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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톡톡 튀는 일자리 사업] 인턴에서 유튜버까지 ‘앙코르 커리어’ 펼쳐 

 

인생 2막, 새로운 꿈을 실현하는 일자리2.0 호평… 올해 9월까지 1095명 참여해 성황

▎‘앙코르 라이프’를 실현하고 있는 조재천 도시재생 창업가, 김창직 한강 조경기능사, 정희선 50+인턴십 참여자(사진 왼쪽부터). 이들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을 통해 새로운 꿈을 꾸게 됐다”고 말했다. / 사진:전민규 기자
30년 경력의 재무·회계 전문가인 정희선(61)씨는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인턴’으로 일했다. 퇴직 후 서울시50플러스재단을 통해 국내 한 화장품 제조 업체에 지원해 면접 끝에 합격했다. 막내 사원보다 31살 많았지만, 진짜 막내는 정씨였다. 다만 그는 회사에 없어선 안 될 인재로 통했다. 수십 년 직장생활에서 얻은 노하우가 한창 성장 중인 회사에 큰 힘이 됐다. 정씨는 회사의 매출 목표 1000억원 달성을 위한 사업계획서 구체화에 일조했다. 그는 “도움이 돼 좋았다”면서 “다시 찾은 인생 2막이 즐거워 다음 인턴 모집에 또 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씨처럼 은퇴 후 새로운 일을 찾는 ‘신중년’이 늘고 있다. 이들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앙코르 커리어’ 일자리 플랫폼으로 인생 2막을 펼치는 중이다. 앙코르 커리어는 인생 후반기, 연극 무대의 내려진 막이 “앙코르” 소리와 함께 다시 오르듯 은퇴 후 기존 경력과 경험을 활용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을 가리킨다. 서울시는 조기 은퇴를 겪은 50플러스 세대(50~64세)가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는 65세가 되기 전까지 다른 소득원을 찾아야 한다는 데 착안해 2016년 국내 최초로 서울시50플러스재단을 설립, 50플러스 세대의 사회 참여를 지원하고 있다.

평생 금융업에 종사하면서도 놓치 않은 조경의 꿈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총 825명이 재단이 개발한 일자리 모델에 참여했다. 설립 첫해 472명과 비교해 2배 가까이 참여자 수가 늘었다. 올해는 일자리 모델 참여자 수가 더욱 증가해 올해 들어 9월까지만도 1095명이 등록했다. 기존에 운영해온 사회공헌 중심 자원봉사(50+사회공헌단)·보람일자리 사업(50+보람일자리)에 더해 인턴십(서울50+인턴십, 뉴딜인턴십), 창업(도시재생 창업지원, 공유사무실 운영 등) 등으로 일자리 플랫폼을 확장한 게 주효했다. 이른바 ‘일자리 2.0’ 사업이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올해 청년 일자리와 제살깎기 경쟁을 피하면서 50플러스 세대가 잘할 수 있는 분야를 발굴했다.

특히 인턴십에 50플러스 세대의 관심이 컸다. 170여 명 모집에 총 620명이 넘게 몰리며 인턴 합격 경쟁률이 3.6:1에 달했다. 현재까지 174명이 서울시 소재 민간기업·법인·협회 등에서 일하는 인턴십에 참여했다. 홍선 서울시50플러스재단 사업개발팀장은 “50플러스 세대를 보면 퇴직 후에도 다시 일을 하고 싶어 하는 분이 많다”며 “50+인턴십은 50플러스 세대가 그동안 해온 일이 아니라 평소 꿈꿔왔던 전혀 다른 일에 직접 경험하고 도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50+인턴십은 파트타임형과 풀타임형으로 나뉜다. 정규직으로 전환될 여지도 있다.

지난 9월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에 들어간 김창직(56)씨는 50+인턴십으로 꿈을 찾아가고 있다. 그는 30년 넘게 금융 업계에 종사했지만, 늘 조경 일을 동경해왔다. 2014년 퇴직 이후 조경기능사와 산림기능사 자격증을 따둔 것도 조경 관련 일을 해보고 싶어서였다.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지원에서도 취업 연계가 가능한 풀타임 인턴을 택했다. 그는 하루 8시간, 주 5일로 다소 버겁게 일하지만 “우리나라 1호 생태공원인 여의도 샛강 공원의 조경을 일궈가는 게 즐겁다”면서 “제주 올레길과 같은 한강길을 만드는 게 꿈”이라며 활짝 웃었다.

앙코르 커리어를 창업으로 정한 50플러스 세대도 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최대 2년까지 사무공간(공유 사무실)을 지원하고 교육·컨설팅·네트워크 등 다양한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고 있다. 재단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단체와 개인 각각 37개팀, 50명이 창업을 했거나 창업를 앞두고 공유 사무실에 입주해 있다. 초기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 지원하는 프로그램에도 12개 팀이 등록해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에는 도시재생 창업이 인기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함께 추진 중인 ‘점프업 5060’ 사업에 지원자가 대거 몰렸다. 점프업 5060 사업은 도시재생 사업과 관련해 창업을 희망하는 50플러스 세대를 발굴하는 것이다. 지난 8월 도시재생창업을 희망하는 50플러스 세대 24개 창업팀(30명)을 선발해 교육·창업컨설팅 등을 돕고 있다. 재단은 12월까지 창업 관련 교육을 진행 후 프로그램 수료 팀 중 우수한 성적을 거둔 최대 10개 팀을 다시 선발해 사업화 지원금 2000만원을 제공할 계획이다.

참여자들의 만족도도 높다. 도시재생 창업 점프업 5060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조재천(58)씨는 “세운상가 활성화 노력을 펼쳐오던 중에 신중년 도시재생 창업지원 프로젝트를 접했다”면서 “점프업 5060 덕분에 세운상가 중심의 종로 주변 관광코스 운영 서비스를 창업 아이템으로 구체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20여 년 동안 기업의 대표이사로 일했던 경험을 세운상가 활성화에 십분 활용할 생각이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 문화기획자 과정 수료 후 복합문화공간 ‘북촌탁구’를 창업한 박현정(50)씨도 점프업 5060으로 사업을 구체화했다. 그는 “창업 관련 컨설팅 과정에서 북촌탁구가 북촌마을 주민 전체가 아닌 수요가 한정된 공간이라는 점을 알게 됐다”면서 “이제는 찾아가는 북촌탁구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창업지원 프로젝트에서 막연한 아이디어 구체화


일자리2.0에는 ‘없던창업프로젝트’ ‘50+보람일자리 사업’ 등 다양한 사업이 포함됐다. 특히 없던창업프로젝트는 중장년 창업의 실패 위험을 줄이고 창업 초기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혁신적인 창업모델을 제시하는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공유경제를 바탕으로 창업할 수 있는 공유주방·틈새시장·공동주거 등 3가지 창업모델을 선보였다. 남경아 서울시 50플러스재단 일자리사업본부장은 “기존 경력과 경험을 활용하는 앙코르 커리어 모델 발굴과 일자리 영역 확대에 집중하고 있지만 새로운 일자리 발굴에도 힘을 쏟고 있다”면서 “가령 저녁에만 문을 여는 식당을 점심시간에 빌려 쓰는 방법 등을 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50+보람일자리는 일자리2.0 이전부터 진행해온 사업으로 50플러스 세대가 은퇴 후에도 그간의 사회적 경험과 전문성을 살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공헌형 일자리 사업이다. 특히 50+보람일자리는 앙코르 커리어의 대표적인 형태인 ‘슬래시(/) 커리어’의 방편으로 쓰이며 다수 참여자를 확보했다. 슬래시 커리어는 ‘일거리’와 ‘활동거리’를 동시에 갖는 노후를 뜻한다. 홍선 팀장은 “자기 시간을 가지면서 사회 참여에도 나서고자 하는 50플러스 세대가 보람일자리를 주로 찾는다”며 “월 57시간 이내로 활동해 월 최대 52만원을 받는 구조”라고 말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올해 학습지원단·장애인직업재활지원단·행복도시락나눔지원단·도시농부텃밭지원단 등 18개 사업에 792명을 선발할 계획이었지만, 참가자가 몰려 806명을 뽑았다. 도시농부지원단에 지원해 활동하고 있는 김정기(61)씨는 “34년간 수학교사로 일하면서 은퇴 후 귀농을 계획했는데, 도시농부지원단으로 일하면서 생태텃밭강사라는 새로운 꿈을 찾게 됐다”며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동시에 내 시간도 가질 수 있어 꿈을 이루기 위한 공부를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을 통한 50플러스 세대의 인생 2막 도전이 이어지면서 대기업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후원하는 ‘신중년 커리어 프로젝트 굿잡5060’이 대표적이다. 신중년 커리어 프로젝트 굿잡5060은 50플러스 세대의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민관협력 모델이다. 현대차가 후원한 약 10억원을 서울시50플러스재단·고용노동부·상상우리가 50플러스 세대 재취업을 위한 교육·멘토링 제공, 사회적기업·스타트업 취업 지원에 쓰는 방식이다. 올해 9월 말 기준 1003명이 재취업 교육 신청에 나서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4월부터 서울시50플러스재단과 50플러스 세대를 유튜브 스타로 키우는 ‘50+유튜버 스쿨’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장년층을 유튜브 콘텐트 생산자로 키워 이들이 활기 넘치는 인생 2막을 열도록 지원한 것이다. 김영대 서울시50플러스재단 대표는 “새롭게 배우고 도전하는 50플러스 세대가 많다”며 “이들이 새로운 탐구 기회를 더 많이 누릴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대기업·정부부처와 협업 확대 계획

50+유튜버 스쿨을 나온 50플러스 세대 중에는 이미 인기 유튜버도 탄생했다. 34년간 중·고교 수학 교사로 근무하다 퇴직해 19개월차 헬스트레이너로 활동 중인 강철진(64)씨의 채널 ‘강철 헬스전략’ 구독자는 12월 2일 기준 약 900명을 기록했다. 여행사 관광통역사로 30여 년을 근무한 후 캠핑카 여행 유튜버가 된 김금녀(65)씨의 채널 ‘비비새’도 인기다. 김씨는 “집 근처에 퇴직자들이 쉽게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해서 서울시50플러스재단을 찾았다가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아직 유튜버로 불리는 게 어색하지만 정말 재밌다”고 덧붙였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서울신용보증재단과 함께 ‘우리동네자영업반장’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창업 경험이 풍부한 50플러스 세대가 창업 지원을 받은 초기 소상공인을 직접 찾아 주기적으로 경영 현황을 점검해준다. 앙코르 커리어의 대표 모델로 꼽힌다. 재단은 이와 같은 협력 관계를 고용노동부·행정안전부·산림청 등 주요 행정 부처로 확대할 예정이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1513호 (2019.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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