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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시장 요즘 대세는] 경차·준준형차, 중형·대형차 제치고 질주 

 

잔존가치 65% 수준으로 중형차보다 높아… SUV도 소형이 인기몰이

▎사진:© gettyimagesbank
소형차가 중고차 시장에서 질주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가장 많이 팔린 10개 차종 중 7개가 경차와 준중형차였다. 대형 세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큰 차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신차 시장과 달리 중고차 시장에서는 여전히 작은 차가 앞서 달리고 있다.

중고차 직영 거래 업체 케이카(K Car)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가장 많이 판매된 차종 10개 중 7개가 경차와 준중형차였다. 경차는 한국GM 스파크(2위)·더 넥스트 스파크(4위), 기아차 올 뉴 모닝(3위)·더 뉴 모닝(9위)·레이(6위) 등 5종이, 준중형차는 현대차 아반떼AD(5위)와 기아차 K3(10위)가 주인공이었다. 다만 1위는 현대차의 대형 세단 그랜저HG가 차지했다. 이에 대해 케이카 관계자는 “판매량 기준 1위는 그랜저HG가 차지했지만, 이는 그랜저HG가 단일 차종 출시된 기간이 긴 데 따른 결과일 뿐”이라며 “가령 스파크는 스파크와 더 넥스트 스파크로 분리해 집계된 상태로 스파크라는 단일 차종으로 묶으면 스파크의 판매량이 더 많다”고 말했다.

중고차 시장 큰 손 2030세대 작은 차 선호


작은 차는 중고차 차량 등록대수에서도 큰 차를 앞섰다. SK엔카닷컴이 발표하는 중고차 등록대수(상위 20개 차종) 집계 결과 지난 11월 경차와 준중형차는 3929대가 등록돼 전체의 33.5%를 차지했다. 그랜저HG(1203대)의 인기에도 대형 세단의 전체 등록대수는 2614대(22.3%)에 그쳤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누적 등록대수에서 경차와 준중형차는 40% 가까운 비중을 기록했다.

작은 차의 질주는 2030 세대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첫 차로 중고차를 택하게 마련인 2030세대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은 경차와 준중형차를 선호했다. 케이카에 따르면 20대는 현대차 아반떼AD를, 30대는 한국GM 스파크를 가장 많이 구매했다. 40~50대가 모두 그랜저HG를 가장 많이 구매한 것과 대비된다.

중고차 시장에서는 2030세대가 ‘큰 손’이다. 이들이 중고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45.2%)에 가까웠다. 지난해 같은 기간(44.1%)보다 1.1%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2030세대는 신차 시장에서 자동차를 덜 샀다. 국토교통부 자동차 등록자료를 바탕으로 통계를 산정하는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시장에서 2030 신차 구매대수(16만2188대)는 지난해 상반기(19만3963대)보다 16.4% 감소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밀레니얼 세대로 불리는 2030세대의 합리적 소비 선호가 중고차, 그중에서도 작은 차 구매 확대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 침체 속에 작은 차의 판매 회전율도 눈에 띈다. 판매 회전율은 중고차가 매매단지에 들어온 후 팔릴 때까지 걸린 기간을 뜻한다. 중고차 시장에선 판매 회전율이 짧은 차에 대한 수요가 많아 판매에서도 우위를 점하는 경우가 많다. 중고차 매매단지 엠파크에 따르면 판매 회전율 1위는 기아차 모닝(19.9일)으로 평균 30.2일보다 10일 넘게 짧았다. 2위는 한국GM 크루즈(24.4일), 3위는 아반떼MD(27.6일)가 차지했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경기 불황 등에 따른 작은 차 선호로 매입을 늘렸고, 판매도 늘었다”고 말했다.

작은 차는 잔존가치도 높다. 신차 시장에서 경차나 준중형차 선호도가 낮은 것과 달리 중고차 시장에서는 높기 때문이다. SK엔카닷컴에 따르면 경차와 준중형차의 잔존가치는 평균 65% 수준으로 59% 수준인 중형 세단보다 높았다. 특히 신차 시장에서 경차나 준중형차 판매량이 줄면서 작은 차의 가치는 오히려 오르고 있다. 모닝은 2014년 9만6089대의 판매 실적을 기록한 이후 줄곧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2015년 8만8455대, 2016년 7만5133대, 2017년 7만437대에 이어 지난해(5만9042대)에는 아예 6만대 고지마저 무너졌다. 이 기간 전년 대비 판매 실적은 -7.9%, -15.1%, -6.3%, -16.2%를 기록했다.

스파크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판매 실적을 끌어올렸던 2016년 7만8035대 이후 실적이 급락했다. 2017년엔 전년 대비 39.5% 감소한 4만7244대, 2018년엔 다시 15.6% 감소한 3만9868대를 기록했다. 올해는 3만5000대를 넘기는 것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신차 시장에서 경차나 준중형차 판매는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중고차 시장에서만큼은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 “수요가 꾸준하다고 한다면 작은 차 가치는 계속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동차 시장 대세로 떠오른 SUV도 중고차 시장에선 소형이 인기다. 중고차 유통플랫폼 AJ셀카는 ‘2019년 하반기 중고차 시장의 가장 큰 변화’로 소형 SUV 수요 증가를 꼽았다. 소형 SUV가 가진 높은 가성비와 활용성이 최근 중고차 시장 흐름과 부합한 것으로 풀이된다. AJ셀카 관계자는 “소형 SUV 수요 증가는 최근 중고차 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가장 높은 응답률(29.7%)을 기록했다”면서 “신차 시장 SUV의 인기가 중고차 시장에선 소형 SUV 인기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월 중고차 시장에서 가장 빨리 팔리는 차로 현대차 대형 SUV 팰리세이드가 이름을 올리기도 했지만, 이는 출고 지연에 따른 예외적 현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팰리세이드 평균 판매기간은 9.1일이었다. 그러나 중고차 시장에 나온 팰리세이드 가격은 같은 모델 신차보다 비싸게 팔렸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작은 차 인기가 이어지고 있는 중고차 시장에서 대형차인 팰리세이드 인기는 팰리세이드가 신차 시장에서 ‘없어서 못 파는’ 모델로 통하면서 나타난 일시적 현상이었다”고 평가했다.

합리적 소비 추세에 하이브리차도 인기

작은 차 선호 등 가성비로 요약되는 중고차 시장의 합리적 소비 현상은 최근 친환경 하이브리드차 인기로 옮겨붙고 있다. 지난해 SK엔카 홈페이지에 등록된 하이브리드 차량 등록대수는 1만2000여 대로 전년 대비 약 40% 증가했다. SK엔카닷컴에서 거래된 하이브리드차 9종의 잔존가치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산차는 기아 니로, 수입차는 도요타 프리우스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같은 차량의 경우 하이브리드 모델이 가솔린 모델보다 잔존가치가 높았다. 기아 니로의 잔존 가치는 71.9%, 도요타 프리우스는 68.1%였다. 박홍규 SK엔카 사업총괄본부 본부장은 “연비 경쟁력이 있는 친환경 하이브리드차를 찾는 소비자가 늘었다”며 “하이브리드차의 잔존가치가 가솔린 모델보다 높은 수준이며 젊은층에 인기가 높은 준중형 하이브리드차의 잔존가치가 특히 높다”고 말했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1512호 (2019.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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