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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세희의 테크&라이프] 코로나19 직격탄 맞은 ‘온디맨드 서비스’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으로 연결의 위기… ‘장보기 대행 앱’ 등 위기를 기회로

▎‘사회적 거리두기’는 초연결 온디맨드 서비스, 특히 차량공유 등 교통 분야 기업에 직격탄이 되었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디지털 연결망은 PC가 놓여있는 책상을 벗어났다. 모바일 인터넷에 연결된 스마트폰 덕분에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의 한 부분이 되었다.

스마트폰 확산과 함께 디지털을 매개로 물리적 필요를 채워주는 서비스들이 쏟아져 나왔다. 모바일 앱으로 쉽게 차를 불러 이동할 수 있게 되었고, 터치 한번이면 원하는 음식이 배달되어 온다. 전자상거래는 이제 모바일 쇼핑이 대세가 된 지 오래다. 스마트폰으로 시도 때도 없이 필요와 욕구를 드러내는 고객들을 위해 옥천의 물류센터에서 우리 동네 골목길을 누비는 오토바이 라이더까지 전국에 물류망이 실핏줄처럼 자리 잡았다. 디지털과 현실 세계가 연결되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차량공유 등 교통 서비스 잇따라 중단

공유경제나 온디맨드 서비스 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산업이다. 우버, 아마존, 쿠팡, 그랩 같은 회사들이 디지털 기술을 앞세워 물리 세상까지 장악하며 세계를 제패할 듯 보였다.

그러다 코로나19라는 뜻밖의 장애물이 나타났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 성장의 밑거름이 된 초연결이 팬데믹 시기엔 목을 옥죄는 원인이 됐다. 항공 산업의 발달, 세계를 무대로 하는 제조 공급망, 여행과 관광을 촉진하는 에어비앤비 같은 숙박 서비스, 더 많이 더 자유롭게 이동하게 해주는 차량호출 등이 신종 바이러스의 확산을 부추겼다. 그리고 아직 정체를 알 수 없는 이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세계는 잠시 모두를 모두에게서 격리시키기로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초연결 온디맨드 서비스, 특히 차량공유 등 교통 분야 기업에 직격탄이 되었다.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집에 머물고, 직장 대신 재택근무를 하고, 식당과 술집 등 많은 사람이 모이는 자리를 갖지 않게 되니 사람들이 돌아다닐 일이 없어서다.

우버는 최근 시애틀 등 코로나19 영향을 많이 받은 지역을 중심으로 승차 횟수가 70%까지 줄었다고 밝혔다. 우버는 미국, 캐나다, 런던 등에서 같은 방향으로 가는 승객 여러 명이 한 차를 타는 ‘우버 풀(Pool)’ 서비스를 중단했다. 리프트 역시 우버 풀과 비슷한 ‘쉐어드(Shared)’ 서비스를 전면 중단했다. 인도에서도 토종 1위 차량 호출서비스 올라가 풀 서비스를 중단한데 이어 델리 지역에서는 3월 말까지 모든 차량 서비스 운영을 중단했다. 아마존은 쇼핑객이 몰리면서 당일 내지 익일 배송을 자랑하던 ‘아마존 프라임’ 배송 기간이 며칠씩이나 지연되는 상황이다.

전동스쿠터 공유 분야 대표 기업인 라임도 코로나19로 어려움이 가중됐다. 3월 14일 14만7000건이던 라임 스쿠터 이용 횟수가 불과 3일 만인 17일에는 5만 건 수준으로 떨어졌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98% 감소했다. 유럽 대부분과 호주, 브라질 등에서 운행을 중단했다. 그렇지 않아도 수익성이 취약한 마이크로 모빌리티 사업에 깊은 암운이 드리웠다. 이미 1월에도 한 번 구조조정을 한 이 회사는 또 다시 본사에서 50~70명 수준의 인원 감축을 검토하고 있다.

사각지대에 놓인 플랫폼 노동자 문제도

위기는 우버와 같은 온디맨드 서비스 플랫폼 위에서 일하는 사람들, 이른바 ‘긱 근로자(gig worker)’ 또는 플랫폼 노동자에게는 더 심각한 문제로 다가온다. 테크 대기업 직원들이 안전하게 재택근무를 하는 동안 공유차량 드라이버는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일을 하거나, 일이 없어 손가락을 빨고 있어야 한다.

이들은 직원이 아니라 프리랜서, 독립사업자로 간주된다. 일을 쉬면 수입도 없다. 기업이 근로자에게 제공해야 하는 의료보험 혜택 등도 해당이 안 된다.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보이면 쉬라는 권고를 받지만, 병원비가 부담이 된다. 온디맨드 플랫폼 기업들은 항상 이들 드라이버나 배달 종사자를 직원이 아니라 프리랜서라고 주장해 왔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이들을 직원으로 대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는 유급 병가 부여에 주저하는 모습을 보인 이유다.

하지만 상황이 생각보다 빨리 악화되면서 빠르게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처우 개선에 나서는 기업이 늘었다. 우버나 리프트 등 차량공유 기업, 도어대시나 인스타카트 등 배달대행 기업들은 코로나19에 걸렸거나 자가 격리로 일을 못 하는 사람에게 14일 유급 휴가를 주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금의 팬데믹이 일종의 기회가 된 경우도 있다. 음식배달 앱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다. 우버의 음식배달 서비스 ‘우버 이츠’는 최근 미국 매출이 10% 뛰었다. 우버 이츠 배달을 하겠다는 지원자는 30% 늘었다. 밖에 나가 먹지 못 하니 배달이 늘어난 것이다.

또 다른 수혜주는 장보기 대행 앱들이다. 마트에서 신선식품 등을 대신 장 봐주고 집으로 배송까지 해주는 서비스다. 모바일 시장조사회사 앱토피아에 따르면 주요 장보기 앱인 인스타카트와 월마트 그로서리는 3월 다운로드가 2월보다 각각 218%, 160% 늘었다. 배달 음식은 아무래도 값이 비싸기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길어지면서 장보기 대행 앱 사용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교통 분야 공유 기업들은 이 기회에 배송대행 등으로 사업 영역 확장을 시도하기도 한다. 중국 대표 차량 공유 업체 디디추싱은 드라이버에게 장보기도 맡기는 서비스를 새로 선보였다. 코로나19로 인한 수입 감소 보전을 위한 것이라 하지만, 모빌리티 분야 핵심 비즈니스인 단거리 물류로 영역을 확장하는 수순이 될 수 있다.

아마존과 인스타카트는 각각 10만명과 30만명의 공격적 신규 인력 활용 계획을 밝혔다. 비대면 서비스를 하나의 추세로 굳히겠다는 의지까지 읽혀진다. 우버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코로나19 대책에 플랫폼 노동자들에 대한 지원을 포함해달라고 요청했다. 지원 대책이 ‘근로자’에게 집중되는 경향이 있음을 지적하면서 기존 ‘근로자’와 ‘독립사업자’ 이분법을 벗어나 우버 드라이버 등을 포함하는 제3의 법적 지위를 논의해 보자는 제안이다.

코로나19는 초연결성을 기반으로 급성장한 온디맨드 서비스의 미래에 질문을 던지고 있다. 초연결의 편리함만큼이나 초 연결의 위험성도 큰 것 아니냐는 우려다. 산업 성장기에는 묻혀 있던 종사자 처우 문제도 더 이상 피하기 어려워졌다.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때다. 하지만 각자 집에 격리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실제 세계와 연결 고리를 제공하는 것도 여전히 이들 온디맨드 기업들이다. 팬데믹 이후 달라질 우리의 삶에도 여전히 필요한 것들을 어떻게 찾고 연결해 주느냐가 진화의 관건이라 하겠다.

※ 필자는 전자신문 기자와 동아사이언스 데일리뉴스팀장을 지냈다. 기술과 사람이 서로 영향을 미치며 변해가는 모습을 항상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디지털과학 용어 사전]을 지었고, [네트워크전쟁]을 옮겼다.

1528호 (2020.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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