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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짜리에 그친 그린 뉴딜] 탈탄소 빼고 산업만 채웠다 

 

전기차·수소차 보급에 예산의 30% 배정… “지는 산업 대책 포함해야” 지적

▎기후위기비상행동 회원들이 정부의 그린 뉴딜 계획에 대한 비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반복. 정부의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의 핵심 축인 ‘그린 뉴딜’이 재차 반쪽짜리에 그쳤다. 앞서 정부는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코로나19 경제 위기 처방전으로 그린 뉴딜을 꺼냈지만, ‘알맹이 빠진, 무늬만 그린 뉴딜’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투자를 진행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는 그린 뉴딜 핵심인 ‘탈탄소’가 제외돼서다. 덕분에 이번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에 ‘탈탄소 사회 전환’이라는 구체적 청사진이 포함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정부는 또다시 2025년까지 국비 43조원가량을 투입한다는 단기투자 계획만을 제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 14일 청와대에서 개최한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그린 뉴딜은 기후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라면서도 탈탄소 청사진은 함구했다. 실제 문 대통령이 검토·발표한 국민보고대회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안에 따르면 그린 뉴딜은 “인프라·에너지 녹색 전환과 녹색산업 혁신을 통한 ‘탄소중립(Net-Zero) 지향”으로 한정됐다. 홍종호 서울대 교수(환경계획학)는 “재정 투자와 일자리만 존재하고 정작 필요한 기후 위기 대응 목표와 수단이 빠져 버렸다”고 지적했다.

‘탄소중립’ 선언 없이 산업지원 예산만 확대


앞서 그린 뉴딜은 에너지 중심을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그린)로 옮기면 투자가 늘어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구상에서 출발했다. 미국 언론인 토머스 프리드먼이 2007년 쓴 [코드 그린]에 처음 나왔다. 10여년이 흐른 현재 그린 뉴딜은 신성장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4차 산업의 고용 창출이 적고,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기후 위기가 생존을 위협하고 있어서다. 미국은 지난해 ‘재생에너지 100%’를 담은 그린 뉴딜 결의안을 제출했고, 유럽연합(EU)은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과 제거량을 상쇄해 순배출량을 0(탄소중립)으로 한다는 ‘그린 딜’을 내놓았다.

기대는 컸다. 문 대통령이 지난 5월 12일 비공개 국무회의에서 그린 뉴딜을 처음 언급한 이후 정부는 줄곧 7월 종합 계획 발표를 예고해왔다. 지난 4월 총선에서 2050년 탄소중립을 공약했던 더불어민주당이 그린뉴딜TF를 만들어 당정청 협의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6월 1일 2020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반영을 거쳐 종합계획으로 발표된 그린 뉴딜안에는 노후 건축물 그린 리모델링(23만호), 전기차(113만대)·수소차(20만대) 확대 등 기존 사업 내용이 늘어난 데 그쳤다. 지난 6월보다 15조원 투자가 늘었지만, 대부분이 전기차 보급 확대에 몰렸다.

여당 한 관계자는 “당과 환경부를 중심으로 이번 종합계획에만큼은 탄소중립 목표 제시 및 선언을 담기로 했지만, 산업통상자원부 등의 산업 위축 우려에 결국 탄소중립이 배제됐다”면서 “한국은 그린 뉴딜을 선도적으로 추진하면서도 기후 악당 국가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은 현재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의 가파른 증가, 석탄화력발전소 수출에 대한 재정 지원, 202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폐기 등으로 인해 국제 사회로부터 기후 악당 국가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은 2017년 6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며 세계 7위를 기록했다.

그린 뉴딜에 탄소중립 목표가 빠지면서 종합계획 내 에너지 전환 정책은 과거 정책이 되풀이됐다. 그린 뉴딜 세부 추진 방향 및 계획을 전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민보고대회에서 “그린 뉴딜 추진을 위해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 20% 달성)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3020은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이미 수립한 정책인 것으로 드러났다. 홍종호 교수는 “탄소중립 목표 제시가 부담스러우면 재생에너지 전환 목표라도 그린 뉴딜에 맞게 구상해 담아야 했다”고 비판했다.

그린(탈탄소)이 빠진 그린 뉴딜은 산업 지원으로 점철됐다. 그린 뉴딜의 방점은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에 확산에 찍혔다. 전기·수소차를 총 133만대(누적) 보급하고 충전소 등 관련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내용에 그린 뉴딜 추진 사업들 중 가장 많은 13조1000억원(국비)을 투입하기로 정했다. 2025년까지 정부가 그린 뉴딜 전체에 쏟기로 한 투자계획 42조7000억원의 31%를 친환경 모빌리티에 쏟기로 한 것이다. 전기차·수소차 생산은 사실상 현대·기아차가 주도하고 있다. 실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그린 뉴딜 종합계획 관련 보고자로 나서기도 했다.

산업 지원을 제외한 정부 그린 뉴딜 세부 정책은 중구난방으로 발표됐다. 예컨대 정부는 그린 뉴딜에 도시·공간·생활인프라 녹색전환이라는 이름으로 미세먼지 차단 숲, 생활 밀착형 숲, 자녀안심 그린 숲 등 도심녹지 조성과 상수도 관리체계 구축을 포함했다. 장다울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정책전문위원은 “정부는 기후 위기 대응과 적응을 혼동하고 있다”면서 “숲 조성이나 상수도 정비사업 등은 당장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한 대응책이 아닌 적응책”이라고 말했다.

“지는 산업에 대한 대책도 빠졌다” 지적

재원도 작다. 2050년 탄소제로사회 실현을 총선 공약에 담았던 더불어민주당은 당초 355조원 규모의 그린 뉴딜 추진을 계획했다. 하지만 지난 5월 20일 당정청 비공개 협의를 거치며 2022년까지 12조9000억원, 2025년까지 총 27조원으로 대폭 줄었다. 그린 뉴딜 종합계획에서 2022년 19조6000억원, 2025년 42조7000억원으로 각각 52%, 58% 투자 규모가 커지긴 했지만 EU의 그린 딜의 3% 수준이다. EU는 지난 1월 1일 그린 딜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최소 1조 유로(약 134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재원이 줄면서 전환 비용은 완전히 배제됐다. 탈탄소가 핵심인 그린 뉴딜이 기존 경제 사회 구조의 전환을 의미하는 만큼 미국과 EU는 그린 뉴딜과 그린 딜에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피해를 입게 되는 노동자와 지역사회에 대한 ‘전환 비용’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럽은 그린 딜 예산 1조 유로의 10%를 전환 비용으로 책정했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 “정부는 전기차 보급에 그린 뉴딜 예산 대부분을 책정하고도 내연기관차 대비 부품이 적은 전기차 생산 과정에서 불거질 일자리 감소는 외면하고 있다”면서 “그린 뉴딜에는 반드시 지는 산업에 대한 대책이 동시에, 그리고 구체적으로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1544호 (2020.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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