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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택지 상한제 땅값 감정평가 후폭풍] 정부가 제 발등 찍는 악수 될까 

 

감정평가금액, 시세보다 표준지공시지와 비슷… 표준지공시지가 올리면 분양가 인상 효과

▎재건축 공사를 위해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조성한 대지. 정부는 민간택지 상한제 땅값 산정을 공시지가 수준에서 하도록 관련 기준을 개정하고 있다.
정부가 10월부터 요건을 강화하기로 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둘러싸고 땅값이 도마 위에 올랐다. 분양가에 반영하는 땅값을 현행 기준보다 낮추기 때문이다. 상한제 분양가가 예상보다 더욱 내려갈 전망이다. 분양수입이 줄어들 재건축·재개발 조합의 반발이 거세다.

정부는 상한제 시행에 맞춰 민간택지 택지비 산정 기준을 대대적으로 손본다. 상한제는 택지비(택지가격+가산비용)와 건축비(기본형건축비+가산비)를 합쳐 분양가를 계산한다. 상한제 분양가는 건축비보다 분양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큰 택지비가 좌우한다. 건축비는 지역에 상관없이 비슷하고, 예상할 수 있지만 택지비는 복잡하기 때문이다. 현재 기본형건축비가 3.3㎡당 645만원이고 여기에 친환경 건축물 등 가산비용을 합친 건축비가 대개 3.3㎡당 800만~1000만원이다.

택지비가 분양가 좌우

택지가격은 공공택지에선 정해져 있다. 사업시행자로부터 사들인 공급가격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택지 시행자는 공동주택 용지를 추첨 방식으로 공급한다. 공급가격은 감정평가금액이다.

공공택지 이외에선 택지공급가격이 없다. 2007년 9월 노무현 정부가 민간택지 상한제를 도입할 때 민간택지 택지가격을 감정평가금액으로 검토했다. 민간 사업자는 사업예정지 내 사업부지를 필지별로 시장가격을 주고 사야 하므로 택지매입비용이 감정가격과 차이가 크게 난다는 게 논란이 됐다. 민간택지 택지가격은 매입가격으로 결정됐다. 택지비 부풀리기 등을 방지하기 위해 감정가격 120% 이내라는 단서를 달았다. 매입가격 인정 범위는 2012년 감정가격 120% 이내나 개별공시지가 150% 이하로 넓어졌다. 당시 정부가 추진하던 민간택지 상한제 폐지가 지지부진하자 규제를 완화한 것이다.

경매·공매 낙찰가격과 국가·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으로부터 매입한 가격도 매입가격으로 인정받는다. 조합원의 현물 출자 방식인 재건축·재개발 택지가격은 매입가격이 없다. 그래서 2007년 민간택지 상한제 도입 때부터 감정평가금액으로 정해졌다. 감정평가는 자치단체장이 정하는 감정평가기관 두 곳이 맡는다. 두 기관의 산술평균금액이 감정평가금액이다. 감정평가 방식은 별다른 제한 없이 일반적인 토지 감정평가 방식을 따르게 했다.

그런데 이번에 정부는 감정평가 절차와 방식을 까다롭게 했다. 감정평가기관 두 곳에 시도지사가 추천한 기관을 포함하게 하고 한국감정원이 감정평가금액을 검증하도록 했다. 봐주기식 감정평가를 못 하게 하겠다는 뜻이다. 여기다 감정평가 방식을 아주 깐깐하게 했다. 사업부지를 조성하는 데 필요한 원가 기준으로 산출하고 개발이익을 반영하지 못하게 했다. 감정평가금액이 공시지가와 많이 차이 나면 자치단체가 재평가하게 했다. 결국 공시지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범위에서 감정평가해야 하는 셈이다. 정부는 “민간택지의 감정평가 절차를 명확히 해 감정평가 금액이 과다하게 산정되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감정평가 금액이 내려갈 것으로 본다. 지금까지 감정평가금액은 시세와 비슷했다. 관련 법령도 ‘시장가치’로 감정평가액을 결정하게 하고 있다. 시장가치는 ‘시장에서 거래가 성립할 가능성이 큰 가격’이다. 시세나 마찬가지다. 원가 중심으로 감정평가하고 표준지공시지가와 차이가 크게 나지 않게 하면 감정평가금액은 시세보다 표준지공시지가에 더 가까워진다. 정부는 올해 표준지공시지가가 시세의 64.8%라고 지난 2월 밝혔다. 표준지공시지가의 1.54배가 시세이다. 한 감정평가사는 “표준지공시지가보다 30% 넘게 비싸면 재평가 대상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2010년대 초반 상한제 적용을 받은 재건축·재개발 단지들의 택지가격 감정평가금액은 표준지공시지가의 2배가 넘었다. 2013년 10월 분양한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옛 청실)이 2.3배, 2014년 9월 서초구 서초동 옛 삼호1차인 서초푸르지오써밋은 2.8배였다. 강북 재개발 단도 비슷했다. 2011년 성동구 성수동 옥수12구역 재개발 단지인 래미안옥수리버젠은 2.5배였다.

당시엔 표준지공시지가의 시세 반영률이 지금보다 낮았고 감정평가금액이 시세 수준으로 후했기 때문이다. 래미안대치팰리스가 분양한 2013년 대비 강남구 대지 가격 상승률이 30%인데 같은 기간 래미안대치팰리스 공시지가는 두 배가 넘게 올랐다. 과거 공시지가가 그만큼 낮은 것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공시지가 수준으로 땅값을 책정하면 강남에서 비싼 단지도 3.3㎡당 4000만원 넘게 받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조합들은 사업성이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강남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일반분양분 분양가보다 조합원 분양가가 더 비쌀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재건축을 하지 말라는 소리냐”고 따졌다.

일부에선 공공택지 공급가격과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다. 정작 무주택 서민을 위한 공공택지에선 택지공급가격을 시세에 가까운 감정평가금액으로 올려 분양가를 높이면서 민간택지 감정평가금액만 억누른다는 것이다. 2015년 공공택지 전용 85㎡ 이하 용지 공급가격 기준이 조성원가의 1.1배 이하에서 감정평가금액으로 바뀌면서 가격이 뛰었다. 고분양가 논란이 일어 분양이 미뤄지고 있는 경기도 과천시 과천지식정보타운 택지공급가격은 조성원가의 3배에 가깝다. 2017년 공급된 위례신도시 공동주택용지 가격은 조성원가의 1.8배였다.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한 민간택지 땅값 감정평가의 불똥이 정부로도 튀고 있다. 정부의 주요 정책인 공시가격 현실화와 상충하기 때문이다.

공시가격 현실화를 위해 공시지가를 올리면 정부가 가격을 더욱 낮추려는 상한제 분양가를 되레 올려주는 모양새가 된다. 앞서 정부는 올해 공시가격 현실화를 위해 올해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을 소폭 올렸다. 지난해와 비교해 표준지공시지가 62.4→64.8%, 표준단독주택 51.8→53%다. 정부는 올해 전체적인 시세반영률 제고보다 유형별 형평성에 공시가격 현실화의 초점을 뒀다. 상대적으로 높은 공동주택 시세반영률은 유지하고 토지와 단독주택 시세반영률을 우선 올린 것이다.

상한제 목적 유명무실해질 수도

표준지공시지가 상승에 따른 상한제 분양가 인상 효과가 얼마나 될까. 서초구 반포동 일대 공동주택 용지 표준지공시지가가 올해 3.3㎡당 5025만원으로 지난해(3570만원)보다 1500만원가량(41%) 상승했다. 이를 분양가로 환산하면 3.3㎡당 500만원 차이다. 강남구 개포동 일대에선 올해 표준지공시지가가 3.3㎡당 600만원 올라 분양가는 3.3㎡당 200만원 인상 효과가 있다. 내년 반포동 일대 표준지공시지가 상승률이 20%이면 3.3㎡당 1000만원 상승하고 상한제 분양가는 3.3㎡당 300만~400만원 정도 오른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규제가 제 발등을 찍는 셈”이라며 “정부 정책은 일관성과 합리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 안장원 중앙일보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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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1호 (2019.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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