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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맥주, 시원하게 터진다] 대기업 맥주보다 많이 팔렸다. ‘주류’된 수제맥주 

 

‘곰표밀맥주’ 초도물량 매출 ‘클라우드’ 제쳐… 주세법 개정으로 세금 부담 ‘훌훌’

▎세븐브로이가 대한제분과 협력해 출시한 곰표밀맥주는 초도물량 매출이 같은 기간 클라우드보다 앞섰다. / 사진:CU
수제맥주 ‘곰표밀맥주’가 대기업 맥주인 ‘클라우드’를 넘어섰다. 곰표밀맥주는 지난 5월 수제맥주업체 세븐브로이가 대한제분과 협력해 편의점 CU에 단독 판매한 제품이다. CU에 따르면 500㎖ 캔으로 출시된 초도 물량 30만개가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아 완판 됐다. 초도 물량 매출 기준으로 같은 기간 롯데칠성음료의 클라우드 맥주를 앞질렀다. 업계에 따르면 곰표밀맥주 캔맥주(500㎖·3900원) 기준 매출이 같은 기간 클라우드보다 10%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CU가 지난 2018년 업계 최초로 수제맥주를 선보인 후 대기업 맥주 매출을 앞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제맥주가 맥주 매출 톱10 안에 진입한 것도 최초다. CU 관계자는 “소량 생산되는 수제맥주의 특성상 지금도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 현재 점포마다 발주량을 제한하고 있다”라며 “생산량의 95%가 편의점 점포로 들어오지만 입고와 동시에 품절될 정도로 인기가 뜨겁다”고 말했다. 공급량이 받쳐준다면 국산맥주 매출 1위 자리도 넘볼 만하다는 설명이다.

일본 맥주 빠진 자리 채운 수제맥주


수제맥주가 주류시장의 주류(主流)로 떠올랐다. 다품종 소량생산이라는 한계에 부딪혀 대기업 맥주의 아류(亞流) 쯤으로 여겨지던 과거와 달라진 모습이다. 지난 몇 년간 맥주를 비롯한 전체 주류시장 규모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주류시장 출고액으로 보면 2015년 9조3616억원에서 2018년 9조394억원으로 줄었다. 맥주 출고량은 2014년 206만㎘에서 2018년 174㎘로 4년 만에 15%가 감소했다.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더 떨어질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도 나온다.

반면 수제맥주는 최근 4~5년간 매년 20~30%씩 성장하고 있다. 특히 올 들어서는 지난해에 비해 판매량이 3~4배(편의점 기준)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맥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데다 일본 불매운동으로 수입맥주 대신 수제맥주를 찾는 발길이 늘었다”고 말했다. 그간 전체 맥주 매출에서 아사히·삿포로 등 일본 맥주가 차지하던 비중은 30%가량이다. 불매운동으로 일본 맥주 매출이 쪼그라들면서 그 자리를 수제맥주가 채웠다는 분석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일본 맥주 수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91%가 줄었다.

반대로 일본맥주 매출이 폭락했던 지난해 하반기 국산 수제맥주 매출은 전년보다 241.5% 상승했다. 올해 상승폭은 더 가파르다. CU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수제맥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90.8% 급성장했다. 매출 비중 역시 지난 3월 50.3%로 증가하며 2016년 이후 4년 만에 수입맥주(49.7%)를 앞질렀다. 6월에는 50.5%로 소폭 상승했다. 전체 국산맥주 매출 중 수제맥주가 차지하는 비율은 7% 수준이다.

55개→151개, 양조장 7년 만에 3배 증가


수제맥주 시장의 가장 큰 호재는 올해 초 개정된 주세법이다. 술에 매기는 세금 방식이 52년 만에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뀐 것이다. 고가 재료를 쓰는 수제맥주는 원가가 기성 맥주에 비해 비쌌다. 주류 출고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 방식으로는 세금 역시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젠 출고가가 아닌 용량을 기준으로 세금을 거두게 돼 수제맥주도 가격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한국수제맥주협회 관계자는 “독특하고 차별화된 수제맥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고가 재료를 많이 쓸 수밖에 없는데 이제까진 비싼 재료를 쓸수록 세금을 많이 내야 했지만 종량세 도입 이후에 세금 부담이 줄어들었다”며 “비용 부담 없이 더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는 장이 마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제맥주가 캔 안으로 들어오면서 보다 대중화된 배경에도 바뀐 주세법이 자리한다. 기존에는 알루미늄 캔 용기 제조비용이 워낙 높았기 때문에 소규모 업체에서는 캔맥주로 수익을 낼 수 없었다. 하지만 종량세 도입 이후 캔맥주에 붙는 세금이 ℓ당 415원 줄어들었다. 반면 생맥주는 445원, 페트맥주는 39원, 병맥주는 23원 각각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제맥주업체가 캔맥주를 파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며 “세금 부담을 던 데다 코로나19로 홈맥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다양한 캔맥주 라인업을 갖추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수제맥주 인기가 계속되자 2013년 55개였던 양조장은 올해 7월 기준 151개로, 7년 만에 약 3배로 증가했다. 사실 국내에서 수제맥주업이 가능해진 건 20년이 채 되지 않았다. 2002년 술집에서 자체적으로 맥주를 양조할 수 있는 ‘소규모 맥주 제조면허’ 제도를 도입하면서 부터다. 그 결과 작은 규모의 맥주만 생산하는 ‘마이크로 브루어리’가 생기며 수제맥주를 파는 하우스맥줏집이 늘었다. 이전까지 오비·하이트 각 3개씩 모두 6개에 불과했던 맥주면허(일반+소규모) 소유회사가 2005년에 112개(대기업 제외)로 증가했다.

그러나 이 숫자는 2012년 63개로 급감했다. 소규모 맥주 제조면허를 보유한 곳이 대개 영세한 하우스맥줏집에 머무른 탓이다. 정부 규제로 인해 회사 형태로 성장하기엔 무리가 따랐다. 당시엔 매장에서 만든 맥주를 다른 매장에서 판매하는 것이 금지됐다. 양조장에서 만든 수제맥주를 다른 술집이나 레스토랑에는 물론 타 지점에서도 팔 수 없어 한계가 있었다. 한국수제맥주협회 관계자는 “이후 규제가 부분적으로 완화됐지만 하우스맥주 유행이 시들해지면서 1세대 업체들 상당수가 문을 닫았다”고 설명했다.

본격적으로 규제완화가 이뤄진 건 2014년께다. 소규모 맥주 제조자도 매장에서 만든 맥주를 외부로 반출하고 팔수 있게 된 것이다. 외부에 시설을 갖추고 맥주를 판매하는 것 역시 가능해졌다. 전국 곳곳에서 ‘수제맥주 페스티벌’이 펼쳐질 수 있었던 배경이다. 이때부터 수제맥주 회사가 맥줏집이라는 한계를 벗어나 회사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2세대 수제맥주 회사로 불리는 업체들이 창업을 한 시기도 바로 이쯤이다. 2018년에는 소규모 면허 소유자들도 편의점·마트 등 소매채널에서 캔맥주나 병맥주를 판매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어 올해는 주세법까지 수제맥주에 유리하게 개정되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불렸던 수제맥주 시장이 수평을 찾아가고 있다.

라거 맥주 일색이던 시장에 다양화 바람


▎ 사진:전민규 기자
수제맥주가 단시간 내 급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다양성에 있다. 대기업이 생산하는 라거 맥주 시장이 절대적이었던 국내에서 위트 에일, 사워 에일, 스타우트 등 전에 없던 다양한 종의 맥주를 경험할 수 있게 됐다. 이전까지 수제맥주를 마시려면 브루펍을 찾아야 했다면 이제는 편의점·마트 등 일반 가정 채널에서 선보이며 접근성을 높였다. 현재까지 편의점 소매채널에 입점한 수제맥주 회사는 제주맥주 등 7개다.

제주맥주는 에일 계열의 맥주 3종을 전국 5대 편의점에 입점시키며 업계 1위의 저력을 뽐냈다. 최근에는 프리미엄 맥주를 출시해 새로운 가능성을 봤다. 제주맥주는 지난 5월 위스키 브랜드 하이랜드파크와 콜라보레이션으로 한정판 맥주 ‘제주맥주 배럴 시리즈 임페리얼 스타우트 에디션’을 출시했다. 이 맥주는 3일 만에 사전 예약 물량 3000병이 완판 됐다. 1병에 2만원하는 고가 맥주임에도 불구하고 이룬 실적이다. 업계 3위 규모인 플래티넘맥주는 ‘흑당 밀키스타우트’처럼 유행하는 재료를 활용해 빠르게 시장에 선보이며 인기를 끌었다.

앞으로 수제맥주 시장은 더욱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주류 업계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수제맥주에 관한 각종 규제를 개선하고 있다. 국세청이 7월부터 시행하는 ‘주류 규제 개선 방안’이 그것이다, 그동안 별다른 규정이 없어 배달 범위가 모호했던 주류의 경우 앞으로는 음식 가격이 맥주보다 높을 경우 배달이 허용된다. 예컨대 피자집에서 2만원짜리 피자를 시킬 경우 맥주를 2만원까지 함께 주문할 수 있다.

다른 제조업체 제조시설을 이용해 맥주를 생산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도 허용된다. 과거 주류 시장은 대형 업체를 중심으로 제조면허를 취득해 자체 생산시설에서 제조를 하는 방식으로, OEM의 필요성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소규모 수제맥주 업체들이 등장하면서 OEM을 허용해달라는 요구가 잇따랐다.

예를 들어 생산 물량 확대나 캔맥주 형태로 제조·판매하고 싶었던 수제 맥주 제조사들은 캔입(음료를 캔에 넣는 기술) 시설투자 비용이 부담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국내에 공장을 둔 다른 맥주 제조사에 레시피를 제공하고 OEM으로 물량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반대로 롯데주류 등 대형 맥주 제조사들은 수제 업체들의 OEM 물량을 확보해 공장가동률을 늘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제조 시설의 효율적 활용을 통한 원가 절감과 시설투자 부담 완화 등을 통해 수제 맥주 업체들의 경쟁력 강화가 예상된다”며 “특히 그동안 생산비 절감을 위해 해외로 눈길을 돌렸던 수제맥주 업체들이 생산 물량을 국내로 유턴(리쇼어링)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술 제조법의 승인 절차도 간단해졌다. 지금까지는 최소 한 달(30일)이 걸렸는데 이제는 절반(15일)으로 단축됐다. 김태경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대표는 “다양한 시도를 하다 보니 한 달에 한 번 꼴로 신제품을 내놓을 때도 있는데 그럴 때마다 승인 절차가 더 오래 걸려 어려움을 겪었다”며 “1, 2년에 한 번 신제품을 출시하는 대기업 사이클에 맞춰져 있던 제도가 간소화돼 수제맥주 제조에 속도가 붙게 됐다”고 말했다.

“소규모 맥주 제조면허만으로는 한계 뚜렷”

남은 걸림돌도 있다. 세금경감 혜택을 받는 소규모 맥주 제조면허의 발효 규모는 담금·저장조 기준 120㎘까지다. 종전 75㎘에서 2018년 생산량을 60% 가량 늘린 규모다. 규모 제한 기준을 넘어서면 국내외 대형 맥주업체와 같은 세금이 매겨져 현재 수제맥주업체가 세우는 양조장 규모는 최대 120㎘를 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수제맥주회사들은 세금경감 혜택을 유지하면서도 급격히 늘어난 물량 공급을 위해 120㎘ 규모의 공장을 여러 곳에 나눠 짓기도 한다.

문제는 이 같이 제한된 규모로는 생산량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규모 맥주 제조면허를 갖고 한 양조장에서 낼 수 있는 최대 매출이 50억원 내외”라며 “그 이상 규모를 키우면 대형 수입맥주업체와 동일한 세금을 매겨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100억원 넘는 연매출을 내는 식당이나 카페가 적지 않은데 지금같이 제한된 규모로는 수제맥주 시장이 성장하는데 한계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 가운데 실효성이 떨어지는 부분도 있다. 주류의 온라인 판매가 금지된 상황에서 대안으로 떠오른 스마트오더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스마트오더는 온라인·모바일을 통해 편의점과 대형마트에서 술을 주문하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픽업하는 방식이다. 국세청이 지난 4월 스마트오더를 이용한 주류 판매를 허용한데 따라 7월부터 유통업계가 시행에 나섰다.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편의점 GS25·CU·세븐일레븐·이마트24 등이 스마트오더 서비스를 발 빠르게 선보였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한 수제맥주업체 대표는 “유통업계에서는 소비자가 3000~4000원하는 수제맥주 한 캔을 스마트오더로 주문할 경우엔 제품가격보다 운송비가 많이 든다고 한다”며 “결국엔 비싼 와인 수요를 잡기 위한 규제 완화이지 소규모 수제맥주업체로선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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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4호 (2020.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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