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국내 첫 기업형 피트니스 브랜드 다룬 '2만원의 철학'] 거품 확 뺀 서비스로 피트니스 시장 접수 

 

구진완 대표의 성공 노하우… 가성비 중시하고 역세권 집중 공략

▎2만원의 철학 / 저자 정영재 / 출판사 중앙북스 / 가격 1만5000원
한때 ‘만원의 행복’이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단돈 만원으로 어떻게든 일주일을 버티라는 임무를 받은 연예인의 좌충우돌을 담은, 동명의 TV 프로그램 코너 인기에서 비롯됐다. 만원이 언뜻 보면 적지만 마음먹기에 따라 매순간 장도 보고, 선물도 하고, 신경 안 쓰던 주변 산책도 하게 해주는 액수라는 메시지다. 이 같은 발상의 전환이 프리미엄 전략에 매진하던 냉혹한 비즈니스 세계에 적용됐을 때 소비자는 환호할까, 아니면 고개를 저을까.

신간 [2만원의 철학]은 그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담았다. 월 2만원대 파격적 금액의 회원권을 제공하면서 피트니스 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국내 최초 기업형 피트니스 브랜드 ‘고투(GOTO)’와 운영사 앤앤컴퍼니의 구진완 대표 이야기다. 1977년생인 구 대표는 넉넉하지 않은 집안 형편 속에 자란 전형적 ‘흙수저’ 출신에다 초창기 사업 실패로 겪었던 아픔을 발상의 전환으로 승화했다. 중앙일보 스포츠부장을 역임하고 중앙콘텐트랩 스포츠전문기자로 일하는 저자도 책 서문에서 구 대표와의 첫 만남 순간을 이렇게 회상했다. ‘한 지인이 구진완 대표를 내게 소개했다. “피트니스 업계의 떠오르는 신예인데, 젊지만 남다른 철학을 갖고 기업을 운영한다”며 “흙수저 출신이다. 고졸에다 신용불량자 출신인데 피트니스 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모든 직원을 정규직으로 고용한다”고 귀띔했다.’

전형적 ‘흙수저’의 파란만장 성공기


▎사진:© gettyimagesbank
GOTO의 독특한 성공 스토리는 2010년 구 대표가 세운 ‘새마을휘트니스’ 1호점(서울 보라매점)에서부터 시작된다. 바로 GOTO의 전신이다. 지금도 비슷하지만 당시 피트니스 센터들은 ‘고액’의 연간 회원권 구매를 유도하는 전략을 많이 구사했다. 이렇게 목돈을 끌어 모은 후 하루아침 센터 문을 닫아버리는 무책임한 업체도 많아 소비자 원성이 자자했다. 업체와 소비자가 윈-윈(win-win)하는 사업 모델은 없을까.

구 대표와 새마을휘트니스 1호점은 그 고민에 대한 답을 발 빠르게 내놨다. ‘월 2만원에 GX가 무료.’ 당시 제작해서 배포해 회원들을 끌어 모은 전단지 홍보 문구다. 부가세 포함 월 2만2000원만 내면 누구나 센터 내 모든 시설을 이용할 수 있고, 강사가 진행하는 단체운동 프로그램인 GX에 참가할 수 있도록 했다. 당시 피트니스 센터를 이용하려면 최저 월 5만원 수준의 금액을 내야 했음을 고려하면 파격가다. 동종 업계에서 쏟아진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소비자들도 “너무 싼데 ‘먹튀(먹고 튀기)’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였다. 책에 소개된 구 대표의 생각은 이랬다. 첫째, 선진국인 미국과 유럽의 피트니스 클럽들은 이미 월 20달러 선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외려 한국만 너무 비싸다. 프리미엄 전략으로 괜히 소비자의 ‘허세’만 강요한다.

둘째, 자신의 아픈 경험으로 봤을 때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추구하는 승부수는 반드시 통할 것이다. 그는 월급 50만원을 받던 신용불량자 시절, 헬스장에 다니고 싶었지만 3개월 일시납 15만원이라는 금액이 부담스러워 동네 공원에서 운동해야 했다. 월 2만원으로 다수 회원을 확보하면 나도 살아남고 소비자들은 행복할 것이다. 내가 즐겨 찾던 ‘김밥천국’도 1000원짜리 한 줄 김밥으로 전국 매장을 1000개로 늘릴 수 있었다. 이렇게 시작된 2만원의 철학은 단지 가격 경쟁력만으로 통한 게 아니었다. 청결 유지를 위한 청소와, 늘 친절하다는 인상을 주기 위한 인사 같은 기본적 부분부터 철저히 했다. 전문성 강화와 프로그램 라인업 확대에 힘쓰는 한편, 시시각각 변하는 소비자 니즈나 시장 트렌드를 파악하는 데도 공을 들였다.

이용자들의 호평과 입소문 속에 새마을휘트니스는 3년 만에 10호점을 돌파하면서 급성장했다. 그리고 지난해 브랜드 이름을 GOTO로 바꿨다. 글로벌 진출까지 염두에 둔 네이밍이다. 이 무렵 낭보도 전해졌다. 국내 피트니스 업계 사상 최고치인 252억원 규모의 기관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월드스타 방탄소년단(BTS)에 투자한 것으로 잘 알려진 알펜루트자산운용 등이 그간의 성과뿐 아니라 성장 잠재력까지 높이 샀다. GOTO는 올해 현재 49개 지점, 500여 직원, 10만여 액티브 회원을 보유했다. 지금까지의 전략대로 향후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초역세권 시장 공략에 집중하는 한편, 대규모 투자 유치 여세를 몰아 부산과 대구 등지에서도 지역 거점을 확보해 전국 규모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100호점까지 개점하고 정규 직원도 1000명으로 확대하겠다는 구체적 계획까지 내놨다.

앤앤컴퍼니는 GOTO의 헬스 트레이너와 관리직 등 직원 전원을 업계 최고 대우의 정규직으로 두고 있다. 또 GOTO의 모든 지점은 프랜차이즈가 아닌 직영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가성비 추구 전략이 계속해서 통하려면 전문성 유지·관리가 생명이라고 구 대표는 봐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간편성 또한 장점이다. ‘프리패스’ 회원권을 등록한 GOTO 회원은 모든 지점에서 횟수 제한 없이 운동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아침 일찍 출근해 직장 근처 지점에서 운동하다가 주말이면 집 근처 지점에 가는 경우가 많다.

사업이 매번 순탄하게만 확장된 것은 아니었다. 투자 유치 이전 한때는 재무상의 난조로 직원들과 십시일반 돈을 모아 내부 증자로 버텨야 했다. 구 대표는 이 무렵 직원이 운전하던 자신의 차량까지 처분했다. 아예 반납을 하고나서 지금도 택시를 이용한다. ‘펀딩을 받고 보니 대표가 돈 한 푼이라도 허투루 쓰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252억원이 아니라 2000억, 3000억원을 펀딩 받을 수도 있는데 대표가 몸가짐을 더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앞서 구 대표는 젊은 시절 첫 직장에서 실망감을 느끼고 스물일곱 살 때 처음 창업을 결심해 뛰어든 발레·댄스학원 사업에서도 쓴맛을 봤다. 처음엔 잘 됐지만 충분치 않은 여력에도 무리하게 지점을 늘린 것이 화근이었다. 이후 잠시 디자인 회사도 설립했지만 죽도록 일해 월 100만원을 남기지 못했다. 다른 흙수저 출신의 성공한 사업가들처럼 구 대표 역시 자신의 뼈아픈 경험들을 매순간 교훈 삼고 있다.

별도 인물 인터뷰와 시장 분석 담아

저자는 깐깐한 기자의 관점에서도 인상적으로 접한 구 대표의 경영 철학과 성공 스토리를 이 책에 가독성 있게 담아냈다. 책 틈틈이 소개된 다른 인물 인터뷰나 국내외 피트니스 시장 현황 분석에서도 피트니스 산업에 관심이 많은 일반 독자나 예비 창업자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들이 엿보인다. 책에서 별도 인터뷰에 응한 김도균 한국스포츠산업협회장(경희대 체육대학원 교수)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가 열린 과정에서(국내에서) 피트니스가 기존의 ‘선택적인 것’에서 ‘생활 밀착형’ 개념으로 바뀌었다”며 “불황 없이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저자가 따로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전국 피트니스 클럽 매출은 2015년 1조1200억원 규모에서 2016년 1조2180억원, 2017년 1조4280억원으로 매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문화체육관광부 집계).

김 협회장은 구진완 대표의 성공에 대해 “틈새시장인 중소형 피트니스를 적절히 포지셔닝했다”며 “모든 지점을 직장인이 걸어서 갈 수 있는 역세권에 세워 이동형 직장인이 대부분인 국내 실정에 잘 맞는 사업구조를 갖춘 것도 주효했다”고 덧붙였다. 독자들이 하나 더 기억할 부분이 있다. 현재 GOTO 회원권 가격은 물가 인상분이 반영돼 새마을휘트니스 초창기보다 오른 상태다. 그래도 아직 월 2만원대다.

-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1496호 (2019.08.12)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