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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경제 대예측 | 한국 산업은 어디로 - 배터리] 2020년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 패권다툼 원년 

 

2023년 100조원 규모로 성장 전망… 완성차 업체도 직접 셀 개발 나서

2020년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패권다툼이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직접 2차전지 시장에 뛰어들었고, 가장 큰 시장인 중국에서 사드 후폭풍과 자국 업체 보호를 이유로 행해왔던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제한 규제가 일부 풀렸기 때문이다.

세계 리튬 2차전지 시장은 전기자동차와 IT 기기에 들어가는 소형전지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 외 대용량 전기저장장치(ESS) 등에 사용되는 중·대형전지는 전체의 4% 이하다. 전체 배터리 시장에서 소형전지가 2017년 46%, ESS용이 3.7%, 전기자동차용이 50.3%를 기록했다.

지금까지 글로벌 2차전지 업계에선 중국 CATL과 일본의 파나소닉이 가장 앞서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2019년 1~9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은 CATL이 26.6%로 1위를, 파나소닉이 24.6%로 2위를 차지했다. 단일 시장으로는 가장 큰 중국에서 CATL은 각형 배터리로 자국 전기차 수요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전기차 업체 테슬라에 가장 많은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하는 파나소닉의 아성도 단단하다.

LG화학은 글로벌 시장점유율 11%로 중국 BYD와 함께 3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은 10위권 이내로 들어왔다. 국내 기업이 강점을 보이고 있는 파우치형 배터리는 유럽·미국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관심을 보이면서 최근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각형 배터리는 2016년까지도 전체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했지만, 2016년 10% 중반대 점유율을 기록하던 파우치형이 2017년부터 연평균 10% 가까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SNE리서치는 순수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2020년 파우치형이 140.1GWh로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각형은 111.4GWh로 2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원통형은 2019년 39.5GWh에서 2020년 19.2GWh로 오히려 급감할 것으로 예측됐다. 테슬라는 파나소닉의 원통형 배터리에 집중하던 것에서 벗어나 LG화학 등과 공급계약을 하고 공급선 다변화에 나섰다. LG화학 제품을 주로 쓰던 폴크스바겐도 SK이노베이션 등과 복수 계약을 했고, BMW도 CATL과 삼성SDI 등 복수 공급 체계를 선택하면서 2020년은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약진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기차 제조사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성능과 디자인에 맞는 배터리 셀을 직접 개발하고 이를 배터리 업체에 위탁 생산할 것으로 보인다. BMW는 2015년부터 누적 2억 유로(약 2600억원)를 투자해 뮌헨에 연구개발(R&D) 시설을 설립하고 수백명의 연구인력을 채용했다. 폴크스바겐은 배터리 업체 노스볼트 지분 20%를 인수하는 데 무려 9억 유로(약 1조1700억원)를 썼다. 도요타는 배터리 연구소를 세워 16조원을 투자했다. 테슬라도 북미 배터리 기업을 인수했고, 자사 생산라인에서 직접 배터리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지난해 25조원 정도였지만 2023년에는 100조원 가까운 규모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완성차 업체들이 직접 배터리 제조에 나서는 건 차량 제조원가의 절반에 육박하는 배터리를 직접 설계해 쓰려는 것과 더불어 물량이 부족할 것을 대비하는 것이기도 하다.

- 한정연 기자 han.jeongyeon@joongang.co.kr

1516호 (2020.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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