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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커지는 전기차 시장] 몰려오는 전기차… 거꾸로 가는 전기차 정책 

 

재규어·벤츠 등 1억원대 전기차 선뵈… 전기차 충전요금은 최소 2배 인상

▎첨단 안전장비와 각종 편의장비를 갖춘 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차 ‘더 뉴 EQC’(오른쪽)와 올 상반기 출시해 1억원이 넘는 가격에도 40대 넘게 팔린 재규어의 전기차 I-PACE. / 사진:각 사
전기차(EV) 시장 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미하던 전기차 비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소형 승용차 일색에서 전기차 시장에 중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나 고성능 전기차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중소형 트럭도 전기차 시대가 열리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물론 수입차까지 가세하면서 본격적으로 파이를 키우는 모습이다. 하지만 전기차 이용자가 부담하는 충전 비용이 내년부터는 최소 2배로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전력공사가 2020년부터 전기차 충전용 전기에 대한 특례요금 해지를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충전요금은 ㎾h당 현재 80~100원 수준에서 최소 2.5배, 최대 3배까지로 높아질 수 있다. 가솔린 차량 연료비 대비 10~20% 수준이던 전기차 이용요금(충전대금)이 40% 수준으로 인상되는 셈이다.

최근 전기차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건 수입차다. 올해 수입 전기차 시장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미미했던 전기차 비중이 본격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9월까지 수입 전기차 비중은 0.5%로 전년 동기 대비 0.4%포인트 늘었다. 증감율은 440%를 훌쩍 넘는다. 올 상반기 수입 전기차 시장을 주도한 것은 일본 닛산자동차의 ‘리프’다. 리프는 세계 시장에서 누적 40만대 이상 팔린 전기차로, 한국닛산은 3월 2세대 신형 리프를 출시했다. 리프는 상반기에만 400여 대가 팔렸는데, 전체 수입 전기차 판매 중 약 80%를 차지한다. 사실상 리프가 수입 전기차 시장을 평정한 것이다. 그런데 수입차 업계는 이제 시작이라고 입을 모은다. 수입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은 수입차 전체 판매에서 전기차 비중이 1%가 안 되지만 지금부터는 시장 판도가 크게 바뀔 수 있다”고 내다봤다.

수입 전기차 본격적으로 출시


실제로 재규어를 시작으로 메르세데스-벤츠 등 주요 수입차 브랜드가 잇따라 다양한 종류의 전기차를 출시하고 본격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재규어는 상반기 5인승 SUV 전기차인 ‘I-PACE’를 출시하고 시장 선점에 나섰다. I-PACE는 1억원이 넘는 고가지만 상반기에만 40여 대가 팔렸다. 겉보기에는 의미 없는 숫자로 보일 수도 있지만 차 가격을 고려하면 고가 수입 전기차 시장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차는 최고출력 400마력, 최대토크 71.0㎏·m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시간(제로백)이 4.8초에 불과하다. 90㎾h 배터리는 1회 충전으로 333㎞를 달릴 수 있다. 재규어랜드로마코리아 측은 “에너지 회생 제동 시스템을 사용하면 배터리 사용량을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충전은 DC 콤보 타입 1 충전 규격으로 국내에 설치된 대부분의 공공 충전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100㎾ 급속 충전기를 이용하면 40분 만에, 50㎾ 충전기 이용하면 90분 만에 80% 충전이 가능하다.

10월 22일에는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벤츠가 첫 번째 전기차인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EQC’를 공식 출시했다. 이 차 역시 중형 SUV급으로, 80㎾h 리튬 이온 배터리를 장착해 1회 충전으로 309㎞ 이상 주행할 수 있다. 더 뉴 EQC는 전력 소비를 줄이고 역동성을 높이기 위해 앞뒤에 서로 다른 2개의 모터를 장착했다. 두 개의 모터는 최고 출력 408마력, 최대 토크는 77.4㎏·m에 이른다. 시속 180㎞까지 달릴 수 있다. 가격은 부가세 포함해 1억500만원이다. 현재 구매 보조금 부분에 있어서 테스트 단계에 들어가 있고,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서는 향후 밝힐 예정이다. 마티아스 루어스 메르세데스-벤츠 승용 부문 해외지역 총괄사장은 “한국 전기차 시장은 충분한 성장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며 “전기 충전소 등 인프라에 대한 정부 지원이 받쳐준다면 전기차 보급은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기대작으로 꼽히는 모델은 테슬라다. 테슬라는 앞선 8월 보급형 세단인 ‘모델 3’를 공식 출시했다. 모델 3는 지난해 미국에서만 약 14만대가 팔린 프리미엄 중형 전기차 세단으로,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 BMW 3시리즈와 경쟁하는 모델이다. 모델 3는 1회 충전으로 최대 386㎞를 주행할 수 있다. 기본 모델인 ▶스탠더드 레인지 플러스 ▶롱 레인지 ▶퍼포먼스 3개 트림을 선보인다. 스탠더드 레인지 플러스는 제로백이 5.3초, 최고 시속은 225㎞다. 가격은 5239만원부터다. 롱 레인지는 1회 충전으로 최대 499㎞를 달릴 수 있고, 제로백은 4.6초다. 최고 시속은 233㎞로, 가격은 6239만원부터다. 퍼포먼스는 1회 충전으로 약 499㎞를 주행할 수 있고, 제로백은 3.4초에 불과하다. 판매가격은 7239만원부터다. 국내에 판매되는 모델 3는 테슬라 미국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수입차가 본격적으로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자 현대·기아자동차는 2025년까지 전 세계에 전기차 85만대를 판매, 전기차 시장점유율을 확 끌어올려 세계 2∼3위 업체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현재 세계 전기차 판매 72만4000대 가운데 현대차의 시장점유율은 약 6% 수준으로 추정된다. 국내에서는 전기차 시장에서 독주 중인 코나를 앞세우고 1t 트럭 전기차인 포터를 추가해 시장점유율을 높여갈 계획이다. 코나 전기차는 지난 9월 국내 전기차 가운데 등록 대수 2만대를 처음으로 돌파하기도 했다. 소형 SUV급인 코나 전기차는 1회 충전 주행거리가 406㎞로, 국내 판매 전기차 중 가장 길다는 장점을 내세워 독주하고 있다.

기아차는 내년 8월께 ‘셀토스’ 전기차를 내놓고 시장에서 보폭을 넓힐 계획이다. 올해 출시 이후 소형 SUV 판매 1위를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셀토스 상품성에 전기 파워트레인을 결합했다. 전기모터와 배터리 등을 기존 코나 EV와 공유, 1회 충전으로 약 400㎞를 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셀토스 전기차는 보급형 전기 SUV를 찾는 소비자들의 선택 폭을 넓힐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기아차 제품군 가운데 전기 SUV는 니로 전기차가 유일했다. 가격 경쟁력은 물론 기아차가 제공하는 풍부한 전기차 서비스 인프라를 무기로 내세운다. 구매 보조금을 제외한 가격은 코나 전기차(4650만~4850만원)와 비슷한 4000만원대가 유력하다. 르노삼성자동차도 내년께 전기차 ‘조에’ 국내 도입을 확정짓고, 판매 시점을 본사와 조율 중이다. 조에는 프랑스는 물론 독일, 스페인 등 유럽 현지에서 동급 전기차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를 만큼 상품성과 내구성을 입증받은 모델이다.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는 395㎞(유럽 기준)에 달한다.

완성차 브랜드는 전기차 판매와 함께 충전시설 확충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포르쉐코리아는 내년 초급속 충전이 가능한 전기차 타이칸을 시판하기에 앞서 국내에 홈차징(거주구역)·딜러차징(포르쉐 센터)·온더로드 차징(데스티네이션, HPC) 충전 시설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HPC는 전국에 10여 곳이 구축되고 최대 320㎾ 충전 전력이 지원된다. 완속충전기 수는 국내에 최대 120여개 장소에 짓는다는 것이 포르쉐코리아의 계획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도 10월 23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지하주차장에 전기차 충전시설인 ‘차징 존(Charging Zone)’을 마련했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충전 시설로, 100㎾급의 충전기 10대를 설치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코나 등의 전기차를 활용한 ‘찾아가는 충전 서비스’ 운영에 이어 자체 초고속 충전기 구축에도 나섰다. 경기도 고양시 모터스튜디오 고양 지하 4층에 마련한다. 충전 전력은 평균 150~350㎾ 수준이 될 전망이다. 테슬라는 최근 서울 압구정, 경기도 분당, 경상남도 진주, 전라북도 군산 등에 슈퍼차저를 추가했다. 현재 국내에 설치된 슈퍼차저 충전소는 21곳이며, 충전기 수는 138기다.

충전요금, 단계적으로 인상해야 지적

완성차 브랜드가 본격적으로 전기차 시장의 판을 키우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전기차 이용자가 부담해야 하는 전기차 충전용 전기요금이 최소 2배가량으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력공사가 2020년부터 전기차 충전용 전기에 대한 특례요금 해지에 나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김종갑 한전 사장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새로운 특례 할인은 없어야 하고, 현재 진행 중인 한시적 특례도 모두 일몰시키겠다”고 밝혔다. 한전의 이 같은 방침은 올 상반기에만 1조원에 가까운 영업적자를 낸 것을 비롯해 연이은 실적 부진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졌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현재 전기차 충전요금은 ㎾h당 80~100원 수준이다. 특례요금이 폐지되면 최소 2.5배, 최대 3배까지로 높아질 수 있다. 가솔린 차량 연료비 대비 10~20% 수준이던 전기차 충전요금이 가솔린 차량 대비 40% 수준으로 인상되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전의 충전요금 정상화 결정은 예견된 일이고, 언제까지 한전이 적자를 감소할 수는 없는 일”이라면서도 “다만 아직 전기차 시장이 초기인 만큼 두 가지 항목 가운데 기본요금만이라도 단계적으로 정상화해야 모두가 부담을 덜 수 있다”고 제안했다.

[박스기사] 트럭도 이젠 전기차 시대 - 1t 트럭에 이어 중형 전기 트럭 ‘개발 완료’


▎성능을 테스트 중인 1t 트럭 포터 전기차.
현대자동차가 전기버스에 이어 트럭을 통해 친환경 상용차 시장 공략에 나선다. 해마다 강화하고 있는 노후 디젤차 규제 추세에 대응해 상용차 라인업에 전기차 모델을 대폭 강화하며 친환경차 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우선 연내 1t급 소형 트럭 ‘포터’ 전기차를 양산한다. 이미 개발을 마친 포터 전기차는 슈퍼캡 2WD 단일 트림으로, 최고 출력 135㎾(183마력)의 전기모터를 탑재했다. 배터리 용량은 58.5㎾h로 1회 충전 시 약 180㎞를 달릴 수 있다. 연간 생산 목표는 8000대 수준이다.

오는 12월 중순 500대 양산을 시작, 2020년에 본격 출시한다. 기아차도 포터 전기차와 스펙이 동일한 1t 트럭 봉고 전기차를 순차적으로 투입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2.5~3.5t급 중형 트럭 ‘마이티’ 전기차를 선보일 예정이다. 마이티 전기차는 128㎾h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으로 200㎞ 이상을 달릴 수 있고, 약 70분 만에 완충이 가능하다. 현재 마이티는 주로 택배나 식자재 배송 등 도심 근거리 화물차로 활용된다.

마이티 전기차는 기존 디젤차 대비 배출가스 저감은 물론 연료비를 최대 3분의 1 수준까지 낮출 수 있는 경제성이 강점이다. 다만 아직 넉넉하지 않은 1회 충전 주행가능 거리가 전기 상용차 판매에 있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지난 8월 한국교통연구원이 발표한 화물운송시장 동향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상반기 1~3t급 화물차의 일평균 총 주행거리는 227.1㎞다. 이 중 적재운행거리는 158㎞, 공차운행거리는 69.1㎞다. 하지만 현대차에서 선보일 예정인 포터·마이티 전기차의 예상 주행거리는 1회 충전으로 200㎞ 가량에 불과해 실용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특히 차량의 평소 적재 수준을 비롯해 기후, 환경 등에 따라 달라지는 배터리 성능을 감안하면 안심할 수 없는 수준이다. 현재 예상 주행거리로 실제 전기 화물차가 상용화하면 하루 1회 이상의 완전 충전이 필수적일 것으로 보인다.

-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1510호 (2019.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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