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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 놓친 저출산 대책, 해법은] 고용·부동산·교육 못 잡으면 백약이 무효 

 

합계출산율 0명대로 인구절벽 가속화… 양육 지원금 파격 인상도 고려할 만

▎저출산 추세로 국내 인구절벽이 가속화하고 있다.
#1. 0.977명. 통계청이 집계한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이다. 가임 기간을 15~49세로 봤을 때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가 1명이 채 안 됐다는 의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합계 출산율이 1명에 못 미쳤다. 실제 한국의 지난해 출생아 수는 약 32만 명으로 사상 최저치였다. 추세대로라면 현재 약 5200만 명인 한국 인구는 2067년 무렵 3900만 명으로 급감한다.

#2. 268조9000억원. 지난 2006년부터 13년간 역대 정부가 저출산·고령화 대책에 투입한 예산 규모다. 문제가 한층 심각해진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만 해도 무려 116조8000억원이 투입됐다. 그러나 2015년 1.24명이었던 국내 합계출산율은 2016년 1.17명, 2017년 1.05명으로 가파르게 떨어졌다. 헛돈만 썼다는 얘기다.

백약이 무효인 걸까. 이쯤 되면 백약이 제대로 처방되고 있는지도 따져볼 문제다. 지난 11월 6일 정부 범부처 합동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가 새로운 인구 감소 충격 완화 대책을 발표하자 이와 비슷한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이날 정부는 ▶학령인구 감소 대응을 위한 새 학교 운영 모델 개발(공유형 학교 등 다양한 소규모 학교 설립) ▶출산·양육 가구와 1인 가구 대상의 보건복지 서비스 확대 ▶2022년까지 상비병력 50만 명 규모로 감축 등의 세부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출산을 어떻게 더 늘릴지 구체적 방안이 제시되지 않아 온라인에서 “실질적인 저출산 대책이 아니다”라는 누리꾼 지적이 잇따랐다. 기획재정부 등 해당 범부처는 “직접적인 출산율 제고 정책은 대통령 직속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담당해 인구 구조 변화 대응에만 중점을 뒀다”는 입장이지만, 이 조직은 지난 2017년 12월 첫 회의 후 문재인 대통령이 지금껏 단 한번도 회의를 주재하지 않아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년째 대통령 주재 회의 없는 저출산위


정부가 최근 내놓은 다른 저출산 대책에 대해서도 여론은 여전한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부터 소득 상위 10%를 제외한 월 소득 인정액을 넘지 않는 각 가구에 대해 자녀 1명당 매월 10만원의 아동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자녀가 만 6세 미만이면 혜택을 받을 수 있었는데 올 9월부터는 만 7세 미만으로 확대 적용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충분한 지원이라는 목소리가 많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저출산 극복의 최선책은 결국 양육비를 국가가 직접 지원하는 것인데 지금의 액수는 부족한 감이 있다”며 “출산 이후 어린 자녀 1명이 먹는 분유와 기저귀 가격만 월 50만원이 넘는다는 걸 고려하면 아동수당을 (자녀 1명당) 월 30만원 이상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지방자치단체에서 지급하는 출산장려금도 지금보다 늘어야 눈에 띄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자체별로 액수가 기본적으로 많지 않을 뿐더러 천차만별이기도 해서 실효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더욱이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는 지자체 대부분은 셋째 자녀 이상까지 출산했을 때에야 액수를 유의미하게 높여 책정한다. 지금처럼 자녀 1~2명도 낳기 벅찬 다수 가구에는 그림의 떡이다. 다만 정부와 지자체가 이와 같은 직접 지원을 현 수준에서 더 늘리려면 그에 걸맞은 세수 확보와 사회적 합의 도출은 필수다.

이런 상황에서 저출산의 본질에 더 깊이 파고든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 OECD는 지난 10월 28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9 국제 인구 학술대회’에서 이른바 ‘워라밸(work-life balance, 일과 생활의 균형)’과 고용 문제 등에 초점을 맞춘 몇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스테파노 스카페타 OECD 고용노동사회국장은 “한국의 저출산 배경엔 아직까지 OECD 회원국 중 멕시코 다음으로 많은 연평균 근로시간, 출산 후 직장을 그만 둘 수밖에 없는 열악한 근무환경이 자리 잡고 있다”며 “대부분의 국민 사이에서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해졌을 때 비로소 저출산 문제도 해소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선 근로자의 출퇴근 및 근로시간을 자유로이 정하되 그에 맞게 급여를 지급하는 유연근무제 활성화, 근로자가 원하는 시간대를 골라 일할 수 있는 시간제 정규직 일자리 확충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한국의 전체 고용 대비 시간제 근로자 비율은 OECD 회원국 중 평균 이하 수준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와 함께 ▶육아휴직 급여를 높이고 형태도 남녀 균등하게 다양화할 것(지난해 국내 남성 육아휴직률은 1.4%에 불과) ▶직장 내 성별 임금격차를 해소할 것(OECD 회원국 중 한국은 성별 임금격차가 큰 나라 중 하나) ▶육아로 인한 여성의 경력 단절을 최소화하고 여성에 대한 높은 가사 의존도를 사회적으로 해소할 것 ▶만 7세 미만의 아동수당 지급 연령을 더 높이고 출산과 양육 관련 세제 혜택을 확대할 것(모든 아동이 성인이 될 때까지 받을 수 있도록 확대하는 방안 고려) 등을 OECD는 주문했다.

OECD가 주목한 한국의 저출산 요인은 하나 더 있다. 바로 부동산 문제다. 스카페타 국장은 “주택 구입비용을 지금보다 낮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내 주거용 부동산의 주요 실수요자라 할 젊은 부부들은 십수년 동안 천문학적으로 오른 집값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구입뿐 아니라 임대를 하더라도 서울 웬만한 지역에선 최소 수억원이 필요한데 추후 많은 돈이 드는 출산까지 시도하기 어렵다는 게 이들의 하소연이다. 젊은 세대에서 결혼을 해도 아이는 낳지 않으려는 맞벌이 부부 ‘딩크(DINK, Double Income No Kid)’가 급증한 이유다. 이에 정부는 그간 공공택지에만 적용됐던 분양가 상한제를 4년 7개월 만인 11월 6일 서울 27개 동 등의 민간 택지로 확대 적용, 택지비와 건축비를 더한 수준으로 분양가를 제한하면서 집값 잡기에 재차 나섰지만 결과는 미지수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공식석상에서 “그럼에도 시장 불안 움직임이 확대된다면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 추가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며 “집값 상승의 악순환을 끊겠다”고 밝혔다.

유연근무제, 시간제 정규직 보편화 필요

미래의 학부모들을 미리 위축시키는 고질적인 교육 문제도 오늘날 저출산의 본질이자 선결 과제다. 수십년째 입시 경쟁이 치열한 사회 분위기 탓에 학생들은 과도한 정규 학습과 방과 후 학습에 내몰리고 있다. 이뿐 아니라 많은 돈이 드는 사교육에도 진을 빼고 있다. 사교육의 필요성을 줄이기 위한 공교육 투자를 한층 늘리고, 학생들의 행복 추구에 초점을 맞춘 방과 후 교육 서비스 확대에 국가가 더 힘쓸 때라는 분석이다. 관련해서 선진국의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프랑스는 1993년만 해도 합계출산율이 1.65명이었지만 2012년엔 2.02명을 기록했다. 이 기간 프랑스 정부는 아이들의 90% 이상이 국가가 운영하는 공립유치원에서 무상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한국은 10월 국회 본회의에서 2021년부터 국내 모든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무상교육을 실시하는 방안을 확정한 한편, 어린이집 무상보육(누리과정)의 국가 지원 시한을 2022년까지로 연장했다. 직접적인 저출산 대책은 아니지만 교육 분야 점진 개선이 프랑스처럼 인구절벽 극복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꾸준히 연구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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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0호 (2019.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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