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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화 이룬 P2P 금융] 대출 사각지대 금융 소외층 탈출구? 

 

P2P 금융, 최근 3년간 10배 성장… 늘어나는 연체율 등 투자 유의해야

플랫폼을 통해 다자간 대출을 이어주는 ‘P2P(Peer to peer) 금융’이 새 대출·투자 플랫폼으로 각광 받고 있다. P2P 금융은 은행과 같은 금융회사를 거치지 않고 온라인에서 돈을 빌리거나 투자할 수 있는 서비스다. P2P 금융은 문턱이 높은 시중은행의 대출 대안으로 최근 몇년간 급성장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5년 373억원이던 P2P 대출 누적 대출액은 올 상반기 6조2000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P2P 금융사 수도 27개서 220개로 늘어났다. 소액 투자가 가능한 만큼 대학생 등 젊은층을 중심으로 투자자도 늘고 있다. 시장이 확대하면서 토스나 카카오, 뱅크샐러드 등 대형사의 합류도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관련 업계는 이제 시작이라고 입을 모은다. P2P 금융이 법제화하면 지금보다 시장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수익률 높아 젊은층도 유입


P2P 금융이 급속도로 성장한 배경에는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하면서 은행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비교적 대출 과정이 까다롭지 않은 P2P 대출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7월 말 기준 P2P 대출에서 개인의 부동산담보대출 금액은 2499억원으로 지난해(1130억원)보다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여기에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금융 소비자들이 P2P 금융을 새로운 투자처로 점찍으면서 성장세가 가속화하고 있다. 은행 예·적금은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연 2%대 예금금리도 찾기 어려워졌다. 한국은행과 은행연합회 등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금리 2% 미만 구간 예금’ 비중이 94.3%에 이른다. 2~3% 이상 고금리 특별판매 예·적금 상품은 자취를 감췄다.

이런 상황에서 P2P 업체들이 소액으로 연 9% 이상의 수익률을 낼 수 있다고 내세우자 투자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특히 소액 투자가 가능해 젊은층이 대거 유입되고 있다. 카카오페이가 지난 4월 공개한 투자이용자 현황에 따르면 2030 투자자가 전체 76%에 달한다. 특히 25~34세 사회초년생이 절반(47%)가량을 차지한다. 1인당 1회 투자금은 10만원 미만(59%)이 가장 많았다. 이처럼 관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부작용도 잇따르고 있다. P2P 업체의 부실률이 증가했고, 사기·횡령 등의 사고가 터지기도 했다. 한국P2P금융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44개 회원사의 평균 연체율은 7.5%다. 지난해 상반기(4.4%)에 비해 3.1%포인트 증가했다. P2P금융협회가 회원사의 연체율을 집계한 2016년 11월 이후 가장 높다. 연체율은 대출잔액 중 1개월 이상 미상환된 잔여원금 비중을 의미한다. 그나마 협회 회원사는 공시의무를 지키는 등 금융위의 ‘P2P 대출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는 업체라 상대적으로 연체율이 낮은 축에 속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전해철 의원(더불어민주당)실에 따르면 P2P 업체 220개사의 연체율은 11.98%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연체율뿐 아니라 사기 등의 문제도 심각하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에 따르면 올해 P2P 투자 피해자 수는 1만8421명, 피해 금액은 1682억원에 이른다. 2015년부터 2018년 8월까지 발생한 피해 민원 중 허위 대출 58.2%(1740건), 투자금 회수 지연 25.8%(770건), 무등록 불법영업 8.3%(248건)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최근에도 불건전 영업행위가 잇따르자 금융감독원은 11월 8일 ‘P2P 투자 소비자경보(주의)’를 내리고 유의사항을 발표하기도 했다. 부작용이 많았던 건 그동안 P2P 금융이 음지에서 성장해 왔기 때문이다. 규제가 작동하지 않았던 만큼 P2P 업체가 우후죽순 문을 열면서 사기나 횡령, 사문서 위조 등 곳곳에서 부작용이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P2P 금융사를 직접 관리 감독할 근거도 없었다. P2P 대출만 대부업법에 의해 감독을 받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P2P 금융이 양지로 나온다. 일명 ‘P2P법’인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 10월 24일 국회 법제사법사위원회를 통과한 데 이어 10월 31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관련 업계는 법이 시행되면 투자금을 가로채는 ‘먹튀’ 업체나 P2P 업체를 빙자한 유사수신업체 등을 처벌할 수 있게 된다. 이 법이 시행되면 금융위와 금감원은 P2P 업체에 대한 검사·감독 권한을 가지게 된다. 업체는 금융당국에 업무보고서 등 자료를 제출할 의무가 생긴다. P2P 대출을 하려는 업체는 금융위에 의무적으로 등록을 해야 하고, 이를 어기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또 P2P 업체는 자기자본을 최소 5억원 이상 유지해야 한다. 업체가 파산하더라도 투자자의 대출채권도 보호받게 된다. 횡령·유용 방지를 위해 투자금은 별도의 계정에 분리돼 보관된다. 송현도 금융위 금융 혁신과장은 “일정 요건을 갖춰야만 영업할 수 있는 등록제를 운영할 것”이라며 “자격 요건의 상세한 내용은 이후 시행령을 마련하면서 구체적으로 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투자자 보호 방안 확충해야

관련 업계는 법제화 덕에 판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증권사·사모펀드 등 다른 금융사도 기관투자자로서 P2P에 투자하는 것이 허용된다. 기존 금융사는 관련 규정이 미비해 앞장서 P2P 투자에 나서지 못했다. 그러나 앞으로 기관 투자자도 P2P 상품 한건당 전체 투자 모집액 중 최대 40%까지 투자할 수 있게 된다. 또 P2P 업체는 개별 대출 상품의 20%까지 자기자본 투자가 가능해진다. 기존 금융권의 예·적금보다 수익률이 높은 편이지만, 그러나 수익률만 보고 P2P 투자에 나서는 건 금물이다. 허위 공시를 하거나 사기 등 불법 행위를 저지르는 업체가 여전히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금감원은 대대적 실태조사를 통해 20개 업체를 검·경에 수사의뢰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상품 부실 여부를 투자자 본인이 검증하고 투자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둘러 P2P법의 시행령 등 하위 규정을 마련해 투자자 보호 방안을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1509호 (2019.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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