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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증시 맥짚기] 코로나 쇼크, 영향 줄고 시장 변질 우려 

 

우선주·바이오 상승은 시장이 투기적으로 바뀌었다는 방증

▎한 바이오제약사의 세포배양시설
3월말에 시작된 상승이 처음으로 벽에 부딪쳤다. 주가가 하루에 100포인트씩 떨어지고 오르는 일이 벌어졌는데 상승 에너지가 충만하다면 좀처럼 볼 수 없는 모습이다. 유동 성장세의 특징 중 하나가 가격 급변인데 이를 유감없이 보여준 것이다. 주가 상승이 크고 속도가 빠를수록 기존 움직임을 유지하려는 힘이 강해져 주가의 방향이 바뀌지 않는다. 여러 차례 하락을 통해 점차적으로 방향이 바뀌기 때문에 아직 염려할 정도는 아니지만 일차 하락 경고가 발생한 게 분명하다.

주가가 급변한 이유는 크게 둘이다. 그 중 하나는 코로나19 재확산 우려다. 이란·인도에서 1차 확산 때에 버금가는 환자가 발생했다. 미국에서도 텍사스·애리조나 등 22개 주에서 코로나19 확산이 다시 빨라지는 등 2차 유행 가능성이 커졌다. 우리나라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환자 발생이 계속되고 있다. 4월말에 전세계 누적 확진자 발생이 줄어든 후 코로나19에 대한 경계심이 약해졌는데 앞으로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숫자보다 해석이 경기·주가에 더 큰 영향 미쳐

다행히 2차 확산이 발생하더라도 1차 때만큼 경제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1차 확산을 겪으면서 질병에 대한 대처능력이 생겨 경제 봉쇄를 하지 않고도 질병을 다스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커졌다. 경제 봉쇄보다 경제 활동과 질병 치료를 병행하는 형태로 대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질병을 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코로나19는 평상시에는 뒤로 밀려나 있다가 주가가 하락할 때 하락의 핑계거리가 되는 정도로 위상이 약해졌다. 질병이 주가에 직접 영향을 주기보다 경기 둔화를 통해 가격을 움직이는 간접적인 형태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두 번째는 부정적인 경제 전망이다. 미국의 경기 침체 진입과 탈피 시점을 공식적으로 판단하는 기관인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지난 2월부터 미국의 경기 침체가 시작됐다고 발표했다. 역사상 가장 길었던 128개월 간의 경기 확장이 끝난 것이다. 이 때문에 6월 공개시장조작위원회(FOMC)에서 나온 미국경제 전망치가 영향을 받았다. 올해 성장률은 -6.5%로 부진하겠지만 내년과 내후년에는 각각 5.0%과 3.5%의 양호한 성장세를 보일 걸로 기대한다. 실업률은 올해 4분기 9.3%로 낮아져 연말 즈음에 한 자리대로 복귀한 후 내년과 내후년에 각각 6.5%와 5.5%로 떨어져 노동시장이 코로나 발 충격에서 벗어날 때까지 2년 정도 걸릴 걸로 전망했다.

미국 경제가 정점을 지났다는 사실은 두 갈래의 해석을 만들어냈다. 하나는 미국의 평균 경기 둔화가 8개월이었고 3월 시작된 경기 침체가 급하게 진행된 만큼 지금은 마무리 국면에 들어갔다는 긍정적 기대다. 반면 경기가 오랜 기간 확장을 거듭해 온 만큼 한두 달의 조정만으로는 상승 피로감을 씻어내기 힘들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연준이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는 경제전망을 내놓자 경기 민감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급락했다. 투자자들이 경기와 주가의 괴리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연준이 나서서 이 문제를 지적하자 주가가 즉각 반영한 것이다.

앞으로 경제 상황은 주가에 중립적이 되지 않을까 전망된다. 2분기에 나쁜 수치가 다수 나와도 시장이 사전에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성립한다. 4월 글로벌 경기선행지수가 1961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후 5월부터 상승세로 전환됐다. 지수 발표 대상인 약 40여개 국가 중 일본·그리스·스위스 3개 국만이 하락세를 이어갈 뿐 브라질·인디아 등 그 동안 급락했던 국가조차 선행지수가 상승하는 등 많은 나라에서 경기가 돌아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처음 주가가 상승할 때 주가 움직임은 경기 수준보다 경기의 방향성에 의해 결정된다. 지금은 방향성이 좋은 상태이지만 주가 또한 바닥을 치고 크게 상승했기 때문에 추가 상승 폭은 크지 않을 것이다.

유동성 역할 커지면서 이상 현상 빈번해져

주식시장에서 유동성의 역할이 커진 후 이상 현상이 다수 포착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파산신청을 한 허츠(Hertz)와 JC페니의 주가가 오르고, 파산설이 나돈 셰일 업체 체서피크에너지의 주가가 급등하는 등 정상적 상황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이 발생했다.

우리나라는 우선주와 바이오 주식의 상승이 두드러졌다. 5월말과 비교해 보면 코스피 우선주가 코스피 보통주보다 2.5% 더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우선주 상승을 금리와 연관해 설명하고 있다. 앞으로 상당 기간 저금리가 불가피해 1~2%의 배당 수익률이 1년간 금리와 비슷할 정도이므로 배당수익률이 높은 우선주가 관심을 모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리 있는 얘기이긴 하지만 우선주의 특징을 감안하면 또 다른 해석이 나온다. 우선주 상승은 코스피 상승이 막바지에 도달한 후 시작된다. 그 만큼 우선주는 상승 이유나 체계 없이 중구난방으로 움직이는데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보통주 가격이 1만원대인데에도 불구하고 우선주 가격이 4~5만원까지 올라 둘의 가격 관계가 맞지 않게 된다. 보통주가 하락하는 와중에 우선주가 상한가를 기록하는 것도 비슷한 예이다. 가격 체계가 상식과 동떨어지다 보니 투기라고 규정할 수 밖에 없는데 오늘 주식을 사서 내일 높은 가격이 되면 내다 팔겠다는 생각이 우선주 상승을 가져온 동력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등 바이오 주식의 상승도 두드러졌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국내 제약과 바이오회사에 대한 평가가 높아진데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성공할 경우 엄청난 돈을 벌어들일 수 있다는 기대가 작동한 결과다. 바이오가 다른 업종보다 재료상 우위에 있긴 하지만 주가가 최근처럼 크게 상승할 정도는 아니다. 전세계에서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회사가 70개가 넘는다. 이중 치료제 개발의 혜택을 볼 수 있는 곳은 처음 개발에 성공한 곳과 개발이 늦어도 가격상 현저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몇 곳 정도다. 다른 곳은 개발 비용만 들어가고 돈을 벌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은 우리 기업들이 치료제 개발에 성공할 걸로 가정해 주가가 움직였는데 그만큼 다음 그림이 쉽지 않아졌다.

우선주와 바이오는 둘 다 투기적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주가가 크게 상승해 예상되는 이익만으로 주가를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돼 성장성을 테마로 주가를 밀어붙이고 있다. 이 단계가 되면 합리적 판단은 사라지고 오직 가격만이 작동한다. 시장 전체로 보면 좋지 않는 형태로 최근 이런 모습이 다수 관찰되고 있다. 그만큼 시장의 질이 좋지 않은 것 같다.

- 이종우 증시칼럼니스트

1540호 (2020.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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