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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XM3 시승기] 쿠페와 SUV 절묘한 조화 

 

벤츠 CLA·A200의 심장 탑재… 부산공장 살릴 ‘가성비’

▎사진:르노삼성
르노삼성자동차가 최근 출시한 XM3는 절묘하다. 국내 유일의 ‘쿠페형 SUV’라는 타이틀은 여러 목적이 있다. 최근 단종한 세단 SM3와 SM5는 물론 QM6 등장과 함께 사라진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QM5의 수요까지 모두 노려볼만 한 범용성을 가지고 있다. 르노삼성의 절묘한 포지셔닝 전략은 여러 차례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QM3로 한국 시장에서 소형 SUV 판매 증대를 이끌었고, SM6는 국내 ‘프리미엄 중형 세단’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며 성공을 거뒀다. 이어 출시한 QM6는 가솔린과 LPG 연료의 SUV 열풍을 이끌어내며 새 바람을 일으켰다.

최근 시승한 XM3도 이 같은 ‘꽃길’을 걸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국내 시장에 없던 차이며, 살 이유가 충분하다. 무엇보다 ‘뛰어난 가성비’가 최고의 무기다. 부산공장을 바쁘게 돌려야 하는 르노삼성은 절치부심해 많이 팔릴 만한 차를 만들어냈다. 덕분에 XM3는 사전계약에서 출시까지, 르노삼성 출범이래 가장 빠른 시간 내 1만 대 계약을 돌파했다.

르노 뉴 패밀리룩에 더해진 쿠페형 SUV

시승한 차는 1.3 가솔린 터보엔진을 얹은 TCe260이며 최상위인 RE 시그니처 트림이다. 썬루프를 제외한 모든 옵션이 더해졌다.

외관 디자인은 SM6, QM6로 이어지는 르노삼성의 새로운 패밀리룩 디자인이 그대로 적용됐다. 인상을 결정짓는 건 전면부에 적용된 C자 형 주간주행등이다. 여기에 자연스럽게 연결된 작은 그릴은 QM6를 그대로 축소한 듯한 모습이다. 차이는 측면 실루엣에서 나온다. 트렁크로 이어지는 루프라인이 쿠페의 형상을 띄고 있다. 듬직함을 강조하는 기존 SUV와 달리 날렵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부각시킨다. 벤츠(GLC 쿠페, GLE 쿠페)와 BMW(X4, X6) 등을 통해 우리나라 도로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형태지만 국산차에서는 여태까지 없었다. 사실 XM3와 차체를 공유하는 르노 아르카나는 고급 모델이라고 볼 순 없다. 하지만 한국시장에선 ‘쿠페형 SUV’ 디자인 만으로도 국내에선 ‘프리미엄’의 이미지가 더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크기는 작지 않다. QM3와 차별화되는 요소다. 전장과 축간거리(휠베이스)는 경쟁차종으로 꼽을 수 있는 기아 셀토스보다 확연히 크다. 차체 크기만을 놓고 보면 투싼, 스포티지와 비교하는 게 적절하다. 다만 전고(1570mm)는 코나, 티볼리, QM3 등 B세그먼트 SUV와 비슷한 수준이다. SUV와 쿠페 사이에 위치한 XM3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수치다.

휠베이스가 길다보니 실내공간은 중형 SUV에 버금간다. 다만 전고가 낮아 앉은 키가 크다면 후열 좌석에서 머리 공간이 부족할 수 있다. 실내 디자인은 이 차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부분 중 하나다. 과도한 시도보다 사용자의 편의를 개선하는 데 집중한 듯한 모습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중앙에 위치한 9.3인치 디스플레이다. 세로형태의 디스플레이가 센터페시아 중앙에 자리 잡고 있는데, 마치 테슬라를 떠올리게 하는 이런 디자인은 르노삼성이 수년 전 도입했다. 다만 XM3에서는 SM6와 QM6가 채택한 8.7인치보다 큰 9.3인치 크기이고, 매립형이 아닌 플로팅 타입이어서 시인성이 좋아졌다. 이전의 디스플레이와 차이점은 또 있다. QM6 등과 달리 하단에 다이얼식 공조버튼을 만들어 조작성을 높였다. 공조 버튼 사이에 마련된 버튼들은 한번의 터치로 드라이브 모드 선택 등으로 접어들 수 있도록 해 각종 조작의 편의성을 높인다. 계기반에 적용된 10.25인치 클러스터도 운전의 편의성을 한층 높인다. 통신형 T맵 내비게이션을 계기반에 나타나게 할 수도 있다.

차체 가벼워 152마력으로 ‘펀 투 드라이브’

달려봤다. 시승 코스는 서울 잠원동에서 경기도 양평을 왕복하는 약 110km 구간. 시승차에는 르노그룹과 다임러 그룹이 공동개발한 TCe260 엔진이 얹혔다. 4기통 1.3ℓ 가솔린 터보 엔진인데, 260이라는 네이밍은 26.0kg.m(255N·m)의 최대 토크값을 강조한 것이다. 유럽에서 벤츠 CLA와 A200 등에 탑재되는 엔진으로, 성능은 검증됐다고 볼 수 있다. 자체 개발 미션을 장착한 벤츠와는 달리 XM3는 게틀락사의 7단 습식 변속기를 조합했는데, 이질감이 들지 않았다.

에코모드로 도심구간을 주행하는데, 정차와 출발 과정에서 전혀 답답함을 느낄 수 없었다. 낮은 RPM구간부터 높은 토크를 내는 엔진의 특성 덕분이다. 고속도로에 진입해선 드라이빙 모드를 스포츠로 설정하고 가속페달을 깊게 밟았다. 1.3리터의 작은 엔진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의 속도감을 느낄 수 있다. 무게가 1330kg에 불과해 152마력의 최고출력으로도 차고 넘친다. 속도를 급격히 높이면 약간의 변속감을 느낄 수 있는데, 스포티한 주행의 재미로 다가온다. 패들시프트가 달려 있어 펀 투 드라이브를 극대화 할 수 있다. 차체가 낮아 고속에서의 코너링도 안정적이고, 승차감도 나쁘지 않다. 요철을 강하게 넘어도 무리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터보 엔진이지만 소음은 적은 편이다. 양평에 도착해 후드를 열었는데, 별도의 엔진커버가 달려있지 않았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엔진의 NVH 성능에 대해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라며 “차를 오래 운행하다보면 엔진커버가 소음을 유발하는 경우들도 발생하는데, 이를 고려해 엔진커버를 씌우지 않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편의 사양도 충분히 갖췄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는 편의 장비를 중점적으로 사용했다. 특히 주행보조시스템은 사용이 편리한 정도로 잘 세팅돼 있다. 차선이탈방지 기능은 운전자의 스티어링에 강하게 개입하지 않지만, 비오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차선을 정확히 읽어낸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역시 앞 차와의 속도를 계산해 부드럽게 가속·감속 한다. 주차 조향 보조시스템은 평행주차, 사선주차, 후면주차를 모두 지원하며 주차공간을 똑똑하게 인식하며 재빠르게 스티어링휠을 돌려준다. 반응이 빨라 운전이 미숙한 사람들에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졌다.

‘셀토스 잡는 가성비’ 1.6리터도 주목

XM3 최고의 경쟁력은 가성비다. 크기로 비교하면 투싼·스포티지와 비슷한 급인데, 가격은 코나·셀토스 보다 더 저렴하다. 잘 팔릴 수밖에 없다. 이번에 시승한 TCe 260 엔진 차량은 가장 낮은 가격이 2083만원인데, 1.6리터 엔진에 무단변속기(CVT)를 얹은 차는 1719만원부터 구매할 수 있다. 최상위 트림(2140만원)에 모든 옵션을 더해도 2500만원이 넘지 않는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펀 투 드라이브를 추구하는 사람에게는 1.3리터 터보 모델을 추천하고, 도심운행을 위주로 한다면 1.6리터 가솔린 모델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1.6리터 모델에서 9.3인치 디스플레이와 어댑티브크루즈컨트롤, 통풍시트 등을 선택할 수 없는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

-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1526호 (2020.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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