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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우진의 1인 회사 설립·운영 길잡이(18)] ‘천수답’ 벗어나 ‘기본 매출’ 챙기기 

 

고정 고객 확보해야 달성 가능… 잠재 고객에게 제안서 써볼 만

일감이 많지 않다. 매출이 충분하게 일어나지 않는다. 더구나 매출 기복도 크다. 여름 휴가철이 낀 7월에는 업황이 바닥에 떨어졌다. 8월도 상황이 호전되지 않을 게 확실하다. 더구나 7, 8월 방학 동안에는 소소한 대학 강사료조차 나오지 않는다.

기본적인 매출을 확보하면 회사를 꾸려가기가 덜 막막할 텐데. 월급이 따박따박 나오는 것처럼 매출이 따박따박 발생하는 흐름을 만드는 방법이 있다. 모르는 바 아니다. 정기적으로 교육 과정이 돌아가는 곳에 강사로 등록되면 된다. 기업 연수원과 공무원 연수원이 전국 곳곳에 있다. 지난해 강사로 나서면서 지인들에게 이런 희망사항을 말하면서 소개해달라고 부탁하곤 했다.

그러나 글쓰기 강사로서 인지도가 낮은 나는 연수원 고정 강사로 연결되지 않았다. 대학 교수나 강사들의 말을 들어보면, 차별화된 좋은 강의는 소문이 금세 난다는데. 내 강의는 ‘차별화된 좋은’ 등급이 아닌 것일까. 또는 내 강의는 ‘차별화’와 ‘좋은’ 두 특성을 모두 갖고 있지만, 차별화된 부분은 좋지 않고 좋은 부분은 차별화되지 않은 것일까. 즉, 내 강의 중 고유한 내용은 별로이고 좋은 내용은 다들 아는 내용일까.

일을 못 받았다고 자책하지 말라

개점휴업 기간이 길어지면 내 서비스에 대한 비판적 검토도 깊어진다. 교육 담당자들이 내게 들여준 다음과 같은 말도 떠올리게 된다.

“이번에는 신입사원 교육을 해주시고요. 다음에 직원 직무교육도 있으니, 연락드리겠습니다.”

“이번에 해주시는 강의 외에 저희가 연구원들 대상으로 첨삭지도 글쓰기 교육도 할 예정이에요. 첨삭 글쓰기 교육을 어떻게 진행할지 상의드릴게요.”

회사나 언론사, 기관과 ‘첫 거래’를 틀 때 듣곤 하는 말이다. 여운을 두는 이런 말은 ‘강사료가 그리 후하지 않은 편’이라는 양해의 말에 덧붙여졌다. 추가 교육을 하자는 연락은 드물었다. 재구매율이 매우 낮은 상태가 지속됐다. ‘다시 연락한다’는 말이 강사에게 으레 하는 인사치레일 가능성도 있다. 또 글쓰기 교육 계획이 틀어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재구매율은 고객만족도를 보여주는 실질적인 지표다. 재구매율이 낮다면 고객만족도가 매우 낮은 게 아닌지 점검해봐야 한다. 고객만족도가 매우 낮고 개선되는 추세가 보이지 않는다면 전면 대책을 마련해 실행해야 한다. 가망이 없다면 강의를 주력 사업에서 내리고 번역이나 저술에 더 힘을 기울여야 한다.

재구매율은 낮지만 고객만족도는 점차 향상돼 상급 수준에 이르렀다며 스스로 사기를 북돋웠다. 내 자신의 평가가 아니라 수강한 직장인과 학생들의 서술형 평가라면서. 그렇다면 일이 없는 시기에는 안정적인 고객을 찾아서 제안하고 확보하는 일에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 선배가 대학 강사 정보 사이트가 있다면서 일거리를 찾아보라고 귀띔했다. ‘하이브레인넷(hibran. net)’이다. 그 선배는 하이브레인넷을 보니, 마침 서울의 한 대학에서 낸 강사 모집 공고의 과목에 ‘논리적 사고와 글쓰기’가 있다고까지 알려줬다.

글쓰기 강의를 가천대 외에 대학 한 군데에서 더 하면 기본 매출이 조금이나마 늘어난다. 문화센터까지 합하면 고정 강의 처가 세 곳이 된다. 대학 강의는 비슷한 내용을 풀어낼 수 있어서, 들인 노력에 대해 더 보상을 받는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대학 강사료가 박하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글쓰기 강의는 한 학기에 두 곳은 하는 게 바람직하다(더 많은 학생이 내 차별화된 글쓰기 노하우를 배운다는 이점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각종 제안서를 쓰면서 보낸 한 달

강사 지원에 필요한 서류를 작성하고 발급받았다. 대학 졸업증명서, 석사 학위증명서, 각 성적증명서, 경력증명서를 뗐다. 경력증명서는 건강보험공단의 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로 대신하기로 했다. 가천대 겸임교수 자리에 신청할 때에도 이 서류로 경력증명서를 갈음했다. 무슨 일이건 자주 하면 능숙해진다. 가천대에 서류를 낼 때엔 대학 서류를 방문해서 발급받았다. 이번엔 간단히 온라인으로 뗐다.

당락은 자기소개서와 강의계획서에서 갈린다고 생각했다. 두 서류를 공들여 작성했다. 글쓰기 전문 강사들의 자기소개서를 비교해서 읽으면 참고할 사항이 많이 나오겠다는 생각도 나중에 들었다. 강의계획서는 실제 강의계획서와 다름 없이 적어야 했다. 15주 동안 가르칠 내용을 각각 구체적으로, 교재 중 어디를 참고해야 하는지까지 제시해야 했다.

강사 자리가 경쟁이 아니라 내가 단독으로 제안한다는 생각으로 서류를 작성했다. 지원서에 비해 제안서라는 단어는 사업 느낌을 준다. 제안서라면 상대방을 사업적으로 설득하는 데 주안점을 둬서 작성하게 된다. 이참에 가천대 2학기 강의계획서도 불특정 다수의 학생들에게 제안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작성해 올렸다. 1학기 강의계획서의 부족한 점을 보완했다. 매주 읽을 참고자료가 있다면 무슨 책의 어느 페이지인지를 고지했다.

그러고 보니 최근 제안서를 여러 곳에 써서 보냈다. 고정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었다. 글쓰기 강의를 한 어느 기관에는 추가로 ‘비판적 독해’도 강의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또 콘텐트를 공동 제작해 유튜브를 통해 서비스하자는 제안서를 작성해 발송했다. 하한기는 제안서를 쓰면서 잘 넘기고 있다. 제안서가 안정적인 매출로 이어지기를 기다릴 따름이다.

[박스기사] 제안서엔 이런 내용을 이렇게 전개하라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마련하려면 정기 고객을 확보해야 한다. 안정적 매출을 올리기 위해 고객 유입이 많은 새로운 아이템을 시작하는 방법도 있다. 새 아이템을 제공하려면 다른 사업자와 제휴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정기 고객 확보와 다른 사업자와의 제휴, 둘 다 첫 단계에 제안서를 써야 한다. 제안서는 어떻게 써야 할까. 즉, 무슨무슨 요소를 어떤 순서로 전개해야 할까. 참고할 만한 제안서의 유형 하나를 목차로 예시한다. 공동제작 제휴 제안서다. 사업 아이템이 다르고 ‘공동제작’이 아니라 ‘공급’을 제안하는 경우에도 이 제안서 유형을 활용할 수 있다. 내용에 따라 이 제안서를 응용하면 된다.

제휴 제안서에 담을 요소는 크게 세 가지, 즉 자기 회사 소개, 제휴할 사업 내용과 각자의 역할, 상대방을 선정한 이유다. 예시한 제안서에는 자사 소개가 둘로 나뉘어 담겼다. 자사 소개를 서두에 짧게 정리한 다음, 사업 내용을 제시하고 설명한 이후 그와 관련해 상세하게 서술했다. 예시한 제안서 중 ‘이 제안을 하기까지의 경과’는 이 경우 호소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추가한 요소다.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라는 표현이 있다. 영화 [대부]에서 돈 콜레오네가 한 말이다. 표현은 그럴듯하지만, 실은 ‘응하지 않을 경우 당신을 서슴 없이 살상하겠다는 위협’이다. 사업에서는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란 없다. 어느 제안이든 거절당할 수 있다. 제안자는 다만 수락될 가능성을 높일 뿐이다. 수락 가능성을 높이려면 자사의 차별적인 경쟁력과 사업 아이템이 유망함, 그리고 각자가 분담하는 역할을 잘 서술해야 한다.

※ 필자는 글쟁이주식회사 대표다. 동아일보·이코노미스트 등에서 기자와 편집장으로 일했다.

1500호 (2019.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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