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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분담금 증액 요구는 미국의 패착 

 

미국의 일방적인 주한미군 주둔 비용 협상 탓에 70년 한미 동맹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 미국이 동맹국들로부터 듣는 가장 큰 불만사항이 바로 미국의 일방주의다. 현실적으로 표현하자면 ‘막무가내식 밀어붙이기’이다.

미국의 협상을 ‘이성적이다, 공정하다, 논리적이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미국 장학생 아니면 친미 정서의 샌님이다. 현재 미국이 사용하는 협상전략은 ‘억지’이고 ‘밀어붙이기’이고 ‘위협’이다.

이런 미국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우선 대응하지 않는 것이다. 말하자면 회피하는 것이다. 힘만 믿고 싸우려고 덤벼드는 상대를 심리적으로 좌절시키는 효과적 방법이다.

미국의 부당성을 외부에 공개하거나 고발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의외로 효과적인 방법이다. 민주주의와 자유주의를 표방하는 미국에 언제나 아킬레스건이다. 그러나 자칫 화를 부를 수 있다. 미국의 위협 수준이 급격히 높아질 수 있다. 미국이 상대를 얼마나 경제적으로, 군사적으로, 외교적으로 망가뜨릴 수 있는지 무시무시한 위협을 쏟아낸다. 대부분 이때 무릎을 꿇는다. 어지간한 강단이 없으면, 어지간히 협상 준비를 하지 않고서는 무너져 내리기 쉽다.

이제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이 이런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앞으로 한동안 미국의 압박과 위협의 강도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동시에 미국은 우리에게 ‘비공개 협상’을 요구하고 나올 것이다. 미국 자신도 대단히 부당하며, 주권국을 능멸하는 부당한 처사임을 알기 때문이다.

세번째 대응 전략은 WATNA(Worst Alternative to a Negotiated Agreement) 제시다. 우리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때 발생하는 상황을 미국에게 상세하고 생생하게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예컨대 미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대한민국을 중국에 뺏기는 것이다. 대한민국을 중국에 외교적·군사적으로 뺏기면 아무리 일본 열도에 항공모함을 배치하고, 미국의 공군기를 수천대 배치해도 동북아시아에서 중국의 군사적 활동에 실질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워진다. 대한민국과의 군사적·외교적 동맹이 없으면 미국은 중국의 태평양 진출의 문이 열리는 것을 지켜보며 이 지역에서의 헤게모니를 거의 상실하는 위기상황을 맞을 수 있다.

이제 미국 정부가 나서서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정국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국의 국익을 심각하게 훼손하게 만들게 틀림없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5배 증액이란 요구를 조속히 철회토록 해야 한다.

북한은 남한을 군사적으로 침략하기 쉽지 않다. 미국이 아니더라도, 중국이 북한의 군사적 도발을 용인하지 않는다. 주한미군 주둔의 주된 목적이었던 북한의 남한에 대한 무력침공 또는 심각한 군사도발 억제는 사실상 사라져 가고 있다. 이제 주한미군 주둔의 주요 목적은 중국 견제와 미국의 병참기지인 일본 보호다.

카드는 대한민국이 쥐고 있다.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지나친 전략무기 전개나 군사력 증대는 한반도 평화에 오히려 부담이 되고 있다. 트럼프는 더 이상 부당한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요구하지 말고 즉각 철회하길 촉구한다. 미국 정부와 국민들은 미국의 동북아시아에서의 헤게모니와 국익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그래야 동북아에서 최대의 지정학적 가치를 갖고 있는 대한민국을 온전한 우방이자 군사동맹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 박상기 BNE협상컨설팅 대표

1511호 (2019.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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