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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증시 맥짚기] 코로나·실업 추이가 향후 주식시장 좌우 

 

금리 인하로 경기 부양, 9·11테러 땐 가능했지만 지금은 어려워져

▎6월 10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구직자들이 실업급여설명회장에 들어가기 위해 줄 지어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001년 9월 11일. 뉴욕에서 테러가 발생했다. 모두가 알고 있는 9·11테러다. 테러 발생 직전 코스피(KOSPI·종합주가지수)는 540이었다. 테러 발생 다음날 주가가 12% 하락해 465로 떨어졌다. 그리고 10여일간 460을 놓고 밀고 당기기를 거듭하다 상승으로 돌아서 7개월만에 943이 됐다. 103% 상승한 것이다. 테러가 발생했을 때만 해도 이런 결과가 나올 거라고 아무도 상상하지 않았다. 테러 발생 직후 대공황 운운할 정도였으니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할 거라 믿었다. 미국시장도 비슷하게 움직였다. 테러 발생 직후 6일간 휴장을 거쳐 거래가 재개됐지만 나스닥(NASDAQ·미국장외주식시장) 지수는 5일 동안 16% 하락했다. 이는 바닥에서 오르기 시작해 12월말까지 석 달간 44% 상승했다. 우리 시장과 차이가 있다면 미국은 3개월만에 상승을 끝낸 반면, 우리는 미국시장이 정점을 지난 뒤에도 석 달간 상승이 더 이어졌다는 정도다.

9·11테러 직후 주가가 오른 이유는 넷이다. 우선 테러 직전 주가가 너무 낮았다. 테러 이전 나스닥은 1년반 동안 66% 하락한 상태였다. 코스피 역시 50% 넘게 떨어졌다. IT버블 붕괴로 두 시장이 크게 하락한 건데 주가가 낮다 보니 추가로 내려갈 공간이 크지 않았다.

두 번째는 강한 금리 인하다. 테러 직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0.5%포인트 인하를 시작으로 11월말까지 기준금리를 1.75%포인트 끌어내렸다. 테러 발생 전 3.5%였던 금리가 1.75%가 된 것이다. 코로나19 확산 직후 금리를 1.5%포인트 내렸으니까 두 경우의 인하율이 엇비슷한 셈이 된다. 문제는 지금은 더 이상 금리를 내릴 수 없는 상태인 반면, 9·11 이후에는 추가 인하 가능성이 살아있었다는 점이다. 금리 인하의 영향이 지금보다 9·11테러 때가 더 강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미국 금리 인하는 2003년 기준금리가 1.0%가 될 때까지 계속됐다.

세 번째는 경기다. 테러 발생 직전 국내 경제는 바닥을 친 상태였다. 조금씩 회복되고 있었기 때문에 테러가 발생한 후에도 경기가 크게 나빠지지 않았다.

마지막은 심리다. 9·11테러와 코로나19 모두 사건이 발생했을 때 심각한 심리적 충격을 받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빠르게 회복됐다. 상대적으로 회복이 쉬웠던 건 9·11테러 때다. 테러가 경제나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911테러 직후와 지금을 비교해 보면 테러 직후가 상승 요인이 더 강하다. 지금이 더 나은 부분은 오랜 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으로 중앙은행에 대한 믿음이 더 강하고 10년 넘게 주가가 올라 투자자 사이에서 상승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정도다. 9·11테러 때는 주가가 대단히 낮은 상태였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 미국 시장은 이미 사상 최고 수준이었다. 경기는 바닥과 천정으로 차이가 나지만 현재까지는 연준에 대한 기대가 더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경기가 나쁘면 주가는 반등 후 다시 하락

9·11테러가 발생하고 주가가 오른 후 그 다음은 어떻게 됐을까? 미국시장은 2002년부터, 우리시장도 그 해 4월 중순부터 떨어지기 시작했다. 미국 시장은 6월에 이미 테러 직후 최저점보다 더 낮은 상태가 됐는데 그 뒤에도 하락이 그치지 않았다. 우리 시장은 하락이 시작되고 11개월만인 2003년 3월에 500대 초반으로 떨어져 테러 직후 최저점과 유사한 상태가 됐다.

금리 인하와 세금 감면 등 정책이 총동원됐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이렇게 떨어진 이유가 무엇일까? 경기가 좋지 않아서다. 당시 미국 경제는 테러 직후 더블 딥(double dip·경기침체 후 회복하다 다시 하락하는 이중침체 현상)을 겪고 있었다. 그래서 주가 상승은 물론 반등도 유지하기 힘들었다. 경기가 또 한번 나빠지자 2002년 11월 연준이 금리를 다시 0.5%포인트 인하했지만 이번에는 별달리 효과를 보지 못했다.

9·11테러 이후 주가 움직임을 생각하면 최근 몇 개월간 상승이 이해가 간다. 코로나19라는 사건이 발생해 주가가 떨어졌기 때문에 시장은 질병만 사라지면 주가가 다시 올라갈 거라 믿었다. 여기에 연준의 금리 인하가 더해지면서 사람들의 믿음이 더 강해졌다. 주가가 어떻게 바닥에서 한번도 쉬지 않고 60%가 오를 수 있냐는 의문도 있지만 9·11테러 직후 주가가 100% 오른 걸 감안하면 특별한 일이 아니다. 이제 관심은 앞으로 미국 경제가 좋아져 9·11테러 직후와 다른 모습이 될 수 있느냐로 모아진다. 이런 모습이 되면 주가는 균형을 깨고 다시 상승하지만 그게 안되면 하락할 수 밖에 없다. 9·11테러 직후와 같이.

지난 6월 15일과 16일 주가가 하루에 100포인트 넘게 떨어지고 오른 걸 계기로 3월부터 이어 온 1차 국면이 마무리됐다. 1차 국면의 특징은 주가 급등락이었다. 코로나19 발생 직후 한 달 만에 코스피가 2270에서 1430으로 떨어지더니 두 달 반 만에 원상태를 거의 회복했다. 두 번째 국면은 1차 때 같이 급등락하지 않을 것이다.

전염방역·경제활동 병행해야 하는 부담

두 번째 국면의 주가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경제다. 경제가 주가를 받쳐줄 정도로 좋으냐가 관건인데 이를 판단하려면 코로나19 재확산 여부와 실업 개선 정도에 주목해야 한다. 시장에서 기대하고 있는 코로나19 발생 형태는 ‘역U’자다. 코로나가 전세계로 퍼지면서 빠르게 늘어난 전세계 확진자 수가 소강상태를 거친 후 빠르게 줄어들 걸로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까지 질병 상황은 전망과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확진자 수가 줄어들기는커녕 진정됐다고 생각했던 미국조차 환자가 다시 늘어나는 등 2차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확진자 숫자가 줄어들지 않는 건 앞으로 경제활동에 걸림돌이 될 것이다. 질병과 경제활동을 병행해야 하는 부담을 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고용도 만만치 않다. 미국의 경제활동이 재개됐지만 신규실업을 청구하는 사람이 여전히 100만명을 넘고 있다. 코로나19로 이동이 금지돼 실업이 발생했기 때문에 경제활동만 재개되면 실업이 빠르게 해소돼 제자리를 찾을 거라 기대했는데 기대와 다른 모습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고용에서 소매업과 숙박·레저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이 21%다. 반면 주식시장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도 안 된다. 이런 차이 때문에 지금까지는 고용이 늘지 않아도 주가가 오를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사정이 다르다. 전체 경기를 좌우하는 변수인 만큼 고용회복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경기 회복이 뒤로 밀릴 수 밖에 없다. 이 상태가 되면 연준에 대한 기대도 지금보다 훨씬 낮아질 것이다.

시장은 4분기 이후와 내년 상반기 경제와 기업실적을 보고 있다. 경기와 기업실적 회복이 더딜 경우 주가도 지지부진해질 수 밖에 없는데 전망이 밝지 않다. 코로나19가 아니어도 지금은 많은 나라들이 장기간에 걸친 경기 확장의 후유증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는 때이다.

※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리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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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1호 (2020.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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