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후박사의 힐링상담 | 기부 갈등 극복] 기부에는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이름 내고, 과시 하고, 인정받고 싶은 심리... 박수·칭찬이 기부 문화 확산

#1. 연예계 최고 자산가로 알려진 원로배우가 500억원 규모의 재산을 한국 영화계 발전에 써달라며 쾌척했다. 모교 대학에도 100억원 상당의 땅을 발전기금으로 기부했다. “이제 아흔을 넘었으니 살아봐야 얼마나 더 살겠습니까. 그저 남은 거 다 베풀고 가면서 인생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싶어요. 나중에 내 관 속에는 성경책 하나 함께 묻어 주면 됩니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복되다.”(사도행전 20:35)

#2. ‘얼굴 없는 천사’의 기부 소식이 반갑다. 구세군에 따르면 서울 청량리역 앞 자선냄비에 60대 남성이 넣고 봉투를 넣고 갔는데 그 안에 1억1400만1004원이 들어 있었다. ‘천사(1004)’라는 액수가 예사롭지 않아 더 눈에 띈다. 은밀한 선행이 어느 때보다 더욱 고맙다. “너는 구제할 때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마태복음 6:3)

#3. 노부부가 학교 앞에서 평생 과일 장사를 하며 모은 전 재산 400억원을 대학에 기부했다. 부부는 모은 재산을 미국에 이민 간 두 아들에게 물려주기보다 좋은 곳에 쓰고 싶었다며 기념행사에서 이렇게 밝혔다. “나처럼 초등학교도 못 나온 사람이 학교에 기부할 수 있어 너무 기쁘다. 어려운 학생들이 공부하는 데 힘이 되고 훌륭한 인재를 길러내는 데 소중하게 사용되길 바란다.”

불쌍히 여기는 마음(측은지심)은 인(仁)의 시작

“여행을 하면 1년 기쁘고, 애인을 만나면 3년 기쁘고, 기부를 하면 평생 기쁘다.” 힘든 사람을 돕는 이의 가슴은 뿌듯하다. 어려울 때 도움 받는 사람의 마음은 포근하다. 특히 위기일 때 구해주면 그 은혜는 평생 잊지 못한다. 그는 같은 처지에 빠진 사람을 보게 되면 필히 돕게 된다. 이 모두 기쁜 일이다. 사람이라면 모두 비슷한 마음이다. 우물에 빠지려는 아이를 보면 누군들 안 나서겠는가? 맹자는 이렇게 말한다. “불쌍히 여기는 마음(측은지심)은 인(仁)의 시작이다.”

기부는 ‘인(仁)’에서 출발한다. 기부 동기를 묻는 한 조사결과 ‘그냥 돕고 싶어서’(41%), ‘요청을 받아서’(27%), ‘신념 때문에’(18%) 순이었다. 대답한 이의 절반 이상이 순수한 동기에서 기부에 나섰다. 이타심은 인간 유전자에 내재되어 있다. 연민감·동정심·자비심을 포함한다. 우리는 사랑하기 위해 세상에 태어났다. 우리는 큰 것을 지향한다. 이타심은 이기심보다 크다. 개인보다는 사회, 사회보다는 자연, 자연보다는 우주가 크다. 사람들은 작은 확실성에 매달려 살아간다. 우주적인 커다란 불확실성에 자신을 맡길 때 큰 초월을 체험할 수 있다.

한 사람이 설교에 감동 받고 기부를 결심했다. 친구가 그에게 물었다. “집이 두 채라면 어찌할래?.” 그는 한 채를 기부하겠다고 말했다. 친구가 또 “땅이 있으면 어찌할래?”하고 묻자 그는 역시 절반을 기부하겠다고 장담했다. 이어 친구가 “차가 두 대면 어찌할래?” 묻자 그는 정색을 하고는 “No”라고 대답했다. 이유를 묻자 “집과 땅은 없지만, 차는 두 대 있어서 곤란하다”고 했다. 우리는 없는 것을 슬퍼하고, 있는 것을 기뻐한다. 남이 가지고 있는데 내가 없다면 슬프고, 남이 없는데 내가 가지고 있다면 기쁘다. 우리는 없는 것에 관대하고, 있는 것에 인색하다. 가지지 않은 것을 바치라면 선뜻 동의하고, 가진 것을 내놓으라면 머뭇거린다.

기부는 ‘돈’이 있어야 가능한 걸까? 한 청년이 예수께 다가가 어떻게 해야 영생(永生)을 얻을지 물었다. 예수는 계명을 지키라고 했다. 그는 모든 것을 지켰고, 더 해야 할 것을 물었다. 예수는 가진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주라고 했다. 그는 돈이 많았기 때문에 고개를 숙인 채 떠났다. 한 스님이 거지가 모여 사는 곳에 가서는 절 건축을 위해 기부해 달라고 했다. 평생 받는데 익숙한 거지들은 당황했다. 그리고 강하게 거부했다. 스님은 매일 찾아가 부탁했다. 거지들은 감동해 한 명씩 기부를 시작했다. 이제 모든 거지가 주는 사람이 되었다.

기부는 ‘가슴’이 결정한다. 우리는 광고를 보거나 메시지를 접하고 기부하게 된다. 유명인·연예인이 나설 때, 아는 사람이 요청할 때 잘 응한다. 기부는 전염된다. 존경하는 사람이 베푸는 모습을 보면 따라하고 싶어진다. 기부는 습관이다. 어릴 때부터 베푸는데 익숙한 사람이 잘 응한다. 기부를 유도하는 강력한 감정은 무엇일까? 연민감이다. 연민감은 사랑의 사회적 표현이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위험을 생생하게 알릴수록, 의미가 부여될수록 연민감이 커진다. 불행한 다수보다 비극적인 한 소녀가 유발한다. 그러나 머리가 차가워지면 가슴이 작동하지 않는다. 연민감은 내가 나서지 않아도 될 때 줄어든다.

기부행위 자체가 선(善)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 간 기부한 경험이 있다’는 물음에 26%가 ‘그렇다’고 답했다. 2011년 같은 대답 36%에서 감소 추세다. 기부하지 않은 이유는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가 49%이고, ‘기부 단체를 믿을 수 없어서’가 24%다. 기부 응답자의 57%가 기부금 사용 내역을 모른다고 답했다. 기업 기부가 전체의 70%인데 그나마 경제가 어려워 실적도 좋지 않다. 그렇다면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한 탁월한 처방은 무엇일까?

첫째, 두루두루 알리자.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알게 하자.” 알려지는 기부부터 실행하자. 기부를 했는데 아무도 모른다면 섭섭하다. 누군가 알아줄 때 기부자의 마음은 기쁘다. 더 기부하고 싶어진다. 이렇듯 알아줄 때 존재의 이유가 생긴다. 그래서 보여주는 기부부터 하자. 누군가 인정할 때 기쁘다. 인정은 자부심의 원천이다.

둘째, 돈의 행방을 공개하자. “가슴이 하는 것을 머리가 알게 하자.” 어떻게 기부되는지 투명하게 집행해야 한다. 기부자로서 사용 내역을 모른다면 답답하다. 핵심은 기부한 돈이 기부자가 돕고 싶은 곳에 가게 해야 한다. 엉뚱한 곳으로 간다면 기부자는 화가 난다. 기부 단체를 못 믿게 된다. 추가 기부의 동기부여가 사라진다. 그래서 사기 모금은 철저히 징벌해야 한다. 속아서 낸 것을 알면 분통 터진다. 마음에 큰 상처를 받게 되고, 기부할 마음이 사라진다.

셋째, 의도를 캐지 말자. “기부의 순수성을 폄하하지 말자.” 선의(善意)를 분석하지 말자. 백퍼센트 순수한 의도란 없다. 모든 의도에는 숨겨진 사연이 있다. 무의식이 의식을 지배한다. 저의(底意)를 고려하지 말자. 어떤 의도라도 기부는 기부다. 이름을 내고, 과시를 하고, 인정받고 싶은 것이 인간적이다. 불순한 의도가 있더라도 무시하자. 이익을 본다한들 얼마나 보겠는가, 위장하려 한들 어쩌겠는가. 기부행위 자체가 선(善)이다. 악(惡)이 깃들기 쉽지 않다. “사심을 줄이고 욕심을 적게 하라(少私寡欲)”

※ 필자는 정신과의사, 경영학박사, LPJ마음건강 대표. 연세대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거쳐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과 중앙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임상집단정신치료] [후박사의 마음건강 강연시리즈 1~5권] [후박사의 힐링시대 프로젝트] 등 10여권의 책을 저술했다.

/images/sph164x220.jpg
1519호 (2020.01.2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