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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지자체는 ‘50플러스 정책’ 붐] 신중년 지원 조례 개정하고 재단도 세워 

 

지자체 중 서울시가 처음 시작… “중앙정부 통합 지원으로 지자체 역량 강화해야”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운영하는 인생학교에 참여한 장년층. / 사진 : 서울시
지방자치단체가 50플러스 세대(50~64세)를 재조명하고 있다. 베이비부머(1955~63년생) 대부분이 50플러스 세대에 속해 이들이 지역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50플러스 세대는 고속성장기는 물론 외환위기·금융위기 등 시대의 굴곡을 거쳐오며 자산을 축적했고, 최신 기기 사용에 능숙하며 배움의 의지도 있다는 점에서 노년 인구와 다른 특성을 갖는다.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를 잇는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체로도 사회적 자본으로서 여전히 경쟁력 있는 세대다.

50플러스 지원 나선 광역자치단체


이들을 가장 먼저 주목한 것은 서울시다. 서울시는 국내 지자체 중 처음으로 장년층을 지원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2015년 4월 ‘장년층 인생이모작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이어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인생이모작지원단’을 만들었다. 그럴 만했다. 2000년까지만 해도 139만 명이던 서울시의 50플러스 세대가 2015년 214만 명으로 15년 사이 53% 넘게 증가했다. 올해 10월 기준으로는 서울시 전체 인구의 23%(224만 명)를 차지하고 있다.

서울시는 조례를 근거로 2016년 4월 서울시50플러스재단을 설립했다. 생애전환 지원이나 일자리 개발 사업과 같은 50플러스 세대 대상 지원을 하나의 창구로 통합하기 위해서다. 정건화 한신대 경제학부 교수는 “98만 명에 이르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은퇴할 전망”이라면서 “전체 인구의 3분의 1가량이 50플러스 세대가 되는 셈인데 이들을 기존 노년 지원 정책처럼 예산만으로 끌어안기 어려운 만큼 자기 계발이나 재취업 등의 지원도 필수가 됐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에 이어 부산시도 50플러스 세대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부산시는 2016년 7월 장년층 생애재설계 지원 조례를 만든 후 노인복지과 산하에 장노년지원팀을 신설, 베이비부머 일자리 사업 등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신중년 활력 UP 프로젝트’를 내놓고 신중년의 경제 활동을 활성화하고, 재능을 공유하는 방법을 마련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부산시 전체 인구에서 50플러스 세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25.7%에 이른다. 국내 광역시 중 가장 높은 비율이다.

지자체의 50플러스 세대 재조명은 지역경제와도 맞닿아 있다. 조기 퇴직한 50플러스 세대가 경제활동에 나서지 않을 경우 성장동력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광회 서울시50플러스재단 사업개발자문위원은 “광역자치단체 대부분에서 50플러스 세대의 비중이 20%를 넘는다”면서 “이들의 경제활동 없이는 지역경제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2017년 기준 50플러스 세대 지원을 위해 조례를 제정한 광역자치단체는 서울·부산·대전·광주·경기·충남·전북·제주 등 8곳에 이른다. 특히 해마다 고령인구 증가율이 200~311%인 초고위 고령화 지역(서울·대전·경기)을 중심으로 50플러스 세대 지원이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들은 50플러스 세대의 특성에도 주목했다. 50플러스 세대는 부모 부양과 자녀 지원은 물론 자기 자신의 삶까지 짊어진 세대다. 그런데도 국민연금을 포함한 대부분 복지혜택은 65세가 넘어야 받을 수 있다. 50플러스 세대가 은퇴 후 대체 소득원을 찾지 못하면 65세까지 10여 년을 소득 없이 버텨야 한다. 자칫 사회 빈곤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50플러스 세대의 일자리 문제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단어가 ‘경비원’이다. 나이 50 넘은 퇴직자들이 새로 찾을 직장은 많지 않아서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발표한 2019 미래에셋 은퇴라이프 트렌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퇴직한 5060 세대 중 83.2%가 재취업에 나섰고, 재취업자 중 상당수가 임시·일용직(34.9%)과 단순노무직(33.2%)에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정적이지 못한 일자리인 탓에 이들의 급여 수준도 퇴직 전 소득의 63.1% 정도에 불과했다.

이런 가운데 지자체들의 50플러스 세대 지원 사업이 하나둘 결실을 맺고 있다. 서울시 산하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일자리 모델이 대표적이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50플러스 세대가 능력·의지·경제력을 겸비하고 있다고 보고 이에 맞는 맞춤형 일자리·일거리와 연결하고 있다. 남경아 서울시50플러스 재단 일자리사업본부장은 “서울의 50플러스 세대 중 35.6%가 학사 이상 학력의 52.6세”라며 “은퇴한 50플러스 세대의 역량이 사회에서 재사용될 수 있도록 인턴십, 사회공헌단, 도시재생 창업지원 등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총 825명이 서울시 50플러스재단이 개발한 일자리 모델에 참여했다. 설립 첫 해 472명과 비교해 2배 가까이 참여자 수가 늘었다. 올해부터는 사업을 확대해 재취업과 창업 중심의 이른바 ‘일자리2.0’을 시행하고 있다. 이런 덕에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참여자 수가 지난해 전체 숫자를 뛰어넘었다. 170여 명 모집 인턴십에는 620명이 몰리기도 했다. 같은 기간 생애전환과 취업에 관한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상담센터 방문객 규모 역시 1976명에서 2344명으로 증가했다.

이렇게 서울시를 포함한 여러 지자체가 50플러스 세대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중앙정부도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산 등의 제약으로 역량이 모자라는 지자체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1991년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사회공헌 활동을 지원하는 수준에 그쳤고, 일할 의지나 능력이 충분한 50플러스 세대의 요구를 십분 반영하지는 못했다. 문재인 정부는 대선 공약으로 50플러스 세대 지원을 내세웠고 50, 60대의 인생 이모작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신중년 재충전센터’도 설치했다. 다만 급격히 불어나는 50플러스 세대가 만족할 만큼 속도가 붙진 않고 있다.

현재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범국가적 지원은 노인일자리 지원 사업에 한정돼 있다. 중앙부처에서 종합지원계획을 수립하고, 지자체가 상위 기본계획과 예산에 근거한 사업 배정과 위탁운영기관을 선정하는 방식의 정책에 50플러스 세대 지원 정책은 사실상 없다.

분절적 지원 아닌 통합적 지원 필요

우리보다 일찍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선진국들은 정부가 틀을 짜고 민간단체가 실무를 담당하고 있다. 독일은 2007년 ‘이니셔티브 50플러스’라는 고용 활성화 방안을 발표, 정책 운영은 지방자치단체에 맡겼다. 지역별 특성에 맞게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마을 단위로 개인별 맞춤형 관리를 하도록 했다. 일본도 정부 주도의 시스템을 구축했다. 2007년 단카이 세대(1947~1949년에 태어난 베이비부머 세대)의 대규모 은퇴에 따른 사회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내놓은 고용 연장 정책이 출발점이었다. 특히 일본 정부는 고령자고용안정법을 개정해 기업이 정년 폐지나 정년 연장, 계속 고용 중 하나를 선택해 장년층의 고용을 보장하도록 제도를 정비했다. 최일선 경희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전국의 여러 지자체가 50플러스 세대 지원에 나선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역량이 부족한 지자체는 중앙정부가 예산을 배분하는 것은 물론 컨트롤타워 역할도 어느 정도 수행하는 통합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1513호 (2019.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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