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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CEO 임기 만료 도미노] IBK·SK·대신증권 CEO 교체 여부 관심 

 

미래에셋·교보증권 등에서는 연임 가능성… 실적이 거취 좌우할 주요 변수

김영규 IBK투자증권 사장의 임기가 12월 14일로 끝난다. IBK투자증권은 지난 10월 28일 김 사장의 후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이사회를 열었다. 12월 13일 열리는 임시 주주 총회에서 후임 인선 안건을 확정한다. 증권가에서는 김 사장의 연임 가능성을 작게 보고 있다. 증권사 창립 이후 첫 은행원 출신으로 2017년 12월 취임한 그는 채용비리 의혹과 파생결합상품(DLF) 불완전 판매 논란 등에 휩싸여 있다.

채용비리 사건은 2016~2017년 전임 신성호 사장이 재임할 당시 일이다. 그러나 지난해 검찰의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수사가 본격화되자 IBK투자증권 내부에 쌓여왔던 내부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해 8월에는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IBK투자증권의 부당노동을 고발하는 내용이 연이어 올라왔다. 이렇다 보니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취임 후 증권 업계에 대한 경험이 없다는 약점에도 회사 실적은 괜찮았다. IBK투자증권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764억원으로 전년 대비 43%가량 늘었다. 다만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전 년 같은 기간보다 2.23% 감소한 607억원을 기록했다.

나재철 대신증권 사장, 금투협회장 선거 출마


▎사진 : 중앙포토, 각 사
김 사장을 포함해 내년 3월까지 증권사 20곳 중에 임기가 만료되는 CEO는 모두 10명이다. CEO 임기가 끝나는 증권사는 NH투자증권·미래에셋대우·한국투자증권·대신증권·유안타증권·교보증권·현대차증권·DB금융투자·IBK투자증권·SK증권 등이다. 업계에서는 연임 여부는 실적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

올해 주식시장 불황에도 증권사들은 대부분 탄탄한 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증권사들은 올해 위탁매매(브로커리지)나 자산운용(트레이딩)에서 벗어나 기업금융(IB) 부문을 강화해 효과를 봤다는 분석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국내 26개 증권사의 영업 순수익(영업수익에서 판관비 외의 영업비용을 뺀 금액)에서 IB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10% 후반 대에서 올해 상반기 35% 수준으로 커졌다. 이렇다 보니 실적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회사는 분위기 쇄신 등을 이유로 CEO를 교체할 가능성이 크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마다 실적을 기반으로 인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실적이 좋지 않은 증권사는 새로운 수익성 확보와 안정적인 실적을 이끌어 낼 CEO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체 가능성이 거론되는 증권사는 대신증권·유안타증권·DB금융투자 등이다. 나재철 대신증권 사장은 지난 2012년에 취임해 두 번의 연임으로 8년 동안 회사를 이끌었다. 그러나 올해 대신증권 실적은 신통하지 않다. 최근 주식시장 침체 여파로 위탁매매 부문의 영업이익이 감소하면서 실적이 하락세다.

올 3분기 순이익은 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9.8% 감소했다.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8% 줄어든 917억원을 기록했다. 상위 10대 증권사 중에 꼴찌다. 때문에 장수 CEO라 할지라도 나 사장의 3연임을 낙관하기는 어렵다. 그가 최근 금융투자협회장 선거에 출마하기로 한 것도 교체 가능성을 염두해 둔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SK증권을 6년째 맡고 있는 김신 사장은 SK그룹 내 두터운 신임을 바탕으로 지난 2017년 한 차례 연임에 성공했다. 실적도 괜찮다.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85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8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최대 주주가 J&W파트너스로 변경됐고, 세대 교체를 위한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연임 가능성

서명석 유안타증권 사장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는 동양증권 시절부터 6년째 CEO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다만 올해 성적이 부진했다. 유안타증권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이 614억원으로 지난해(917억원)보다 33% 줄었다.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이 486억원으로 지난해(672억원)보다 27.7% 감소한 고원종 DB금융투자 사장의 연임 여부도 주목된다. CEO 연임 가능성이 큰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교보증권·미래에셋대우 등이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취임한 지 1년 밖에 지나지 않았고 실적도 좋다. 올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533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0% 증가했다. 한국투자증권 임원의 임기는 1년으로 실적에 따라 매년 연임 여부를 결정한다. 앞서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부회장은 11차례 CEO를 연임했다.

김해준 교보증권 사장은 지난 2008년부터 11년간 회사를 이끌고 있는 최장수 CEO 타이틀을 달고 있다.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그는 CEO 취임 후 매년 흑자를 기록했다. 올해도 연간 목표치(영업이익 1000억원)의 대부분을 3분기 만에 달성했다. 교보증권의 영업이익은 올 3분기까지 전년 동기 대비 14.42% 증가한 958억원이다. 4분기 성과까지 더하면 역대 최고 수준의 순이익을 기록할 수도 있다. 이같은 호실적은 올해 주력 사업이었던 장내외파생상품업과 IB 등에서 수익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업계 1위인 미래에셋대우의 최현만 수석부회장과 조웅기 부회장은 연임에 무게가 실린다. 미래에셋대우의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5253억원으로 2017년 기록한 연간 최고 순이익(5049억원)을 이미 뛰어넘었다. 최현만 수석부회장은 1999년 미래에셋 창립 멤버이고, 조웅기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지 1년 밖에 지나지 않아 교체 가능성이 작다.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도 연임 가능성이 크다. NH투자증권은 CEO 교체기마다 외풍이나 외압 논란에 시달린 경험이 있지만, 정 사장은 취임 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NH투자증권의 지난해 순이익은 3615억원, 올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도 3599억원으로 2년 연속 역대 최대 실적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5월 한국투자증권에 이어 두번째로 초대형 IB로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후 3분기까지 2099억원의 IB 영업이익을 냈다.

-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1512호 (2019.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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