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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지속가능보고서’ 분석] ‘기후변화 적극 대응’ 구호에 그쳤다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 차량 생산·폐기 환경영향은 포함도 안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 경기 부양과 온실가스 저감책으로 제시된 그린 뉴딜의 핵심은 수송 분야였다. 정부는 2025년까지 전기차 113만대 보급을 목표로 했고,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은 그린 뉴딜 발표자로 나섰다. 하지만 현대차가 최근 발표한 ‘2020 지속가능성 보고서’에는 정작 구체적인 온실가스 저감 방침이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31일 현대차가 낸 2020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는 자사의 지속가능성을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으로 요약했다. 덧붙여 “친환경 자동차 생산과 친환경 사업장 운영을 통해 자동차 산업 전 과정의 환경 영향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호에 그치는 모양새다.

먼저 자동차 생산 부문에서 현대차의 대응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완전히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는 친환경차의 범위에 하이브리드를 포함해 친환경차 판매량이 늘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총 3종의 하이브리드차(쏘나타, 코나, 그랜저 하이브리드)를 새로 출시하며 하이브리드차 판매량(10만7000대)을 늘린 덕이다. 다만 지난 한 해 전기차 신차는 상용 전기차 1종만이 추가됐다.

하이브리드는 화석연료를 연소시켜 동력을 얻는 내연기관차다. 덴마크와 영국은 2035년부터 가솔린과 디젤뿐만 아니라 모든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판매까지도 금지하기로 했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자동차를 ‘친환경차’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유럽연합은 “친환경차의 정의는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같은 배기가스 무배출자동차에 국한돼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현대차가 하이브리드차를 친환경차로 포함해 기후변화에 대응하겠다는 것과 대조된다.

현대차의 친환경 사업장 운영 부문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현대차는 2020 지속가능보고서에서 “사업장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2030년까지 2017년 대비 온실가스를 26%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매년 평균 2%씩 감축해야 이룰 수 있는 수치다. 그러나 2019년 배출한 온실가스는 전년보다 130만톤가량 증가했다. 친환경 전환 성과는 배기가스 악취 감소와 폐수 시스템 개선 정도에 머물렀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는 자사 제품에 대한 온실가스 전생애 주기분석(LCA)을 지속가능보고서에서 완전히 배제했다. LCA는 자동차가 운행되는 과정뿐만 아니라 제조, 폐기 전 과정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분석하는 방법이다. 현재 자동차업계 시총 1위 업체인 테슬라는 ‘2019 영향 보고서(2019 Impact Report)’의 가장 많은 부분을 자사 전기차의 LCA에 따른 환경 영향 분석에 할애했다. 유럽 최대 자동차 제조사인 폴크스바겐 역시 지난해 발표한 ‘2019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통해 자체적인 LCA 데이터베이스를 구축, 자동차 생애 전 과정을 포함한 환경 영향을 측정하고 있다고 명시했다.

현재 글로벌 완성차 시장은 앞다퉈 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유럽에서 친환경 자동차는 자동차 제조사들의 생존 전략이 됐다. 국제 자동차 조사 기관 자토(JATO)는 현대차가 친환경 전환을 서두르지 않으면 2021 유럽 환경 기준(CO2 95g/km)을 만족하지 못할 것이며, 지불해야 할 벌금이 약 4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차 지속가능보고서대로는 현대차의 지속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 최은서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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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7호 (2020.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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