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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O 비즈니스 거점으로 떠오른 편의점] 세탁·택배부터 공유차 주차까지 무궁무진 

 

접근성 높은 인프라 이용해 다양한 서비스 제공… 방문자 늘지만 수익성 확보는 과제

▎GS25는 세탁소 네트워크 O2O 업체인 리화이트와 손잡고 세탁물 편의점 주문접수 서비스를 하고 있다. / 사진:GS리테일
온라인 쇼핑 시대로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면서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어려움이 커지는 가운데, 편의점 만큼은 고객 접근성을 바탕으로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편의점은 국내 소매유통 채널 중 온라인과 함께 유일하게 확대되고 있는 채널이다.

그렇지만 편의점 업계도 온라인 쇼핑 활성화 흐름에서 안전한 것은 아니다. 당일 배송, 새벽 배송 등의 등장은 편의점의 직결성을 대체하며 편의점을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편의점들은 온라인-오프라인 연계(O2O) 서비스로 온라인 생태계에 녹아들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소비자와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다는 장점을 앞세워 O2O 서비스 거점으로 떠오른 것이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최근에는 ‘편의점 배송’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편의점의 이같은 시도는 온라인 생태계 속에서 살 길을 찾기 위한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런 시도가 실제 수익으로 연결되는지는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당일 배송, 새벽 배송 등은 위협 요인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편의점 수는 4만170개에 이른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프랜차이즈 편의점 수는 3만8451곳이다. CU(1만2372곳), GS25(1만2293곳), 세븐일레븐(8878곳), 이마트24(2521곳), 미니스톱(2447곳) 등 대기업 브랜드 편의점이 전체의 95.9%인 3만8511개에 달한다. 우리나라 인구수를 5000만 명으로 추정했을 때 인구 1245명당 1개의 점포가 존재하며 CU와 GS25는 약 4000명당 1곳의 점포가 존재하는 셈이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접근성이 높은 인프라 중 하나다.

온라인과 결합하는 편의점의 가장 기본적인 구조는 ‘물류 허브’다. 누구나 접근 가능한 편의점 점포를 물류 허브로 사용해 개별 소비자가 물건을 맡기고, 찾아가는 방식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편의점을 이용한 택배서비스다. 편의점의 택배서비스는 온라인 상거래와 무관하지 않다.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에는 대부분 CJ대한통운 등 전문 택배회사가 기업과 계약을 맺거나 자체 물류망을 운영하지만 소비자 간 거래(C2C)는 다르다. 택배를 보낼 때 배송 기사의 방문시간에 맞춰 물건을 건내줘야 하는데, 편의점 택배는 그럴 필요가 없이 편의점에 방문해 배송을 맡기면 택배기사가 집하해간다. 최근에는 편의점의 물류망을 사용해 더욱 저렴하게 택배를 보낼 수 있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GS25의 반값 택배다. GS25의 매장 간 물류 인프라를 이용해 저렴한 가격으로 택배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보내는 사람뿐 아니라 받는 사람도 GS25 매장을 방문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10kg 미만의 물건을 1600~2100원에 배송할 수 있는 데다, 공휴일 배송까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에는 더욱 다양한 방법으로 편의점이 물류 허브화 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롯데닷컴과 롯데홈쇼핑 등에서 주문한 상품을 편의점에서 받을 수 있는 ‘스마트 픽’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으며 반품 업무도 대행하고 있다. CU는 세탁 스타트업 오드리세탁소와 손잡고 지난 8월부터 세탁 수거·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세탁 접수를 원하는 고객은 오드리세탁소 모바일 웹페이지에 수거 예약을 한 후 CU 점포에서 접수한다. 편의점 택배 서비스를 활용해 접수와 배달이 이뤄진다. 이 역시 편의점 택배의 장점을 활용한 서비스로 연중무휴 언제든 접수가 가능하며 1~2일 내 세탁 공정을 마치고 지정한 주소로 배송된다. GS25도 유사한 서비스를 운용 중이다. 세탁 스타트업 ‘리화이트’는 GS25 편의점과 연계한 세탁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두 서비스는 모두 가정을 방문해 세탁물을 수거하는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편의점 서비스 이용 비율이 높다. 가정 수거의 경우 다음날 세탁물을 수거하지만 편의점에 맡기면 당일 수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김현우 리화이트 대표이사는 “출근할 때 편의점에 세탁물을 맡기고, 퇴근할 때 찾아오면 되기 때문에 고객들의 반응이 좋다”며 “세탁 서비스를 제공하는 편의점을 더욱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고 스마트폰 수거 서비스도 이뤄진다. O2O 중고폰 매입 서비스 리폰은 CU에서 중고 스마트폰 수거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O2O 모빌리티 서비스 시장에서도 편의점을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편의점 앞 공간을 공유 모빌리티의 주차장으로 이용하게 하는 것이 현재 가장 보편적이다. 일반적인 공유자동차 주차장이 공용주차장에 설치돼 있는데, 편의점 앞 공간을 이용해 접근성을 높인 것이다. CU는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 쏘카·그린카와 함께 전국 50여 개 점포에서 차량 픽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쏘카 측에 따르면 원룸, 대학가에 위치한 CU쏘카존은 일반 쏘카존보다 대여율이 20~30%가량 높다.

최근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공유 자전거·킥보드 등의 거점으로도 편의점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 서비스는 정해진 주차공간이 없는 ‘도크리스’ 방식으로 운용되는데, 이로 인해 도시 미관 저해, 시민 불편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편의점 앞에 별도의 주차장을 마련하는 방안이 대두하는 것이다. GS25는 지난 6월부터 공유 킥보드 플랫폼 업체인 ‘고고씽’과 손잡고 서비스 공간대여 테스트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GS25는 전동 킥보드의 충전까지 지원한다. 고고씽은 향후 충전이 필요한 배터리를 일반 이용자가 직접 충전 등 작업을 통해 수익을 받아 갈 수 있는 시스템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올해 연말까지 강남과 서초 지역 100여 점포에서 이 서비스를 운용할 계획이다. GS25는 공유 전동킥보드 라이더들과 연계한 새로운 물류 플랫폼도 구상 중이다.

O2O 서비스 자체에서 수익 창출해야

편의점 업계의 다양한 O2O 서비스 접목이 수익성에 기여할지는 의문이 남는다. 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현재 가장 활성화된 사업인 편의점 택배만 하더라도 벌어들이는 돈은 많지 않다. BGF 포스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4억원에 불가하다. GS리테일에서 택배업을 하는 CVS넷도 지난해 영업익이 11억원에 그쳤다.

편의점 입장에서 기대할 수 있는 이점은 트래픽(방문) 증가에 따른 매출 증대 정도다. GS25에 따르면 킥보드 주차공간을 마련하고 배터리 충전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포의 매출이 대폭 증가했다. 충전스테이션 등을 운영하는 8개 점포는 전년 동기 대비 18.2% 매출이 증가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킥보드를 이용하기 위해 편의점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매출 증대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트래픽을 높이는 것을 통한 매출 증대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O2O 서비스 자체에서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데, 아직 별다른 방안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장지혜 흥국증권 연구원은 “당장은 트래픽 유도가 가장 큰 목적인데, 서비스를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어렵다”며 “일본의 경우에는 상품보다 서비스 매출액이 큰 경우가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잘 들여다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편의점의 O2O 및 부가서비스를 통한 매출은 전체의 1% 수준으로 미미하다”며 “접근성 높은 편의점 인프라를 활용하고자 하는 업체들의 수요가 있기 때문에 다양한 계약을 맺고 있지만 이를 수익으로 연결할 수 있는 모델은 드물다”고 지적했다.

-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1509호 (2019.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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