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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7 부동산대책이 낳은 갈등] 젊은층은 불안감에, 중장년은 배신감에 ‘성토’ 

 

믿었는데 집값 뛰고, 기대했는데 뒤통수 맞아… 부동산정책 실패 아우성

▎6·17 부동산대책 발표 직후인 6월 22일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신축 현장. 검단신도시가 있는 인천 서구가 투기과열지구로 묶이자 입주 예정자들이 정부 규탄집회를 여는 등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 사진:박정식 기자
정부가 6·17 부동산대책을 밀어붙이자 “벼룩(투기) 잡으려고 집을 불태운다”며 후폭풍이 거세다. 부동산시장은 상대성과 심리전이 강해 모두를 고루 만족시키긴 어려운 분야지만 이번만큼은 수요자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 그 속엔 세대간, 지역간 갈등을 부추기는 볼멘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30대 신혼부부 김모씨와 최모씨는 비좁은 ‘지옥 버스’를 타고 경기도 용인에서 서울로 출퇴근한다. 결혼은 했지만 당장 집 장만이 어려워 부모 집에 얹혀살고 있다. 부부는 지난해 입주자를 모집한 서울 중랑구 양원지구와 경기도 고양 지축지구의 신혼희망타운(신혼부부용 공공주택)에 한 가닥 희망을 걸었다.

하지만 실망뿐이었다. 분양가가 예상보다 비쌌기 때문이다. 양원지구 분양가는 전용 46㎡가 2억7633만~2억9397만원, 전용 55㎡가 3억3025만~3억5227만원이다. 서울 밖 지축지구는 오히려 양원지구보다 더 비쌌다. 지축지구 분양가는 전용 46㎡가 2억9569만~3억1511만원, 전용 55㎡가 3억5156만~3억7400만원 정도다. 6억원 전후 집값도 중저가로 여기는 서울 관점에선 저렴해 보이지만 수도권 외곽 주민에겐 거액이다. 신혼부부에겐 체감도가 더 크다. 부부는 노부모 부양, 생계유지, 출산·육아 준비, 주택마련 등에 필요한 저축에 주력하기 위해 은행 대출 의존을 낮추고 싶었다.

그래서 인천 검단신도시로 발길을 돌렸다. 집값은 더 낮고 면적은 더 넓은 집을 구할 수 있어서였다. 이곳 평균 분양가는 전용 84㎡ 이상이 지난해 3.3㎡당 1100만~1200만원대, 올해는 1200만~1300만원대 수준이다. 인근에 공항철도가 있어 서울 도심까지 오가기 편하다. 부부는 생애최초 주택구입과 신혼특별공급을 활용해 분양에 당첨됐고, 부모의 지원도 받아 은행 대출도 줄일 수 있었다. 1단계 개발 중인 검단신도시는 아직 입주자 한 명 없는 공사판이다. 오랫동안 미분양 무덤이었으나 6·17 부동산대책에서 투기과열 지구로 묶여 대출이 막히자 부부는 망연자실한 상태다.

집값 급등으로 좌불안석인 젊은층

부부는 ‘오포세대’로 불린다. 연애·결혼·출산에 집과 경력까지 포기한 세대다. 정시·수시를 병행하는 대학입시 지옥을 겪고, 대학 학자금을 갚느라 빚쟁이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으며, 그 뒤 경기불황과 청년취업난에 쫓겼다. 국세청에 따르면 학자금 체납액은 2014년 55억9300만원에서 2018년 206억4000만원으로 269% 급증했다.

젊은층이 성토하는 이유는 내심 집값 안정을 기대했던 정부 규제가 집값 상승을 부추겼기 때문이다. 정부는 투기를 잡겠다며 6·17대책에서 수도권 전역을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묶어버렸다. 3년 전부터 계속된 집값 급등으로 서울 밖으로 밀려난 젊은 주택 수요자들이 몰려든 경기도 안성·양주·평택·화성까지 조정대상지역에 포함했다. 양주 옥정신도시도 검단처럼 미분양관리지역이었는데, 하루아침에 투기 감시대상이 된 것이다.

규제 지역으로 묶이면 대출·청약 조건이 까다로워진다. 젊은층이 그 자격 요건을 갖춰 수도권에서 아파트에 당첨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국민주택 전용 85㎡ 이하의 경우 조정대상지역에선 일반공급 중 75%를, 투기과열지구에선 100%를 가점제 당첨자가 차지한다. 가점은 무주택기간·부양가족수 등으로 계산해 젊은층일수록 불리하다. 1순위 청약통장이 넘쳐나고 청약경쟁이 치열한 서울에서 올해 상반기 청약당첨자 평균 가점은 61점에 이른다. 30대가 넘볼 수 없는 점수다.

그러다 보니 이들은 편법을 동원한다. 혼인신고를 미루고 부부 각자 대출을 받아 아파트 구매에 동원했다. 집값 급등에 불안감이 커지자 부모 증여, 신용 대출, 보험 해지 등으로 자금을 최대한 끌어 모아 집 구매에 나선 것이다. 한국감정원 조사 결과 올해 1~5월 서울 아파트 매매자 중 30대(31%)가 부동산시장의 큰 손인 40대(28%)와 50대(18%) 앞질렀다.

이에 대해 김인만 부동산연구소장은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정책 실패의 후유증이다. 강남에 들이댈 칼을 여기저기 휘두르니 박탈감·불안감을 부추긴 꼴”이라며 “집값 상승을 억누르겠다는 대출 규제는 주택 품귀와 전셋값 상승을 부추겨 집값을 밀어 올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자금줄 끊겨 사면초가에 몰린 중장년층

중장년층도 볼멘소리가 높다. 늦은 나이에 결혼한 40대 가장 정모씨는 안양과 인천에 소형 빌라 2곳을 전세보증금과 담보대출금을 안고 2억원 정도에 사들였다. 임대료로 원리금을 갚고 정부 정책에 따라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해 세제 혜택도 받았다. 월급이 250만원 정도인 그는 이렇게 모은 자금에 대출금을 보태 생애 첫 아파트를 마련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꿈은 물거품이 됐고 그는 사면초가에 몰렸다. 6·17대책으로 안양과 인천이 투기과열지구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신혼부부특별공급·공공임대주택·일반청약 자격도 안 되고, 중도금·주택담보 대출도 못 받게 됐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비규제지역에선 70%, 조정대상지역 50%, 투기과열지구 40%로 줄어든다. 정부는 6·17대책에서 전세자금대출로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3억원 초과 아파트를 구입하면 대출금을 즉시 회수한다고 규정했다. 이는 9억원 초과 아파트에 적용했던 규정이었다.

KB국민은행부동산에 따르면 6월 수도권 평균 아파트값은 서울 9억2509만원, 경기 3억9816만원, 인천 2억9348만원에 이른다. 서울에서 아파트 125만 가구 중 3억원 이하는 3.5%에 불과하다. 즉, 정부 방침은 수도권에서 대출로 집을 사지 말라는 얘기다. 게다가 정부는 3년 전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을 유도하기위한 각종 세금감면 혜택을 줄곧 축소하거나 없애왔다. 임대사업자가 되면 임대의무기간(4년 또는 8년) 중엔 집을 미임대·양도·본인거주가 불가능하다. 뒤통수를 맞은 정씨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정씨 같은 사례가 중장년층 주택 수요자에겐 일반적인 공식이 됐다. 투기꾼의 전유물로 여겼던 갭투자(세입자가 사는 전셋집을 보증금을 떠안고 구입하는 방식)가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이나 갈아타기의 수단이 됐다. 강남보다 저렴하다는 서울 강북의 집값 상승률이 올해 상반기에 1㎡당 6.7%(825만→866만원)를 넘는다. 최근 2년 새 강북 집값은 가파르게 뛰었다. 전용 85㎡ 평균 실거래가가 서대문구 남가좌동 래미안DMC루센티아는 2018년 7월 6억2100만원에서 2020년 7월 10억8000만원으로 올랐다. 성동구 금호동롯데는 2017년 8월 6억5000만원에서 2018년 7월 7억4500만원, 2019년 7월 8억5650만원, 올해 7월 9억7500만원으로 해마다 1억원씩 올랐다. 중장년층이 “현금 부자들만 집을 사라는 얘기냐”며 분통을 터뜨리는 이유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주택시장을 보는 정부와 수요자의 관점이 대척점에 서있기 때문”이라며 “정부는 투기로 보고 서민층은 숨구멍으로 여기는 대출을 막은 것이 갈등의 근본 원인”이라고 말했다.

-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1543호 (2020.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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