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Home>이코노미스트>Special Report

[내연기관 퇴출로드맵 빠진 그린 뉴딜] 전기차 보급, 정책목표 없고 실현가능성 낮다 

 

지난해 4만7000대 팔렸는데 목표는 연 11만대… “내연기관차 판매중단 시점 선언이 더 유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14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전기차 관련 발표를 듣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는 지난 7월 14일 한국판 뉴딜을 발표하면서 전기차·수소차 보급 확대와 충전 인프라 증설을 핵심으로 하는 그린 뉴딜의 세부정책을 밝혔다. 2020년 추가경정예산부터 2025년 본예산까지 국비(42조7000억원) 중 30%가 넘는 13조1000억원을 전기차·수소차 등 그린 모빌리티 보급에 배정했다. 그린 뉴딜 사업 중 사업 규모와 예산 면에서 압도적인 비중이다.

하지만 이번 그린 뉴딜 계획은 허점투성이다. 정책 목표가 명확하지 않고, 실현 가능성이 없다. 전기차로의 전환에 필수적인 정책도 빠졌다. 우선 세부 예산의 근거가 불투명하고 예산 항목과 정책이 부합하지 않는다. 정부는 그린 뉴딜 8개 프로젝트마다 예산을 책정했지만, 그 액수가 어디서 나왔는지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계산이 맞지 않는다.

보조금 줄어들 전망에도 보급목표 7배로 확대


정부는 2020년 추경부터 2022년까지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두 단계로 나눠 예산을 책정하고 전기차 보급 목표를 제시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전기차를 43만3000대까지 늘린다고 한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전기차 누적 보급대수는 9만 대 수준이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만에 43만3000대까지 늘리려면 해마다 11만4000대 이상 전기차를 늘려야 한다. 2023년부터는 매년 23만2300대를 팔아야 2025년 113만 보급 목표를 이룰 수 있다.

환경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는 4만6966대 팔렸다. 지난해보다 2배 이상 팔아야 2020~2022년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 2023~2025년에는 해마다 5배가량 팔아야 한다. 그나마 테슬라 모델3가 인기를 끌면서 올해 상반기 전기차 2만4000대 가량이 팔렸다. 최대 5만대까지 올해 판매량이 늘어난다고 가정해도 목표치에는 어림도 없다.

이 때문에 정부는 보조금 예산을 대폭 늘리고 충전 인프라를 증설한다는 복안을 냈다. 다만 고속·완속 충전기 등 충전 인프라를 증설하는 예산은 5000억~6000억원에 불과할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가 2020년 추경부터 2025년까지 전기차 보급에 책정한 예산은 8조1000억원 조금 웃돈다. 7조원 이상 예산은 전기차 구입하는 이들에게 보조금으로 나갈 전망이다. 보급 목표 113만대(누적)에서 지난해 말 전기차 등록 대수 9만1000대를 빼면 2025년까지 104만 대가량을 순증시켜야 한다. 이 계산대로라면 전기차 대당 보조금은 700만원 안팎에 불과하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현대자동차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나 전기차 모델을 구입하면 보조금 1350만원 가량을 지원하고 있다. 보조금을 현행보다 절반으로 줄이면서 판매량을 지난해의 3~7배로 늘릴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정부가 보조금을 늘려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전기차가 화석연료차보다 덜 팔리는 가장 큰 이유는 비싼 가격 탓이다. 정부가 보조금으로 전기차 구매자의 실부담을 낮추려 하지만 화수분의 국고를 갖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전기차 가격을 내려 공급하는 게 최상이다. 공급가를 내리려면 생산단가를 낮춰야 한다. 제조업체가 생산단가를 낮추는 전형적 방법이 기술 개발과 대량 양산이다. 현대·기아차가 세계 수준의 전기차 기술을 갖고 있다고 자랑하는 것을 곧이곧대로 믿는다면 대량생산 체제만 갖추면 된다.

제조업체들이 전기차를 대량 양산하게 유도할 방법이 있다. 내연기관차 퇴출로드맵을 구성, 내연기관차의 생산·판매 중단 시점을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다. 정부가 시장에 분명한 시그널을 보내면 기업들은 그 제약 조건에 맞춰 기술을 개발하고 생산 플랫폼을 조정한다. 시장에서 팔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할 생산체제를 갖추고 대량생산에 들어간다. 정부가 보조금을 늘리기보다 내연기관차 판매중단 시점을 선언하는 게 더 유효한 정책인 것은 이 때문이다.

일부 관료와 자동차산업 로비단체들은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하면 한국 자동차산업이 망한다고 위협한다. 10년 지나면 시장이 없어지니 화석연료차 산업은 어차피 망한다. 미국 상업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2020년대 초 전기차가 석유 수요의 마지막 보루(내연기관차 시장)를 침식하고 2030년 전 세계 석유 수요는 정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벤 반 보이르덴 로열더치쉘 최고경영자도 “전기차가 20세기 내연기관을 대체하기 시작해 2020년대 말 세계 석유 수요는 정점을 찍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전기차 퇴출로드맵은 세계적인 추세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전 세계 14개 국가, 20개 이상 도시가 이르면 2030년, 늦어도 2040년까지 내연기관차 생산·판매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최대 자동차 시장 중국도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 시점을 공표할 채비에 분주하다. 유럽 국가들은 잇달아 내연기관차 판매중단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뉴욕 등 미국 10개 주 정부도 내연기관차 판매중단 일정에 합의했다.

“내연기관 퇴출 계획 통해 탄소배출 줄여야”

전 세계 흐름과 비교하면 정부의 친환경 차량 보급 목표는 초라하다. 이번 그린 뉴딜 안대로 2025년까지 전기차를 113만대까지, 수소차를 20만대까지 늘린다고 하더라도 총 차량 운행 대수(2300만대) 대비 5.8%에도 미치지 못한다. 2050년 탄소 순배출 0 목표를 달성하려면 2030년 전기차 등 친환경차가 총 자동차 운행 대수의 50% 이상을 차지해야 한다. 집권여당은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2050년 탄소 순 배출 제로를 선거공약으로 천명했다. 2050년까지 내연기관차 운행을 전면 중단해야 이룰 수 있는 목표다. 그러나 이번 뉴딜 목표로 2050년 탄소순배출 제로 달성은 기대할 수 없다.

지구 기온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보다 1.5℃ 이내로 제한하려면 2028년까지 내연기관차 생산·판매를 전면 중단해야 한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한국 정부에 2028년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전 지구적 재앙을 막고 한국 자동차산업이 지속가능한 사업 모델을 갖추려면 내연기관차의 조속한 판매중단과 전기차로 전환은 필수다. 정부가 ‘내연기관차 판매중단’이라는 퍼즐 조각을 찾아 끼워 한국판 그린 뉴딜을 완성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이철현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친환경차 캠페인 팀장

1544호 (2020.07.2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