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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금리 내린 연준, 한국은?] 당분간 경기 흐름 지켜보는 ‘관망 모드’ 

 

국내외 여건 불확실성 커서 내릴 가능성… 한미 금리차 좁혀져 여력 생겨

미 연준이 10월 30일(현지시간) 연방기금금리를 0.25%포인트 내렸다. 올 들어 세 번째 인하다. 동결에 무게를 두면서도 금리를 더 내릴 여지도 남겼다. 국내 금리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시중은행에서는 이미 0%대 예금금리가 나왔지만 경기를 감안하면 금리를 더 내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대미문의 0%대 금리시대에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 금융·부동산시장 등의 반응과 전망을 살펴봤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10월 30일(현지시간) 연방기금금리를 0.25%포인트 내린다고 밝혔다. / 사진: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0월 30일(현지시간) 통화정책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FFR)를 0.25%포인트 내려 1.50~1.75% 수준으로 낮췄다. 올 들어 지난 7월 말과 9월 중순을 포함해 세 차례 연속 인하다. 그러면서 당분간 기준금리를 더 내리긴 어렵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졌다.

연준은 성명에서 “노동시장이 강하고 경제활동이 적정한 비율로 증가하고 있다”면서 견고한 일자리 증가, 낮은 실업률, 가계지출 증가 등을 꼽고, 지난 12개월간 인플레이션도 연준의 목표인 2%를 밑돌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기업 투자와 수출이 약화됐다고 평가하면서 “미미한 인플레이션 압력뿐만 아니라 경제 전망에 대한 글로벌 전개 상황의 ‘함의’에 비춰 기준금리를 인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미 연준, 내년에 금리 더 내릴 여지 남겨


당분간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에도 무게를 뒀다. 연준은 이날 성명에서 9월 성명 문구 중 ‘경기 확장을 지속하기 위해 적절히 행동하겠다’는 문구를 삭제하고 대신 ‘(기준금리) 목표 범위의 적절한 경로를 평가하겠다’는 문구를 추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성명의 수정된 부분은 연준이 당분간 금리를 현재 상태로 유지하거나 최근 3번의 인하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평가할 준비가 돼 있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기자회견에서 “경제와 관련해 들어오는 정보가 우리 전망과 대체로 일치하는 한 현재의 정책 기조는 적절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연준의 금리 인하는 투표에 참여한 위원 10명 중 8대 2의 찬성으로 결정돼 이번에도 만장일치 찬성을 얻진 못했다.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에릭 로젠그렌보스턴 연은 총재는 지난 7월, 9월 FOMC와 마찬가지로 금리 동결을 주장했다. 제롬 파월 의장 취임 이후 기준금리 결정 과정에서 만장일치가 깨진 것은 이번에 네 번째다.

연준은 글로벌 금융위기 와중인 지난 2008년 12월 기준금리를 0.00~0.25%로 인하하면서 사실상 ‘제로 금리’로 떨어뜨렸다. 이후 미국의 경기가 회복되면서 2015년 12월, 7년 만에 금리를 올린 것을 시작으로 긴축 기조로 돌아서 2016년 1차례, 2017년 3차례, 지난해에는 4차례 등 총 9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그러다 미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주요국의 저금리 정책에 영향을 받아 지난 7월 말, 10년 7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내렸고 9월에도 0.25%포인트 인하했다.

미국이 내년에 금리를 더 내릴 여지도 있다.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연율 1.9%로 시장 예상치(1.6%)보다는 높아 선방했다는 평가가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인 3%대 성장은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더구나 미국 제조업 생산이 9월까지 석달째 감소세를 이어가면서 내년 경기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미국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수렴하고, 앞선 법인세 감면 등의 효과가 마이너스(-)로 반전되는 점, 높은 난도의 미중 협상이 예정됐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내년에도 연준의 금리 인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경민·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반대 소수의견이 나올 정도로 논란이 상당한 가운데 연속 3회에 걸쳐 금리 인하가 이뤄졌다는 사실 자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인하는 경기가 나쁘지 않은데 확장을 더 연장하기 위해 금리를 내리는 이른바 ‘보험성 인하’의 범주를 넘어선 중기적인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로 평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다만 연속 인하 이후 속도 조절론이 구체화한 만큼 내년 1분기로 예상했던 추가 인하 시점 전망을 내년 상반기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다시 인하하면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방향과 국내 금리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는 10월 31일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 “대체로 시장 기대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윤 부총재는 이날 오전 한은 본관에서 연준의 결정과 관련한 상황점검 회의를 주재한 후 기자들과 만나 이처럼 말했다. 윤 부총재는 금융시장의 평가임을 전제하며 “의결문에는 다소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으로 해석될 부분이 있었다”면서도 “파월 의장의 간담회 내용 중 일부는 비둘기적(통화완화 선호)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시장금리가 하락하고 주가가 상승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금리 인하에 시장 반응이 대체로 주가 상승, 금리 하락으로 적용된다고 한다면 세계 경제 성장세를 지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 경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일정 부분 가져올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은의 통화 정책 영향에 대해서는 “자본 유출 등의 우려를 일정 부분 완화할 수 있다고 본다”며 “다만 연준의 정책금리 방향이 유일한 고려 사안은 아니고 여러 사안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므로 큰 폭의 영향을 미친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에선 연준이 당분간 금리를 동결하겠다는 메시지를 시사한 만큼 한은의 통화정책도 경기 흐름을 지켜보는 ‘관망 모드’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다만 한국 경제가 주춤한 상황에서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점을 고려하면 한은이 금리를 더 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인하 사이클’ 중단이 곧바로 ‘긴축 사이클’로의 전환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취지로 언급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른바 ‘보험성 인하’를 종료하되 시장에 ‘매파적’인 인상은 주지 않도록 메시지에 균형을 뒀다고 보는 것이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FOMC 결과에 대해 “인하가 끝나면 인상으로 전환하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산하기 전까지 인상은 아니다고 명확히 제시하며 긴축으로의 전환 우려를 통제했다”고 평가했다. 연준이 인하 가능성을 닫진 않았지만 당분간 금리를 동결한다는 방침을 강력 시사하면서 한은의 금리 인하 기대감도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당분간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점에서 한은의 금리 인하 기대도 약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10월 한은이 성장 둔화에 대응해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를 단행한 점을 고려하면 경제 성장세가 더 악화하지 않으면 한은의 금리 인하는 지연될 것으로 본다”며 “시장금리도 이전과 같은 큰 폭의 하락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구혜영 미래에셋대우 연구원도 “한은도 10월 통화정책에서 강조한 것과 같이 지난 두 차례 금리 인하 효과를 점검하면서 내년 상반기까지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경기 하강 가능성이 큰 여건을 고려할 때 한은이 금리를 더 내릴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는 기대도 여전히 강하다. 한은은 지난 7월에 이어 10월에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렸다. 국내 기준금리가 연 1.25%로 하락하면서 한미 간 금리 격차가 벌어졌지만, 연준이 이번에 금리를 연 1.50∼1.75%로 0.25%포인트 내리면서 한미 금리 격차는 다시 좁혀지게 됐다. 한은의 금리 인하 여력이 커진 것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이 금리를 인하한 데다 국내 성장률이 예상보다 크게 둔화한 점을 고려하면 한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도 “연준의 금리 인하로 자본유출 우려가 덜어졌다는 점에서 한은의 추가 인하 여력이 커졌다”며 “경제 둔화 우려에 대한 선제 대응 가능성을 고려하면 연내 추가 인하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 경제성장률 예상보다 크게 둔화


▎미 연준이 금리를 내린 10월 31일 오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중구 한국은행으로 출근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한편, 10월 3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4.7원 내린 1163.4원에 마감했다. 특히 이날 1165.0원에 출발한 환율은 장중 1159.6원까지 내려갔다. 환율이 장중 1150원대로 내려온 건 지난 7월 1일(종가 1158.8원) 이후 넉 달 만이다. 원·달러 환율은 위험선호 현상으로 1150원대로 진입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달러 매수 수요에 하방 경직성은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미 연준의 금리 인하는 이미 예상이 됐던 만큼 다음 방향이 인상이 아니라는 데 시장이 주안점을 뒀다”며 “달러·위안 환율이 7위안 아래로 내려오는 등 위험선호가 이어지면 원·달러도 1155원까지 떨어질 가능성은 있다”고 내다봤다.

-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연합뉴스

1508호 (2019.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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