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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희 ABC뉴스 한국지국장의 '우아하게 저항하라'] 보이지 않는 선을 유연하게 넘나드는 방법 

 

30년간 외신기자로서 활동한 경험담 수록

“여자라서 할 수 없을 거야, 여자가 이런다고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이런 두려움이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런 두려움은 그 자체로 인정하자. 그리고 그 위에서 내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알고, 나만의 건강한 욕망을 키우자”

30여년간 미국, 싱가포르, 한국 등 다양한 국가의 취재 현장을 누빈 1세대 여성 외신기자, 조주희(50) ABC뉴스 한국지국장이 10년 만에 신작 [우아하게 저항하라]를 냈다.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1학년을 마치고 미국 워싱턴 D.C.로 유학길을 떠나 조지타운 대학에서 국제정치외교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은 저자는 이후 워싱턴포스트와 ABC뉴스에서 기자 생활을 했다. 저자는 기자 생활을 하며 직접 겪었던 경험담을 소개하며, 일하는 여성이 사회에서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을 어떻게 현명하게 극복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말한다.

유연함의 다른 표현, 우아한 저항

저자는 여성들이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대응할 수 있는 여유, 즉 내공을 길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이 같은 내공을 ‘우아한 저항’이라고 말하며, 사회적 모순과 차별적인 상황에 쉽게 분노하거나 싸우기보다는 유연하고 우아하게 저항해서 결국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이뤄가길 추천한다.

저자는 차별적인 언행을 듣고 불합리한 상황에 처했을 때 “쉽게 낙심하거나 분노하지 않는다. 속상해하는 시간조차 아깝다. 오히려 낙후된 마인드를 가진 상대방을 측은하게 바라보고 경고를 할지 응징을 할지 판단한다”고 자신만의 우아한 저항의 노하우를 밝혔다.

또 우아한 저항을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지침 10가지도 소개한다. 저자가 소개한 방법은 1 나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라, 2 웃으며 먼저 다가서라, 3 스스로의 팬이 되어라, 4 내가 하는 일을 남이 알게 하라, 5 애교는 집에 두고 오라, 6 시의적절한 스몰토크를 익혀라, 7 눈빛이 가진 힘을 이용하라, 8 가르치며 배워라, 9 삶과 휴식의 밸런스를 찾아라, 10 일하는 자신을 언제까지나 사랑하라 등이다.

여성으로서 다른 문화와 다른 성별 사이를 줄타기하며 밸런스를 맞추는 법, 사회와 과정에서 그리고 이익집단에서 현명하게 대응하며 영민하게 살아가는 법, 나를 사랑하는 만큼 주변을 돌아보고 사랑하며 연대하는 법 등을 말한다. 또 지난해부터 세계를 휩쓴 ‘미투 운동’에 대한 솔직한 생각도 과감하게 책을 통해 표현했다.

여성만 공감하는 이야기가 아닌, 기자를 꿈꾸는 사람이면 모두가 궁금할 만한 생생한 기자 생활 이야기도 공개한다. 책 곳곳에는 저자의 취재 현장 사진도 함께 수록돼 있다. 또 당당하게 악수를 청하고 손을 힘주어 잡아라, 상대방에게서 눈을 떼지 말라, 서 있을 때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라 등 기자가 취재원을 만날 때 필요한 자세 등을 알려준다.

기자는 감정에 휘말려선 안 되는 직업이라는 것도 강조한다. 저자는 저서를 통해 “현장에 가서 끔찍하고 슬픈 장면을 봤을 때 감정이입을 하기 시작하면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흐르고 공포가 엄습해오기 마련”이라며 “이성에 의지하며 객관적으로 상황을 분석해야 한다. 내 눈앞에 지금 시체가 몇 구 인지, 이들이 어떤 상태로 사망에 이르렀는지, 원인은 무엇이고 어떻게 구조가 진행되고 있는지 등을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1539호 (2020.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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