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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경 기자의 Who’s next | 밸런스히어로 이철원 대표] 금융 불모지 인도에서 핀테크 개척 

 

다운로드 7000만건, 거래 9000만건 돌파... 금융 소외계층 겨냥 소액 대출·보험상품 출시

▎이철원 밸런스히어로 대표는 인도 시장을 “처음에는 굼뜨지만, 달리기 시작하면 빠른 코끼리와 같다”며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 사진:김경빈 기자
현재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가장 주목 받는 지역은 동남아시아다. 가파른 경제 성장과 더불어 스마트폰 보급률이 큰 폭 상승하고 있어서다. 이는 정보통신기술(ICT)에 기반을 둔 유통·교통·정보의 혁신으로 이어진다. 말레이시아의 승차공유 회사인 ‘그랩’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고젝’ ‘토코피디아’ 등 유니콘 기업의 등장이 이를 입증한다. 흥미롭게도 이들 기업은 모두 페이 등 핀테크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소득 수준의 상승으로 ‘금융’과 ‘신용’의 개념이 자리 잡고 있으며, 스마트폰을 이용한 전자 결제 시장이 빠르게 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 속에 적지 않은 기업인들은 인도로 움직이고 있다. 경제성장률·스마트폰 보급률 등 여러 지표가 인도를 다음 엘도라도로 가리키고 있어서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경제 혁신 정책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밸런스히어로란 한국 스타트업이 인도 핀테크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인도 소액 결제 시장에서 여러 대기업과 어깨를 견주며 5위(건수 기준)를 기록 중이다. 최근에는 IMM인베스트먼트·NH투자증권·IBK캐피탈·신한캐피탈 등이 참여한 시리즈 C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여태까지 누적 투자금액은 740억원.

이철원 대표를 만나 인도 핀테크 시장의 현황과 전망, 밸런스히어로의 성장 가능성 등을 물었다. 이 대표는 2000년 e삼성에서 구매대행 마켓플레이스를 만들었고, 국내 첫 나스닥 상장사 와이더댄에서 활동하며 글로벌 비즈니스를 경험했다.

밸런스히어로는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나.

“인도의 10억명 금융 소외자를 대상으로 대출·결제·상거래·보험 등을 제공하는 금융 중개인 역할이다. 현재 인도에 80만 명의 리셀러(금융 중개인)를 확보했으며, 이들이 소외계층에 금융 서비스를 대신 제공한다. 인도는 선불제 충전식 페이 서비스 사용자가 늘어나고 있다. 만약 10억 명이 한 달에 3~4번 충전한다면 월 30억~40억건의 거래가 일어날 것이다. 이 충전을 장악하면 결제 서비스로 확장하기 좋다. 이 앞 단계인 잔액 확인 서비스부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충전, 또 다른 결제나 금융 서비스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

리셀러의 역할은 무엇인가.

“리셀러들이 디지털 페이를 할 수 없는 지인들을 대신해 전기료 지급, 스마트폰 구매 등 현금거래를 대신 하거나 보험상품에 가입해 준다. 일종의 결제대행, 보험·대출 중개인이다.”

처음부터 인도 시장을 겨냥한 이유는.

“핸드폰 시장이 스마트폰으로 넘어가며 새로운 사업을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었고 2014년 밸런스히어로를 시작했다. 과거 회사에서 인도와 동남아 사업을 담당했기 때문에 인도는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정보통신(IT) 분야에서 인도는 멀게 느껴지지만, 성장성과 성숙도 면에서 이만큼 좋은 시장도 없다.”

성장성·성숙도는 중국이 낫지 않나.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더 높지만, 10여 년 전과 비교하면 환경이 크게 변했다. 스마트폰 가격이 오르고 인프라가 발전하는 등 초기 시장으로서 매력은 줄었다. 인도는 지금이 적기며, 모디 정부가 들어서며 더 활력이 붙었다. 인도 시장은 뛰는 데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뛰기 시작하면 빠른 코끼리와 닮았다.”

카스트 제도가 성장을 가로막지 않나.

“계급 문화가 남아 있고 빈부 격차도 굉장히 심하다. 다만 변화가 더딜 뿐이지 꾸준히 경제성장을 일구고 있다. 연 250만~1500만원 정도 버는 중산층이 현재 8억~10억 명에서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10년 뒤면 큰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

인도에는 은행 등 금융서비스가 없나.

“은행이 있지만 일종의 라스트마일(통신의 마지막 연결 구간) 문제가 있다. 인도 인구의 70%는 시골에 사는데, 은행 지점은 시골 곳곳에 깔리지 못했다. 이들은 여전히 현금으로 생활하고 있으며, 온라인 디지털 페이먼트에 소외돼 있다.”

인도에서 은행 면허를 받았나.

“은행 면허는 아니다. 현금을 인출하는 등의 여수신 기능은 없다. 인도 중앙은행으로부터 디지털 결제를 할 수 있는 월렛(지갑) 면허를 받았다. 현재 이 면허를 받은 업체는 40여 곳이며, 외국 업체는 밸런스히어로와 미국 아마존 둘 뿐이다.”

사용자는 확보 노하우와 시장 순위는.

“지인을 소개하면 포인트를 지급하는 네트워크 마케팅이 핵심 전략이다. 리셀러 소개 방식으로 늘리는 중이다. 현재 인도 진출한 구글페이·와츠앱 등과는 공략 대상이 다르다. 인도에서 실제 활동하는 회사는 10~15개다. 각자 목표 사용자가 다르지만, 대형 4개사를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거래량을 확보하고 있다. 리셀러로 시장에 접근하는 회사는 밸런스히어로가 거의 유일하다.”

‘올라’의 소액결제 시장 진출 가능성은 없나.

“동남아에서는 승차공유 회사인 그랩이나 고잭이 페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올라도 자연스럽게 접근할 것이다. 다만 인도의 핀테크에서는 충전이 가장 중요한 매개체다. 올라가 직접 충전에 뛰어들기는 어려워 보인다. 우버와 경쟁이 치열하기도 하다.”

시장 잠재력은 얼마나 되나.

“인도의 스마트폰 인구는 4억 명, 피처폰 인구는 7억 명이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매년 5000만~1억 명씩 늘고 있다. 온라인 결제가 가능해진 사람들이 늘어나는 거니 그만큼 시장도 커진다. 인도는 디지털페이가 아직 확대되지 않아 e커머스 시장도 성장이 정체된 상태다.”

현재 건당 거래액이 너무 적지 않나.

“현재 1000루피(약 1만7000원) 이하 결제에 집중하고 있다. 거래액이나 건수 모두 성장하는 추세다. 회사의 수익 모델은 수수료가 아닌 대출·할부 등이다, 최근에는 5천루피 현금 대출도 추가했고 소액 단기 론 상품도 만들 계획이다.”

금융 사용자들의 신용평가 모델이 있나.

“인도는 디지털 결제 인구가 적다 보니 7000만 명 정도만 신용도가 있다. 한국과 같은 신용평가사도 없다. 밸런스히어로는 현재 7000만 명 정도의 데이터를 확보했으며, 더 많은 활동이 일어나면 상환 데이터도 쌓을 수 있게 된다.”

인도 정부의 입장은 어떤가.

“핀테크 등 디지털 정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비대면 금융 생활이 활성화되는 등 빠르게 디지털로 전환하고 있다. 현금 밖에 못 쓰는 사람들을 바꾸는 방향으로 도전하고 있다. 인도 소비자들도 과거 계 등 커뮤니티에서 탈피해 디지털을 받아들이고 있다.”

해외 진출이나 상장 목표는.

“투자자들에겐 엑시트 플랜이 중요하다. 다만 상장은 2021년에야 고민해야 할 문제다. 상장한다면 나스닥 가능성이 가장 크다. 해외 시장은 인도만으로 족하다.”

중년의 나이에 창업 전선에 뛰어든 이유는.

“미국은 40~50대 창업자도 많지만 15~20년 경험을 인도 비즈니스에 쏟고 싶고, 인생의 마지막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동료·후배 창업자에게 조언이 있다면.

“글로벌 시장은 인도로 공략해라. 인도는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 된 민주주의 국가인 동시에 영어 사용이 우수하며 해외 서비스에 대한 거부감이 없으며 시장 면에서 가장 거대하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인도서 성공하면 글로벌 가는 교두보는 자동으로 확보 될 것이다. 스쳐도 성공한다. 인도가 글로벌이다.”

1506호 (2019.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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