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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경 기자의 Who’s next |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 혁신개발자와 세상의 소통 창구 

 

“코로나19로 바이오·메디컬 기업에 기회 열려… 투자자에게 미래 산업 보여줄 것”

▎사진:김경빈 기자
바퀴·달력·시계·칼처럼 인류의 역사를 바꾼 위대한 발명품의 탄생은 우연이 아니다. 오랜 기간 축적된 지식과 아이디어가 세상의 필요에 맞아떨어진 결과다.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 발달 속도가 빨라지는 것을 보면 발명은 인간의 본능이라는 명제가 성립하는 듯하다.

그러나 사람들의 기술 수용 속도와 비즈니스 적용 문제는 다르다. e커머스가 등장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대중적으로 보편화 된 것은 지난 몇 년 전부터다. 테슬라가 열풍을 일으키고 있지만 글로벌 판매량은 미미한 수준이며, 세계적으로 스마트폰보다 피처폰 사용자가 아직은 많다. 기술 기업의 시장 정착 전략은 경영학계에서도 항상 고민하는 지점이다.

그럼에도 국내 벤처캐피탈(VC) 중 기술 기업에만 투자하는 회사가 있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그 주인공으로, 반도체 스타트업 플라즈마트 창업자 이용관 대표가 회사를 매각한 자금으로 2014년 설립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물리학과 출신인 이 대표는 대전에 근거지를 두고 창업 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다. 후배 공학도들의 기술과 세상 간 격차를 좁히는 일이다. 이 때문에 스타트업 분야에서는 ‘공대 형’이란 별명으로도 불린다. 이 대표는 최근 상장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바이오·헬스케어를 유망 산업분야로 꼽으며, “투자자들에게 미래 산업을 보여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전통기업-스타트업 디지털 전환 협업 늘어날 것”

주로 기술 기업에 투자하는 이유가 있나.

대개 기술 기업은 시장 친화적이지 않다. 준비 정도나 균형이 떨어지며 초기 스타트업의 문제를 더 심하게 겪는다. 그러나 발전 속도가 빠른 기술은 융합의 시너지 효과가 크다. 전통 산업을 전환하는 기술 기업을 찾고 있다. 투자할 때 팀 구성과 운영 능력, 마켓핏, 스케일업 가능성을 많이 본다.

투자 철학과 지향하는 가치가 있나.

세상을 바꾸는 새로운 방법이다. 초기에 버려질 수 있는 기술 기업이 세상의 빛을 볼 수 있는 확률을 높여주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다. 산업 간 경계에 있는 기업들이 크게 성장했다. 벽을 허물고 바다와 강의 경계에 서야 한다.

이 대표는 기술 창업자들은 시야가 좁거나 자신이 해왔던 프로세스로만 움직이려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성향은 기술의 확장이나 이종 산업 간에 융합을 가로막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 대표는 “스타트업은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한다. 먼저 특정 영역에서 가치와 가능성을 발견해야 확장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기술 이외 분야에 대한 투자는 어떨까. 그는 “기술이 필요한 서비스에 관심을 갖고 있다. 어떤 기술이든 최종 소비자와 만나야 비즈니스가 성립한다”며 “창업자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고객 분석이나, 자동 글쓰기 기술을 어디에 적용할지 모를 때 서비스 영역에서 코치한다”고 말했다.

최근 관심을 갖는 기술 분야는.

메디컬·헬스케어다. 신약과 의료기기·반려동물 분야를 집중적으로 보고 있다. 인구 구조적으로 큰 추세를 형성하고 있어서다. 이 세 분야를 확장하면 라이프 기술혁신 서비스로 넓혀갈 수 있을 것이다. 아직 한국에서는 저평가됐다.

투자할 가치가 있는 기업은 많이 나오나.

계속 나온다. 기존 산업의 틀을 바꿔야 하므로 더 등장할 것이다. 농업·제조업 등 기존 산업은 환경·안전·효율성 등 측면에서 전환을 이뤄야 할 시점이지만, 디지털 전환에 익숙하지 않다. 새로운 운영 전략의 기회가 많으며, 스타트업과 전통기업 간에 협업이 늘어날 것이다.

전통기업들이 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나.

전통 산업 원청 기업의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가치사슬에 묶인 하청 기업들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간 쌓아둔 현금을 바탕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오픈 기술 혁신에 대한 인식이나 수용성이 낮다는 점이다. 혁신의 경험이 없어 디지털 전환에 두려움을 갖고 있다.

현재까지 투자금액과 엑시트 규모는.

270억원 정도 누적 투자해 엑시트는 80억~100억원 수준이다. 현재 투자 포트폴리오의 합산가치는 총 1조3000억원 규모다. 극초기에 투자하기 때문에 엑시트까지 시간 걸린다. 중견기업들은 새 성장동력을 얻으려는 요구가 크다. 새로운 아이템과 인재·지식재산 등을 흡수하기 위해 투자하고 있으며, 역량을 키운 인수합병(M&A) 사례가 많다.

최근 초기 기업의 가치는 상당히 비싸졌다. 이 대표는 “과거 미국 와이콤비네이터가 초기 투자에 2만~2만5000달러를 쓴 데 비해 지금은 15만 달러를 넣는다. 가져가는 지분은 과거와 똑같은 6~7%”라며 “이런 인플레이션 현상 때문에 스타트업이 활성화되는 측면도 있다. 이럴 때 기업의 실력이 판가름 난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VC가 투자한 100개 중 성공하지 못하는 80~90개 회사에 대해 ‘스스로 못나서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한때 거품 취급을 받던 K방역과 공유경제 분야가 최근 재평가 받는 것은 시대의 흐름과 맞아떨어져서다. 다양한 시도가 세상의 변화에 맞춰 부침한다는 얘기다.

블루포인트는 최근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자본조달 목적이다. 이 대표는 “블루포인트는 본계정으로 투자하기 때문에 외부 자본을 끌어올 필요가 있다. 펀드로 투자할 경우 운용수수료로는 초기 기업은 경비 재원을 감당할 수 없다. 현재 운용 규모를 펀드로 돌리면 4000억~5000억원 규모가 돼야 하는데, 이 경우 스케일업 펀드로밖에 쓸 수가 없다. 초기 창업가를 도와주자는 취지를 달성할 수 없다. 투자재원과 운용수수료, 경비 등의 불균형을 조절하기 위해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꿈 크고 마음가짐 열린 창업자가 무섭게 성장”

개인투자자가 수익을 올리기 어렵지 않나.

블루포인트에 투자함으로써 비상장사에 간접 투자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 투자자들은 미래 산업을 먼저 경험할 수 있다. 사람들은 기술에 미리 투자하고, 우리는 이를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번역하는 역할을 한다. 그간 이런 통로가 없었지만, 앞으로 늘어날 것이다.

비상장사 중 관심이 몰리는 분야나 기업은.

바이오·메디칼이 가장 크게 성장했고, 더욱 성장할 것이다. 한국의 인재는 대부분 의과대학에 몰렸고, 바이오 분야의 인력 수준도 크게 올랐다. 사회적 변화나 자본·인력의 흐름을 봤을 때 이 분야에서 성과가 날 수밖에 없다.

선호하는 창업자 스타일이 있나.

모험 시장이기 때문에 꿈이 커야 하며, 주변 상황과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는 수용성이 필요한 사람이다. 열린 마인드로 사업을 추진하는 팀은 진화 속도가 빠르다. 스스로 최고라고 생각하는 팀은 시간이 지나도 진화하지 않는다.

창업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20대 첫 창업 때 기죽기 싫어서 주변에 지성과 통찰력을 갖춘 사람으로 보이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아는 척, 있는 척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창업자는 못 느낄 수 있지만, 창업이란 시도만으로도 힘이 있다. 또 주변 전문가의 말보다는 고객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게 좋다. 고객이 인정하는 가치나 반응을 읽어야 한다. 사업 선배들의 얘기는 재해석해야 한다. 비즈니스는 예측이 아니다.

-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1547호 (2020.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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