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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의 이솝투자학] 부자 되기 가로막는 심리적 장애물 

 

베버 페히너 법칙과 ‘황소와 개구리’... 수수료를 감안한 실질 수익으로 펀드 평가해야

연못에서 물을 마시던 황소가 뒷걸음질을 치다 새끼 개구리를 밟았다. 불쌍한 새끼 개구리는 목숨을 잃고 말았다. 엄마 개구리가 연꽃잎에 앉아 햇볕을 쬐다 돌아와 이 처참한 광경을 보았다. “대체 어찌 된 일이냐? 누가 우리 막내를 이렇게 만들었어?” “덩치가 엄청나게 큰 짐승이 무서운 발굽으로 밟았어요.” 나머지 새끼들이 입을 모아 설명했다. “내 이놈을 당장 쫓아가서!” 엄마 개구리가 뜀박질을 하기 위해 뒷다리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새끼들이 엄마 개구리 앞을 가로 막았다. “안 돼요, 엄마 그 짐승 굉장히 커요!” “그까짓 녀석이 커야 얼마나 크다고!” 엄마 개구리가 숨을 훅 들이쉬어 배를 부풀리며 물었다. “이만큼 컷니?” “아니요!” 엄마 개구리가 숨을 훅 더 많이 들이쉬었다. 아까보다 배가 더 불룩해졌다. “이만큼 컸니?” “아니요!” 엄마 개구리가 얼굴이 새빨게질 만큼 힘을 주어 숨을 들이마셨다. 배가 빵빵하게 솟아올랐다. 새끼들이 아우성을 쳤다. “엄마 그만하세요! 아무리 해도 그 짐승만큼 크게 되지 못한단 말이에요.” 다시 한번 숨을 헉 들이쉬려는 순간 엄마 개구리가 풍선처럼 ‘펑’ 터져버렸다.


▎사진:© gettyimagesbank
새끼 개구리는 이미 엄청난 크기의 황소를 경험한 터다. 따라서 엄마 개구리가 제아무리 배를 부풀리며 황소 흉내를 내봤자 새끼 개구리들에게는 조족지혈이다. 새끼 개구리들이 황소로부터 받은 자극을 느끼게 하기 위해 엄마 개구리는 배를 급격히 팽창시켰지만 무리한 나머지 터져버리고 말았다.

베버 페히너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독일의 학자 에른스트 하인리히 베버와 구스타프 페히너의 이름을 딴 법칙인데, 자극의 강도와 사람의 감각 사이에는 일정한 비례 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설명해 주고 있다. 자극이 강할수록 자극의 변화를 느끼려면 변화의 차이가 커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양초 10개가 켜 있는 방에 1개를 더 켜면 방이 환해졌다고 느끼게 된다. 그러나 양초 100개가 켜 있는 방에 1개를 더 켜면 아무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위 우화에서 자신보다 수백 배나 덩치 큰 황소를 본 새끼 개구리는 엄마 개구리가 아무리 배를 불려도 상대가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베버 페히너 법칙에 따르면 양초 100개를 켠 방에서는 양초 10개를 더 켜야 양초 10개에서 하나 늘었을 때 정도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이처럼 인간의 감각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 자극의 강도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이다. 어떤 조건에서 자극을 받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는 의미다. 양초 하나를 켜는 경우 양초 100개가 켜진 방보다 캄캄한 방에서 켰을 때 훨씬 밝게 느껴지는 건 당연하다.

돈 소비엔 상대성 작용

베버 페히너의 법칙은 돈에 대한 감각에서도 잘 나타난다. 말하자면 돈 소비의 상대성이다. 1만원과 2만원의 차이는 크게 느껴지지만 19만원과 20만원은 같은 1만원의 차이인데도 별로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2만원짜리 스마트폰 보조 배터리를 1만원에 살 수 있다면 한참 걸어서라도 다른 가게로 간다. 그러나 20만원 하는 코드리스 이어폰을 다른 가게에선 19만원에 판다고 굳이 그리로 옮기지 않는다. 20만원을 쓸 때엔 1만원은 푼돈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큰 돈의 그림자에 가려 작은 돈이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인다면 부자 되기는 글렀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돈의 상대성은 큰 돈을 쓸 때 어김없이 나타나 가랑비에 옷 젖듯이 고생해서 번 돈을 소리 소문없이 사라지게 만든다. 베버 페히너 법칙은 우리 생활 깊숙이 파고 들어 푼돈 경시 풍조를 만드는 주범이랄 수 있다.

해외 여행을 할 때 큰 돈이 들어가는 항공권이나 숙박비와 비교하면 외식비는 상대적으로 저렴해 보여 카드를 마구 긁었다가 나중에 카드명세서에 외식비가 예상 외로 많이 나온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란 적이 있을 것이다. 큰 돈을 이미 써버린 터라 자질구레한 음식값에 대해선 감각이 무뎌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마구잡이식 소비를 하게 된 것이다. 결혼 준비를 예로 들어 보자. 집 장만이 가장 비중이 크다. 비싼 곳은 한 채에 수억원에 달한다. 집을 구입하느라 이미 큰 돈을 쓰고 난 다음엔 혼수, 예식장 비용, 신혼여행 경비가 상대적으로 싸 보이게 마련이다.

전세나 월세를 전전하다 내 집을 장만할 때도 이런 돈의 상대성이 작용한다. 오랫동안 심사숙고한 끝에 아이가 다닐 학교가 가깝고 생활이 편리하며 출퇴근 하기가 좋은 동네를 선택했다. 그런데 이사하면서 오래된 살림살이를 바꾸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새 집에 들어가는 만큼 낡아 시끄러운 세탁기와 냉장고, TV 등 가전제품은 새 것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나름의 명분을 세운다. 집 장만에 수억원이 들었는데, 그까짓 400만~500만원의 가전제품 교체 비용은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펀드는 날마다 가격이 변한다. 그래서 투자의 수익과 손실은 유동적이다. 오늘 수익을 냈다고 좋아할 수 없는 것이 내일은 악재가 터져 손실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보유 중인 투자상품의 손익을 매일 따지는 것이 무의미한 이유다. 그러나 투자에 있어 고정적이어서 움직이지 않는 것이 있다. 비용이다. 그런데 비용은 눈에 잘 띄지 않고 드러나지도 않는다. 더구나 투자금액에 비하면 푼돈 수준이다. 사람들이 수익과 손실에만 꽂혀 있지 비용을 간과하는 것은 그래서다. 그러나 비용을 얕잡아봤다간 큰 코 다칠 수 있다. 특히 1%의 수익도 올리기 힘든 저성장·저금리 시대에 비용은 수익 여부를 좌우하는 변수가 된다. 펀드를 잘못 골라 수익이 변변치 않다면 고정적으로 운용사에 바치는 보수 탓에 순수익이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더구나 투자기간이 길어지면 복리 효과까지 발생해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수수료는 펀드가 손실을 봤다고 인정을 베풀지 않는다. 수익이 날 때나 손실이 날 때나 꼬박꼬박 물린다.

가랑비에 옷 젖게 하는 수수료

수익률이 5%만 넘어도 성공이라는 초저금리 시대다. 초저금리가 고착화될수록 1%의 수익률을 추가로 올리기 위해서는 많은 리스크를 짊어져야 한다. 초저금리 시대엔 돈을 벌려고 덤볐다간 있는 재산도 지키기 어려워질 수 있다. 따라서 비용 절약의 가치는 높아지게 마련이다. 같은 값이면 비용이 적게 먹히는 펀드가 일단 수익률 게임에서 유리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펀드는 수수료와 보수를 매기는 방식에 따라 클래스가 달라진다.

펀드 이름 맨 뒤에 붙는 알파벳(A~F, I, S, W)이 해당 상품의 클래스다. 보통 은행이나 증권사 창구에서 파는 A, C클래스는 온라인상에서 거래되는 E, S클래스보다 비용이 많이 든다. 1000만원을 수익률 4%짜리 펀드에 투자한다고 가정할 때, 보수를 0.35% 떼는 S클래스 펀드는 보수가 1%인 다른 클래스펀드보다 3년 후 수익금이 21만6398원 많다. 투자기간이 길수록 금액 차이가 커져 10년이 지나면 90만5378원을 더 벌 수 있게 된다.

수수료를 선취하느냐 후취하느냐도 고려 사항이다. 선취수수료라는 것은 펀드 가입시 원금에서 일정 금액의 판매 수수료를 미리 차감한 후 나머지 금액이 펀드에 투자되는 것을 말한다. 후취수수료는 원금 전체 금액이 펀드에 투자되고 펀드 환매시 원금과 수익금을 합친 금액에서 수수료를 차감한다. 선취수수료와 후취수수료가 모두 같은 비율일 때는 가입시 한 번만 내면 끝인 선취수수료가 장기 투자에 유리하고, 후취수수료는 1년가량의 단기 투자에 유리하다.

물론 무조건 비용이 싼 펀드를 사라는 말은 아니다. 수익률 전망이 괜찮지만 비용이 비싼 펀드가 있다면 사라. 구더기 무서워 장 담그기를 그만둘 수는 없다. 그러나 돈의 상대성 때문에 비용이 별것 아니라는 착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 불필요한 매매를 자주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을 만들 수 있다. 투자에서 성공하려면 비용을 감안한 실질 수익으로 성과를 평가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 필자는 중앙일보 ‘더, 오래팀’ 기획위원이다.

1500호 (2019.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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