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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철학자 김준태의 '마흔, 역사와 만날 시간'] 인생의 변곡점에서 자신의 길을 찾은 사람들 

 

“역사인물 38명의 40대도 우리와 다를 바 없었다”

“마흔은 겉과 속이 다른 나이다. 자신의 길을 선택하고 그 길을 흔들림 없이 걸어가는 것 같지만, 실은 아직도 내 길이 무엇인지 확신이 없다. 세상 돌아가는 것을 어느 정도 알고 사회생활에 익숙해지고, 인간관계에도 자신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모든 것이 갈수록 어렵고 두려워서 머리를 싸맨다. 그런데도 이제는 누구 하나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다. 마흔살이나 먹었다는 이유로 실수나 시행착오가 용납되지 않으니, 속으로는 벌벌 떨면서도 겉으로는 강한 척, 능숙한 척 연기를 해야 한다. 바로 이 겉과 속의 간극이 마흔의 흔들림을 만든다.”

40대를 ‘제2의 사춘기’라고 부른다. 10대의 사춘기 못지않은 방황과 혼란을 겪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10대와는 다르다. 요구받는 것은 많지만 나이를 먹었다는 이유로 더 이상 누구 하나 가르쳐 주는 사람은 없다. 20~30대와 달리 실수나 시행착오는 허용되지 않는다. 두렵고 걱정이 많아지는 시기다. [마흔, 역사와 만날 시간]은 이런 방황과 고민의 한가운데 놓인 40대들을 위한 책이다.

“시대 바뀌어도 인간사회 본질은 같아”

저자인 김준태 작가는 이 시대의 방황하는 40대를 위해 이 책을 집필했다. 저자는 역사 속 군주와 재상, 신하들의 사례에서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지혜를 탐색해온 정치철학자다. 흘러간 역사에서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삶의 지혜를 탐색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성균관대학교에서 한국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동 대학 동양철학문화연구소를 거쳐 한국철학·인문문화연구소에서 동아시아의 철학과 정치사상을 연구하고 있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한국철학인문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저자는 “시대가 바뀌고 과학기술이 발전했다고 해도 인간과 인간사회의 본질은 별반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저자가 고른 역사인물 38명은 저마다 다른 시대를 살았고 다른 상황에 놓여있었지만, 그들이 겪는 문제나 고민은 우리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인간의 감정이나 성장, 타인과 관계 맺기, 일의 성공과 실패 등 우리와 비슷한 고민으로 흔들린다. 그러나 이내 인생의 변곡점에서 새로운 반전을 꿈꾸며 자신만의 길을 찾아낸다.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역사에 이름을 날린 사람들도 나와 같은 고민을 했구나’ 하는 공감과 위안을 얻고, 그들이 했던 선택과 그 결과를 통해 지금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지침을 얻을 수 있다.

성군 세종이 신하들에게 독선적이고 고집스러운 모습을 보인 이야기를 보면 나를 인정하고 주변사람까지 포용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든다. 엄혹한 유배지에서 정약용이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선 시련 속에서도 새로운 길이 있다는 용기를 얻을 수 있다.

상대의 의중과 전략을 정확히 파악해 거란과의 담판을 성공으로 이끈 서희, 사대부의 격렬한 반대를 뚫고 서원 철폐에 성공한 흥선대원군의 이야기는 직장에서 수많은 협상을 벌이고, 이견을 조율하며 내 생각을 관철해야 하는 우리에게 여전히 유용한 삶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부인과 성격이 맞지 않는다는 제자에게 전한 황희의 조언은 오늘날의 부부에게도 유효하다.

인물들이 흔들리는 마음을 어떻게 붙잡았는지, 시련과 고난 속에서 자신을 어떻게 단련하고 성장했는지를 보면 인생의 변곡점에서 방황하는, 그러나 아무도 가르쳐줄 이 없는 40대에게 새로운 지침이 된다.

-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1539호 (2020.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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