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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40주년 맞은 이랜드 ‘위기탈출’ 안간힘] 중국·코로나 이슈에 최대 위기, 생존 위한 체질개선 중 

 

이랜드리테일, 사상 첫 무급휴직 시행… 애슐리·자연별곡 등 100개 외식매장 문 닫아

▎서울 구로동에 9월 11일 문을 연 NC신구로점은 옴니 특화 점포로 차별화했다. / 사진:이랜드
이랜드그룹이 9월 23일 창립 40주년을 맞는다. 그러나 별도의 행사 없이 조용히 지나갈 예정이다. 이는 10년 전과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이랜드는 2010년 9월, 서울 이화여대 강당에서 30주년 행사를 열었다. 박성수 이랜드 회장은 이 자리에서 “오는 2020년까지 중국 진출 브랜드를 60개로 늘리고, 매장 수도 2만개로 확대해 패션 사업에서 매출 10조원을 달성, 중국 전체 패션기업 1위로 올라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랜드는 현재 중국 내에서 20개의 브랜드, 4000여 매장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매출은 1조5000억원대로 추정된다. 10년 세월을 증명하기엔 씁쓸한 성적표다.

1994년 생산공장 형식으로 처음 중국 시장에 진출한 이랜드는 15년 만에 경이적인 성장을 이뤘다. 이랜드·스코필드·티니위니가 중국에서 고품질과 현지화 등을 통해 고급 브랜드로 자리하면서 2000년대 중반부터 급성장했다. 신규 매장이 하루에 3~4개씩 생겨날 정도로 공격적인 경영을 펼친 이랜드 중국법인은 10년 간 40% 이상 매출 성장률을 이어가며 승승장구했다. 이랜드는 2010년 중국에서 18개 브랜드, 3320여개 직영 매장을 운영했는데 이는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패션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숫자였다. 매출만 보더라도 중국에 진출한 국내 패션기업 중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하면서 전체 시장 2위에 올랐다.

한때 40여 개 브랜드, 8000여 개 매장으로 늘리며 목표에 근접하는 듯 했지만 2016년 위기가 찾아왔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그룹 내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중국사업이 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당시 그룹 전체 매출에서 중국사업이 차지하던 비중은 30%에 이르렀다. 이랜드는 이미 2010년대 초반부터 찾아온 중국 경기둔화의 영향으로 패션사업의 성장세가 한풀 꺾이면서 유통사업으로 발을 넓히던 차였다. 중국 팍슨그룹과 손잡고 중국 상하이에 ‘팍슨-뉴코아몰’을 열며 유통사업에 뛰어든 후 6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었다.

‘2020년 중국 매출 10조원’ 목표는 간데없고


매출 감소세에 사드보복까지 이중고를 겪은 이랜드는 결국 효율이 나지 않는 매장을 철수하고, 사업구조를 수익성 중심으로 재편했다. 이랜드는 2017년 3월에 중국 패션부문 티니위니 사업을 매각하고 애슐리·자연별곡 등 외식 매장도 철수했다. 대신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 티몰에 진출하고 자체 온라인몰을 열었다. 이마저도 올해 초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중국 우한을 비롯해 상당수 매장을 휴점하는 등 악영향을 받았다.

중국 이랜드 패션 법인 3곳의 매출액은 2015년 2조3373억원에서 2018년 1조3651억원으로 고꾸라졌다. 수익성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면서 중국사업 차입금 의존도는 2015년 42.6%에서 2017년 21.4%로 낮아졌다. 지난해에는 아예 중국 매출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랜드 관계자는 “2016년 이후로 국내는 물론이고 중국에서도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사태로 현지 상황이 어렵지만 지난 4년 간 그랬듯 수익 다지기에 집중해 중국 내 사업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사정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유통부문을 담당하는 이랜드리테일은 코로나19로 인한 실적급감 여파로 전 직원의 3분의 1 가량이 무급휴가를 시행하고 있다. 개별기준 이랜드리테일의 올 1분기 매출은 3907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3.1%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321억원으로 전년 동기(영업흑자 310억원)대비 큰 폭으로 적자전환했다. 이랜드리테일 측은 “불가피하게 무급휴가 제도를 시행하게 됐지만 인위적 인력구조조정을 벌일 계획은 없다”고 못 박았지만 강도 높은 비상경영 체제에 위기감은 더해지고 있다.

이랜드그룹은 그동안 ‘의(衣)·식(食)·주(住)·휴(休)·미(美)·락(樂)’을 키워드로 다양한 사업을 펼쳐왔다. 각각 의류, 외식, 건설·가구·생활용품, 호텔·리조트, 백화점, 테마파크·여행을 뜻한다. 패션사업을 근간으로 하면서 한국까르푸를 비롯해 데코와·네티션닷컴·뉴코아·해태유통·태창(내의사업부) 등 20여 개의 브랜드를 인수·합병(M&A)하며 몸집을 키웠다.

덕분에 사업 다각화에 성공했지만 재무건전성 악화를 불러왔다. 2013년 이랜드의 부채비율은 399%에 달했다. 2015년 말에는 그룹 지주사격인 이랜드월드의 신용등급이 하락하면서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다. 당시 2200억원에 신발 브랜드 케이스위스(K-SWISS)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1650억원을 투자한 재무적투자자(FI)가 이탈하는 등 악화일로를 걸었다.

이 때문에 이랜드는 몇해 전부터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한창이다. 티니위니와 모던하우스를 각각 8700억원, 7000억원에 매각한 이후 지난해엔 케이스위스를 중국 엑스텝에 3000억원에 매각했다. 비수익 브랜드와 매장 철수도 적극적으로 진행했다. 이랜드리테일, 이랜드월드 등 이랜드그룹 내 계열사들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차입금 만기구조를 장기로 변경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이 같은 개선작업에 힘입어 그룹 차원의 재무건전성은 안정적으로 바뀌었다는 평가다. 2016년 315%였던 부채비율은 2017년 198%로 감소했고, 지난해 170% 수준까지 떨어졌다.

사상최대 실적 기대했던 외식사업부도 고전

최근에는 이랜드리테일의 점포 주차장 자산 유동화로 1200억원을 조달했다. 이랜드리테일의 21개 유통 점포의 주차장 운영권을 맥쿼리자산운용이 운용 중인 컨세션펀드에게 제공하고, 이를 통해 선급 임대료를 받는 방식이다. 국내 유통사 중 주차장을 유동화해 자금을 조달하는 사례는 처음이다.

특히 이랜드리테일이 주차장 사용료 지급으로 인해 부담하는 올인코스트(All-in-Cost)는 4% 대이며, 만기 10년의 장기차입을 통해 코로나19로 인해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차입구조를 단기에서 장기로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랜드 관계자는 “부채비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현 회계기준을 반영하지 않는다면 부채비율은 150% 수준일 것”이라면서 “다만 여전히 재무건실화 작업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지속적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다. 특히 외식사업 계열사인 이랜드이츠는 출범 1년 만에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이랜드이츠는 과거 이랜드파크의 외식사업 부문으로 지난해 7월 1일자로 물적분할해 설립한 곳이다. 뷔페와 캐주얼 다이닝, 카페·디저트 등 총 17개 외식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출범 후 ‘애슐리 퀸즈’ 확대 등 외식사업 구조 재편을 통해 지난해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출범 후 6개월 간 영업이익은 63억원으로 이랜드파크 외식사업부 시절인 2018년 연간 영업이익(80억원)의 79.3%에 달했다. 저수익 점포 매장을 정리하면서 매출이 소폭 감소했지만 신메뉴 출시 등 경쟁력 강화에 집중한 결과 수익성은 크게 향상된 것이다. 이 때문에 올 1월까지만 해도 이랜드이츠 내부에서는 올해 사상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찬물을 끼얹었다. 1분기에만 약 40% 가량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된 지난달 중순부터 고위험시설군에 해당하는 뷔페 영업이 전면 중단되면서 애슐리·자연별곡 등 수도권 100여 개 매장이 한 달째 문을 닫은 상태다. 이랜드이츠가 운영하는 뷔페는 총 170여개로 애슐리(101개), 자연별곡(34개), 수사(10개) 등이다. 이중 초밥 뷔페인 수사는 아예 전 매장을 철수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매출 감소는 물론이고 2023년 상장을 조건으로 유치한 외부 투자금을 조기상환하는 등 재무 개선 계획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랜드 이츠는 지난해 7월 분사하면서 SG프라이빗에쿼티(SG PE) 컨소시엄으로부터 유치한 1000억원의 투자금을 최근 조기상환했다. 당초 2023년 상장(IPO)를 조건으로 전환우선주 400억원, 전환사채 600억원을 각각 발행했지만 올 상반기 영업실적이 악화되면서 조기콜옵션 행사 조건 상각전영업이익(EBITDA) 220억원이 충족됐고, 투자자 측에서 조기상환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랜드 관계자는 “간판 브랜드가 대부분 뷔페 매장이라 코로나 사태로 인한 타격이 더욱 컸다”며 “올 상반기까지 30여개 매장을 폐점했고, 하반기에도 부실한 매장을 과감히 철수하고, 경쟁력 있는 브랜드를 재편하는 방식으로 생존을 위한 체질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NC신구로점, 옴니 특화 점포로 승부수

한편 이랜드리테일은 9월 11일 서울시 구로구 옛 AK플라자 부지에 NC신구로점을 오픈했다. 연면적 10만393㎡(3만369평), 영업면적 4만2519㎡(1만2862평) 규모에 220여 개 패션 브랜드와 50여개 외식 브랜드 등 총 270여개 브랜드가 들어섰다. 코로나19로 인해 기존 오프라인 쇼핑업체들이 고전하는 상황에서 남다른 행보다. 이랜드는 온·오프라인의 장점을 모은 옴니 특화 점포로, 비대면 쇼핑 환경을 구축했다는 설명이다. 홈쇼핑처럼 집에서 모바일로 실시간 쇼핑할 수 있도록 점포에 상주하는 쇼호스트를 채용했고, 온라인 판매에 특화된 판매사를 채용해 전 매장에서 라이브쇼핑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또 점포 2㎞ 이내에 거주하는 고객에게 NC식품관의 상품을 30분 내에 즉시 배송이 가능하도록 설계한 ‘오늘 즉시 배송’ 서비스를 실시한다.

-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1553호 (2020.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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