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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코노미가 이끈 산업 변화] 배달·렌털시장 웃고 대형마트·자동차 울고 

 

20~30대 60% 이상이 “나는 홈족”… 지난해 온라인쇼핑 거래액 역대 최대

홈코노미(Home Economy) 전성시대다. 1인 가구 확대와 디지털 기술 발달, 불편한 소통보다 혼자가 더 편한 성향을 드러내는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대 출생)의 가치관이 반영된 결과다. 한 설문조사에서 20~30대의 60% 이상은 스스로를 ‘홈족’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홈코노미 증가로 국내 산업 지형도 역시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기업은 이들이 집에서 누릴 수 있는 제품·서비스를 끊임없이 내놓고 있다. 특히 유통업계에는 홈코노미 증가가 마케팅 전략의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홈코노미 시대에 위기를 맞은 산업 분야도 존재한다. 아울러 인구 구조, 가족 구성의 변화에 따른 소비 트렌드 흐름도 살펴 봤다.


▎사진:© gettyimagesbank
서울에 사는 직장인 이주연(36)씨는 주말이면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식사는 배달음식이나 가정간편식(HMR)으로 대신하고, 레토르트 음식이 지겨워지면 식재료를 주문해 직접 만들어먹는 ‘홈쿡(home-cook)’을 한다. 남은 시간은 평일에 놓친 드라마나 영화를 유료결제한 뒤 몰아서 본다. 몰입감을 위해 최근 56인치 대형 TV도 구입했다. 영화 보는 것이 지루해지면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를 열고 동영상을 본다. 현질(현금을 주고 아이템이나 게임머니 등을 사는 행위)로 꾸민 자신의 캐릭터를 보면 뿌듯한 마음이 든다. 몸이 찌뿌둥하다 싶으면 요가 매트 위에서 홈트레이닝 동영상을 따라서 스트레칭을 한다. 이씨는 “친구들 대부분이 결혼하고 각자 바쁘다 보니 예전처럼 자주 보기 힘들다”며 “해외여행을 가려해도 돈이 많이 들고, 집에서 모든 상품 구입과 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더 편하다”고 말했다.

홈족을 겨냥하려면 ‘GDP’ 탑재해야


이씨의 일상은 2020년 대한민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이들을 홈코노미(home+economy, 홈족)족이라고 일컫는다. 홈코노미는 가정(home)과 경제(economy)를 합성한 말로, 집에서 이루어지는 각종 경제 활동을 의미한다. 홈코노미족의 증가는 1인 가구 확대와 온라인·소셜미디어네트워크(SNS) 등 디지털 기술 발달, 불편한 소통보다 혼자가 더 편한 성향을 드러내는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대 출생)의 가치관이 반영된 결과다.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온라인 쇼핑 등의 발달로 집 안에서도 내가 원하는 활동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자발적으로 홈족이 되는 젊은층이 늘었다”며 “복잡한 인간관계를 맺을 필요 없이 집에서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편안함을 추구하는 현상이 홈코노미 문화를 만들어냈다”고 진단했다.

홈코노미족의 증가는 각종 수치로 확인된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알바몬과 공동으로 2018년 11월 성인남녀 1625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본인이 홈족이라고 생각하느냐’고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58.6%가 ‘그렇다’라고 답했다. 자신을 홈족이라고 생각하는 응답자 비율은 20~30대에서 높게 나타났다. 20대(68.5%)와 30대(62%)는 각각 60% 이상이 홈족이라고 밝혔다. 40대는 29.6%에 그쳤다. 젊은 연령층일수록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많다는 얘기다. 그 이유로는 ‘집에서 쉬는 게 진정한 휴식 같아서’라는 답변이 61%로 가장 많았다. 집에서 주로 하는 활동으로는 영화·드라마 정주행, TV 시청, 커피 만들기·마시기, 인터넷 쇼핑, 독서 순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75%는 “향후 홈족이 늘어날 것”이라고 답했다.

카드 내역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KB국민카드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홈코노미 관련 업종에서 하루 평균 결제 건수가 전년보다 1.9배 증가했다. 국민카드는 2018년 1월부터 2019년 6월까지 음식배달 애플리케이션(앱), 가전 렌털, 일상용품 배달, 케어서비스, 엔터테인먼트 등 홈코노미 관련 업종을 이용한 25∼54세 고객의 결제데이터 4492만 건을 분석했다. 관련 업종 중 음식배달 앱의 결제 건수가 가장 많이 늘었다. 배달 앱 결제건수는 1년 전보다 2.14배로 늘었다. 아이돌봄에서 출장 세차까지 찾아오는 케어(Care) 업종은 2배, 넷플릭스 등 동영상 콘텐트 중심의 홈엔터테인먼트에서 결제는 1.8배 증가했다.

그렇다면 어떤 상품이 홈족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을까. 조어로 표현해보면 ‘GPS’에 푹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사용자의 현재 위치를 계산하는 위성항법시스템(GPS)처럼, 홈코노미족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상품에 GPS 기능을 탑재해야 한다. GPS는 고도의 간편성(Great convenience), 실용성(Practicality), 세분화(Subdivide)를 의미한다. GPS가 홈족 맞춤형 상품에 접목돼 인기리에 팔리면서 국내 산업 지형을 변화시키고 있다.

그냥저냥 간편한 상품이어서는 매력이 떨어진다. 이제는 고도로 간편한 상품이어야 팔린다. 전자레인지로 간단하게 데워 즉석에서 먹을 수 있는 가전간편식(HMR) 등의 상품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HMR 시장 규모는 4조원을 넘어섰다. 2023년엔 5조원 규모까지 성장해 2016년 대비 2.5배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고도의 간편성을 갖추 상품으로는 CJ제일제당이 출시한 ‘햇반 컵밥’을 꼽을 수 있다. 햇반에 사골곰탕 등 다양한 국 종류를 접목, 몇 분 만에 조리해서 밥과 국을 동시에 즐길 수 있게 했다. 액상 소스로 기존 국밥 상품과 차별화한 것도 성공적이다.

실용성은 최근 젊은층의 소비 트렌드다. 소유보다는 필요에 의해 한시적으로 선택하는 실용적 소비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홈코노미가 급성장을 이끈 산업 분야로 렌털(대여)이 있다. 과거에도 정수기나 비데 등 특정 품목에 한해 렌털시장이 존재했지만 홈코노미 증가는 안마의자·공기청정기·매트리스 등 대부분의 가전 대여가 가능한 수준까지 오르며 렌털산업을 확장시키고 있다.

이들은 한층 다양한 품목에서 구매보다는 대여를 선호한다. 렌털업체인 현대렌탈케어는 2019년 9월 기준 일반 생활기기 렌탈 부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배 이상 증가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초 고급형·일반형 매트리스 2종을 출시한데 이어 같은해 8월에는 실속형 매트리스 렌털 상품을 새로 선보였다.

제품 세분화도 중요하다. 홈캉스, 홈바, 홈카페, 홈요가, 홈트레이닝 등 집 밖에서 행했던 분야를 집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또 개인마다 개성과 취향이 다르다 보니 개인적 기호에 맞는 상품이 필요하다. 예컨대 피부과에 가는 수고를 덜 수 있도록 피부과에서 검증받은 뷰티 제품을 선보이거나, 헬스장에 등록하는 대신 유튜브를 보며 운동하도록 홈트 영상을 만드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인기를 얻고 있는 홈 뷰티 디바이스 제품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피부 관리에 관심이 많거나 소비력을 갖춘 중장년층이 고가의 홈 뷰티 디바이스를 구매했다면, 최근에는 제품과 가격대를 세분화시켜 젊은층의 소비를 이끌어내고 있다. 삼성전자가 선보인 삼성 셀리턴 LED 마스크 지난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배 넘게 늘어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유통업계 근간을 흔드는 변화


홈코노미족의 증가는 새로운 경제활동을 만들어낸다. 종전에도 짜장면이나 피자 같은 일반적인 외식 상품을 배달하는 시장은 존재했지만, 홈코노미 증가에 따른 배달 수요의 급증은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 같은 배달 플랫폼 성장으로 이어졌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배달 앱 시장 규모는 연간거래액 기준으로 2013년 3347억원에서 2018년 3조원 규모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5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가구, 홈인테리어 시장도 성장세다. 개인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이 반영된 ‘나만의 인테리어’를 원하는 욕구가 커지면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인테리어·리모델링 시장규모는 2016년 28조4000억원에서 올해는 40조원 이상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인테리어 플랫폼 회사의 매출도 늘고 있다. 국내 인테리어 비교견적 플랫폼인 ‘집닥’은 2015년 7월 설립 후 지난해까지 누적 거래액 3000억원, 누적 견적수 18만5000건을 기록했다. 인테리어 정보 공유 플랫폼인 ‘오늘의 집’의 지난해 거래액은 1000억원을 넘었다.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도 있다. 식생활과 생환 패턴은 유통업계의 근간을 흔드는 변화다. 홈코노미족은 배달 앱이나 배송 사이트 등에서 필요한 물건을 자주 구매하는 식의 패턴을 보인다. 특별한 일이 아니면 대형 포장 중심인 대형마트에 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의미다. 이런 ‘배송쇼핑’이 일상화되면서 장을 보는 곳도 대형마트에서 온라인마트로 바뀌고 있다.

여신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1~11월)까지 온라인쇼핑 거래금액은 12조7576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20.2% 증가한 수치다. 반면 대형마트 카드 실적은 하향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대형마트(유통전문점 포함)에서 개인카드로 결제한 비율은 2010년 51.2%에서 지난해 9월 40.6%로 하락했다.

자동차 시장도 달라질 수 있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만큼 값 비싸고 유지비도 많이 드는 자동차를 탈 필요성이 적어서다. 국토교통부 자동차 등록자료를 바탕으로 통계를 산정하는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청년’으로 구분하는 연령대인 20·30대가 구매한 자동차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국내 시장에서 2030 신차 구매 대수 16만2188대로, 1년 전 같은 기간 19만3963대보다 16.4% 감소했다.

소비시장에서는 홈코노미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문화로 정착할 것으로 본다. 박경연 KB국민카드 데이터마케팅부 팀장은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집에 대한 인식 변화에 따라 홈코노미 관련 산업도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점차 다양화되고 전문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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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9호 (2020.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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