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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 투자 매달리는 김종갑 한전 사장] 수익성 개선 안 보이자 ‘과거 영광’ 꺼냈나? 

 


▎지난해 10월 11일 국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생각에 잠겨 있다.
김종갑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 사장이 글로벌 투자자 등의 사업성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해외 석탄화력발전소 투자를 밀어붙이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 자바 9·10호기 석탄화력발전소 원안 통과를 의결한 지난 6월 30일 이사회에서 “인도네시아에는 석탄화력발전 수요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김 사장이 석탄화력발전소 투자를 사실상 유일한 임기 중 성과로 내세우려 한다고 보고있다. 그가 2018년 4월 사장으로 취임한 후 한전 실적은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 4조9500억원이었던 한전 영업이익은 김 사장 임기 첫해 -2080억으로 적자전환 했고, 지난해엔 영업손실 1조2765억원을 기록했다. 2008년 2조7891억원 손실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적자다.

임기 마지막 해애 접어든 올해 1분기 4306억원 흑자를 이뤄냈지만, 본질적인 수익 개선으로 보기는 어렵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국제유가 하락으로 연료비·전력구입비가 줄었을 뿐 전력판매량은 1.8% 하락했고, 전기판매수익은 1000억원 감소했다. 감가상각비, 온실가스 배출비용 등 전력공급에 필수적으로 따르는 운영비는 전년 동기 대비 4000억원 증가했다.

당초 김종갑 사장은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했다. 김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원가를 반영하는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전기요금 체계’ 도입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며 “요금의 인상, 인하의 문제가 아니라 원가를 적기에 반영하는 요금제도는 한전 경영뿐만 아니라 국가, 전기소비자, 투자자 모두의 장기적 이익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고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을 막아섰고, 김 사장은 결국 당장 성과를 낼 수 있는 해외 석탄화력발전 투자로 방향을 틀었다. 한전은 지난 9월 인도네시아 자와 9·10호기 투자심의위원회 가결을 밀어붙였고, 동시에 홍콩 중화전력공사가 ‘사업성 없음’으로 결론내고 포기한 베트남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 개발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을 거쳐 발전부품사 지멘스 한국사장을 지낸 경력을 십분 발휘했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김 사장은 지멘스에서 석탄화력발전을 축으로 한 에너지솔루션사업 아시아본부를 한국에 유치하는 등 석탄 투자에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외 석탄화력발전소 투자가 되레 김 사장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주요 투자자들이 한전 투자를 철회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실제 네덜란드연기금(APG)은 한전의 석탄화력발전 투자를 이유로 투자 철회를 결정했다. APG는 “석탄화력발전은 성장 가능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 석탄화력발전소 가동률은 떨어지고 있다. 실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서 모두 석탄화력발전 전력 생산 비중을 줄이고 있다는 이유로 자와 9·10,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 사업성을 모두 ‘현재가치 손실’로 평가했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지멘스는 김 사장이 떠난 2013년 이후 석탄 사업 부문을 모두 구조조정했다”면서 “석탄화력발전 수요량 전망치가 떨어지고 있는데 김 사장만 과거 영광에 젖어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1542호 (2020.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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