상속세 개혁법과 경제성장 촉진법이 시행되면서 상속 공제 제도를 강화했다. 현재 독일에서 기업을 상속할 경우 명목 최고 세율은 50%다. 그러나 직계가족이 기업을 물려받을 경우 명목 최고 세율은 30%로 낮아진다. 경영권 지분이라고 해서 세율을 할증하는 제도도 없다. 실효세율은 21.58%다.

상속 재산을 과세 대상에서 감면해주는 제도도 마련해놨다. 대기업이라고 해도 단계별 해당 금액 만큼은 동일한 감면이 적용된다. 일단 2600만 유로(약 350억원)까지는 사업용 자산의 85%~100%를 선택적으로 감면받을 수 있다. 2600만 유로를 넘어서는 상속 재산은 75만 유로마다 1%씩 감면율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9000만 유로(약 1200억원)까지 감면 제도가 이어진다. 상속인이 납부 능력이 없는 경우에는 또 다시 감면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상속세가 상속인이 기존 보유 재산과 상속 받는 재산 가운데 처분할 수 있는 재산의 절반을 넘어서는 경우 초과 금액의 납부를 면제해준다.

세제 지원 속에서 독일 기업들은 가족이 기업을 승계하는 모습이 일반화됐다. 다만 지난 2017년 상속세 및 증여세와 관련한 법을 개정하면서 관련 요건이 조금 엄격해졌다. 과거에는 대기업을 비롯해 세금 납부 능력이 충분한 기업들도 쉽게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었지만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면서 기준을 높였다. 눈여겨볼 부분은 20인 이하 사업장에도 고용유지 의무를 도입했다는 점이다. 종업원 5인 이하 기업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급여총액 유지 의무가 없다. 반면 6명 이상 사업장부터 5명마다 4단계로 나눠 일정 기간 고용을 유지하도록 했다. 고용 유지는 종업원들의 급여 총액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급여총액 유지 의무 기간은 5년에서 7년이다.

기업 승계를 적극 지원하는 일본이나 독일의 상속·증여세 제도는 국내 기업인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할증과세를 적용할 경우 최대 65%까지 치솟는다. 실효세율도 28.09%로 독일(21.58%)이나 일본(12.95%)을 웃돌고 있다. 가업 상속시 과세 공제 제도 역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상속공제 대상 기업의 범위를 3000억원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다. 금액은 20년 이상 경영해야 최대치인 500억원을 공제받을 수 있다.

독일, 사업용 자산에 상속 공제 제도 강화

공제를 받기 위한 요건이 까다롭다 보니 혜택을 받는 기업 역시 미미한 수준이다. 중견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가업상속공제제도 평균 활용 건수는 사후 상속 76건, 사전 증여 121건에 불과하다. 조병선 중견기업연구원장은 “국내에서는 공제 대상 기업 기준도 협소하고 10년간 업종변경 불가, 고용유지 등 사후관리 요건을 충족시키기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차라리 제도를 활용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며 “경쟁국들은 기업 승계를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도 공제 대상 기업 기준을 확대하고,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1491호 (2019.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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