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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으로 읽는 경제원리] 무식하면 용감해지고 잘알면 겁 낸다? 

 

'톰 소여의 모험'의 ‘더닝크루거 효과’... 능력 없는 사람이 자신을 과대평가

“토 오오옴~~~!” 오늘도 폴리 이모는 역정을 낸다. 좀처럼 책상 앞에 엉덩이를 붙이고 있지 못하고 학교 빼먹기는 일도 아니면서 지독하게 씻기 싫어하며 지지리 말도 안 듣는 말썽꾸러기, 그런데도 왠지 정이 가고 밉지 않다. 이 아이가 톰 소여다. 마크 트웨인은 톰 소여에 대해 ‘내가 아는 세 소년의 성격을 결합시킨 인물’이라고 했다. 톰 소여(일명 톰)보다 더 게으르고 제멋대로면서 절대로 씻지 않고 욕도 잘하는 친구 허클베리핀(일명 허크)도 합성된 인물이다. 1800년 중반 미국 미시시피강 기슭에는 실제로 이런 아이들이 살았다.

성장소설의 전형인 된 [톰 소여의 모험]은 1876년 발간됐다. 책에 나온 모험담은 그보다 30~40년 전 마크 트웨인이 미주리주 한니발에 살 때 들었다고 한다. 미국은 1803년 프랑스로부터 광대한 루이지애나(현 미주리주, 캔자스주, 오클라호마주, 사우스타코다주, 몬타나주 등을 포함하는 지역)를 사들였다. 1830년대면 미국 동부에서 건너온 사람들이 한창 서부 개척에 나설 때다. 마크 트웨인은 이때를 배경으로 가장 미국적인 방식으로 미국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미국인들이 그를 ‘미국 문학의 기둥’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 때문이다.

톰의 좌충우돌 모험기

말썽꾸러기 톰은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번뜩이는 기지로 어려움을 헤쳐나간다. 폴리 이모는 친구와 싸운 톰에게 벌을 내린다. 울타리를 하얀 페인트로 칠하란다. 높이 3m 길이 27m의 넓고 긴 울타리라 금쪽같은 토요일 하루를 꼬박 털어넣어야 한다. 놀리러 다가온 친구 벤에게 톰이 말한다. “우리같은 애들에게 페인트칠을 할 기회가 날마다 있는 것 같니?” 멋있게 붓으로 페인트칠을 하고, 칠한 것을 음미하는 톰을 본 벤은 마침내 말한다. “나도 한번 해보면 안돼?” 톰은 깨닫는다. 어떤 물건을 부러워하게 만들려면 그것을 쉽게 손에 넣을 수 없도록 만들면 된다고. ‘희소성’을 부여하면 수요가 생긴다는 경제학 원론과 맥이 통한다. 또 하나. 같이 몸을 써도 돈 받고 억지로 하면 노동이지만, 즐거워서 스스로 하면 놀이가 된다.

넘치는 톰의 호기심 탓에 기어이 사고가 난다. 톰과 허크는 자정 공동묘지에 인디언 조가 의사 스티븐을 살해하는 것을 목격한다. 살인혐의는 주정뱅이 포터가 뒤집어썼다. 톰과 인디언 조의 긴 악연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톰 소여의 모험]을 읽다 보면 공감할 때가 많다. 부모님에게 야단맞은 후 홧김에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싶다던가, 마음에 드는 여자친구(혹은 남자친구)의 질투를 유도하기 위해 다른 아이와 친한 척 해본 적이 있다던가, 학교에 가기 싫어서 꾀병을 부려본 적이 있다면 말이다. 사내라면 공감은 더 커진다. 해적되기, 나만의 아지트 만들기, 보물찾기…. 공상속에 빠져 살아도 마냥 행복하기만 했던 그 시절의 추억을 소환해 내는 재미가 있다.

그래도 톰은 좀 별나긴 했다. 몇번이나 마을을 뒤집어 놓는다. 해적이 되겠다며 하퍼, 허크와 함께 잭슨섬에 숨어들었다 사라져 폴리 이모를 드러눕게 만든다. 그러다 자신들의 장례식 날, 짠하고 나타나 마을사람들은 기절초풍. 법정에서는 사형이 확실했던 포터의 무고를 밝혀 마을의 영웅이 된다. 여자친구 베키와는 맥도갈 동굴에 놀러갔다가 3일간 실종돼 마을사람들을 혼비백산하게 만든다. ‘알밤과 키스’ 세례를 받을 일을 번갈아 한 셈이다.

비단 톰뿐 아니다. 아이들은 왜 모험을 좋아할까. 반대로 어른들은 왜 아이들에 비해 모험을 꺼릴까. 행동경제학은 이를 ‘더닝크루거 효과’로 설명한다. 더닝크루거 효과란 능력이 없는 사람은 자신을 과대평가하고, 능력이 있는 사람은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을 말한다. 쉽게 말해 ‘무식하면 용감’하지만 ‘알면 겁쟁이’가 되는 현상이다.

1995년 미국 피츠버그에서는 대낮에 한 중년 남성이 마스크도 쓰지 않고 은행을 털었다. 그는 자신의 얼굴에 레몬주스를 뿌렸는데 그러면 감시카메라가 자신을 찍지 못할 것이라 믿었다고 한다. 약물복용이나 정신이상이 아니라 과학상식을 잘못 알고 있었던 게 원인이었다. 코넬대 심리학자 더닝은 이 뉴스를 듣고는 ‘어떻게 저렇게 멍청할 수 있지’라고 생각을 해봤다고 한다. 그러면서 대학원생 제자인 크루거와 함께 그 의문을 캐기 위한 실험을 실시했다. 더닝과 크루거가 학부생들에게 자신의 상대 성적을 추정해보라고 했더니 성적이 낮은 학생일수록 자신의 예상 성적이 높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대로 성적이 높은 학생은 스스로의 예상 성적을 낮게 평가했다.

더닝과 크루거는 이어 일반인들에게 총기에 대해서 물어 보니 총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일수록 강한 확신을 갖고 있었다. 반면 총을 알수록 총을 무서워했다. 더닝과 크루거는 “능력이 없는 사람은 자신이 더 잘할 것이라 오해하고 있고, 능력이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더 잘할 것이라 오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더닝크루거 효과를 그래프로 나타내면 지식이 적을 때 자신감이 크지만 지식이 증가하면 자신감이 감소한다. 그러다 전문가가 되면 자신감이 다시 상승하는 U자곡선을 그리게된다.

톰은 해적이 되겠다며 무인도로 가고, 사마귀를 없애겠다며 자정 공동묘지에 간다. 또 보물을 찾기 위해 유령의 집에 가고, 살인마 인디언 조를 미행한다. 탐험가 흉내를 내며 베키와 함께 동굴 깊숙이 들어갔다가 길을 잃는다. 자정에 공동묘지를 간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살인마가 얼마나 두려운 존재인지, 동굴의 거미줄 같은 어둠속 미로가 얼마나 공포스러운지를 톰이 알았더라도 모험을 단행할 수 있었을까.

실제 톰은 여러 차례 죽을 고비를 넘긴다. 잭슨섬에서는 허리케인을 만났고, 유령의 집에서는 인디언 조에게 발각 직전까지 간다. 맥도갈 동굴에서 탈진에 이른다. 톰의 기지도 뛰어났지만 운이 따르지 않았더라면 불행한 결과로 끝이 날 수도 있었다. 무인도의 거친 비바람 속에서도 통나무 속에 잔불씨가 남지 않았더라면, 유령의 집 2층으로 향하는 나무계단이 낡지 않았더라면, 맥도갈 동굴의 틈으로 때마침 빛이 비춰오지 않았더라면 말이다.

톰은 모험을 끝낸 후 며칠간 병상에서 보낸다. 그만큼 식겁을 했다는 얘기다. 톰은 맥도갈 동굴에 갇혀 굶어죽은 인디언 조에 대해서도 동정심을 느낀다. ‘이 악당이 받았을 엄청난 고통’을 자신의 경험으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모험의 단맛과 쓴맛을 모두 알아버린 지금, 톰은 다시 모험에 나설 수 있을까. 후속으로 마크 트웨인이 톰 소여의 이야기를 쓰기보다 허클베리핀을 택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있어 보인다.

더닝크루거 효과는 조직에서 경험 많은 책임자들이 정작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때 망설이는 이유로도 설명이 된다. 실패의 가능성과 그 후폭풍을 너무 잘 아는 나머지 과감한 선택을 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다 선택의 타이밍을 놓쳐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경우도 생긴다. 경제전문가들이 의외로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에 약한 이유다.

인터넷을 통해 여론을 수렴할 때는 특히 더닝크루거 효과를 조심해야 한다. 비전문가들의 목소리는 큰 반면 전문가들의 목소리는 작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국가간 분쟁에서 강경대응을 주문하는 여론의 경우 외교 분야에서 비전문가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꼭 정답이라는 뜻은 아니다. 전문가의 과도한 신중함은 감안하고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

온라인에서 비전문가의 목소리가 더 큰 법

마크 트웨인은 필명이다. 본명은 사무엘 랭그혼 클레멘스. 마크 트웨인은 ‘두 길 물속’을 뜻한다고 한다. 배밑으로 수심이 두 길(3.7m 내외)이니까 지나가기 안전한 지역이라는 뜻이다. 미시시피강 수로안내인들은 조타수를 향해 ‘마크 트웨인!’이라고 외치곤 했다고 한다. 마크 트웨인은 자서전에서 “내가 글을 쓰는 것은 언제나 놀이였지 노동이었던 적이 없었고 그 일을 마치 당구처럼 즐겼다”고 말했다. 마크 트웨인 글이 재밌는 이유가 아닐까.

- 박병률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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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3호 (2019.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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