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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세희의 테크&라이프] 페이스북에서 인스타그램 떼어내나? 

 

미 하원 법사위 반독점소위, 테크 플랫폼 불공정행위 조사 보고서 발표

▎페이스북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 /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우리 일상의 삶을 아주 거칠게 단순화하면 사람을 만나 대화하고 원하는 것을 사고, 필요한 정보를 얻는 일로 이뤄져 있다고 할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이런 인간 본연의 원초적 행동을 온라인 공간에서 더 쉽고 편리하게 누릴 수 있게 했다. 친구와 어울리는 장을 깔아준 페이스북, 세계 최대 쇼핑몰 아마존, 세상의 모든 정보를 찾는 접점 구글이 이렇게 큰 회사가 된 것이 놀랍지 않다. 애플은 이 모든 재미있고 유용한 것들에 접근할 수 있는 기기, 즉 스마트폰을 가장 잘 만든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장, 쇼핑과 유통,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사업은 항상 있어 왔다. 문제는 시공간의 제약에서 자유로운 디지털 기술이 등장하면서 이런 활동들이 몇몇 소수 기업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카페나 쇼핑몰, 도서관은 동네마다 필요하지만, 페이스북과 아마존, 구글은 하나만 있어도 된다. 세상 어디서나 이들 서비스에 접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 소비자와 판매자, 사람과 지식을 글로벌 단위로 연결하는 플랫폼이 된 기업은 이제 우리들의 삶에 그 무엇보다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더구나 참여자가 많을수록 효용도 더 커지는 네트워크 효과를 타고 이들은 더욱 커지고, 더욱 강해지고 있다.

미 하원, 플랫폼 기업 불공정 행위 파헤치다

세계 곳곳에서 테크 대기업의 독점적 힘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이들 플랫폼 기업의 본거지 미국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힘을 얻고 있다. 미국 하원 법제사법위원회 산하 반독점 소위원회는 지난 6일(현지 시간) 애플,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 빅4 테크 기업이 ‘독점적 지배력’을 누려 왔다며 규제를 요구하는 보고서를 냈다. 450페이지 분량의 이 방대한 보고서는 지난 1년 반 동안 테크 플랫폼 기업과 협력사, 개발사 관계자 300여 명을 인터뷰하고 130만 건의 자료를 검토한 결과다. 지난 8월에는 빅4 기업 CEO를 한 번에 화상회의로 소집해 청문회를 열었다.

보고서는 플랫폼 기업들의 반경쟁적 행위를 조목조목 지적한다. 페이스북은 온라인 광고와 소셜 네트워크 시장에서 독점력을 지녔다고 평가했다. 인스타그램과 왓츠앱 같은 잠재적 경쟁사를 초기 단계에 인수해 시장 경쟁의 싹을 잘라버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아마존은 아마존 플랫폼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외부 판매자들의 상거래 정보를 활용해 자사 직접 판매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썼다는 점이 거론됐다. 아마존이 외부 판매자를 위한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동시에 자신도 같은 플랫폼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이중 지위를 악용했다고 판단했다.

애플은 아이폰 운용체계(OS)와 앱스토어에 대한 지배력을 지렛대 삼아 자신들의 서비스를 경쟁사보다 우대했고, 앱 개발사로부터 높은 수익을 거뒀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최근 구글이 앱 내 결제에 대해 30%의 수수료를 의무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우리 기업들이 반발하는 것과 비슷하다. 구글은 인터넷 검색과 온라인 광고 시장의 지배력을 누리고, 사용자에게 얻은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독점을 더욱 강화한다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반경쟁적 행위를 막기 위해 여러 강력한 처방을 제안한다. 플랫폼 기업 내부를 구조적으로 분리하거나 인접 사업에 진출하지 못하게 하는 것, 자사 서비스를 우대하지 못하도록 외부 서비스와 동일한 조건을 부과하는 방안 등을 거론했다. 반독점 기관의 예산과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되었다. 인수합병이 경쟁을 저해하지 않음을 보이게끔 증명 책임을 기업에 돌리자는 제안도 넣었다.

이렇게 되면 페이스북에서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을 다시 분리하거나, 구글에서 유튜브를 떼어내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은행이 일반 상업 은행 업무와 투자 은행 업무를 분리하도록 한 1933년의 ‘글래스-스티걸법’ 같은 접근법이다. 한 분야에서의 지배력을 바탕으로 다른 사업에 손을 뻗치면서 소비자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우려를 해결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당연히 플랫폼 기업들은 반발했다. 아마존은 “반독점소위 보고서는 모든 성공이 불공정 행위의 결과라는 잘못된 전제를 하고 있다”며 “플랫폼 발전의 원동력인 외부 판매자를 차별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애플은 “앱스토어의 최대 수혜자는 개발자들”이라고 주장했고, 구글은 “검색, 지도, 메일 등 구글의 무료 서비스로 수백만 명의 미국인을 돕고 있다”고 항변했다. 페이스북 역시 “인수합병은 어느 산업에나 흔히 있는 것으로, 혁신을 통해 소비자에 가치를 주는 방법중 하나일 뿐”이라며 “인스타그램와 왓츠앱 인수 당시나 지금이나 시장 경쟁은 치열하다”고 주장했다.

반독점소위 보고서가 제안한 내용이 실제로 얼마나 반영될지는 미지수이다. 위원회의 공화당 의원들은 다수파인 민주당과 의견이 약간 다르기 때문이다. 테크 플랫폼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큰 틀에선 뜻을 같이하지만, 플랫폼 기업의 사업 영역을 분리하는 것은 실질적 기업 분할로 이어질 수 있기에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동일 서비스, 동일 조건을 강제하는 규정도 혁신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 기업이 보수적 의견을 검열한다는 문제 제기가 보고서에 거론되지 않은 것도 불만이다. 공화당 의원이 보고서에 서명하기를 거부하면 보고서의 영향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사용자 편익 vs 경쟁 저해

플랫폼 기업들도 손 놓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공화당의 우려를 파고들며 규제의 칼날을 무디게 하는 시도를 할 것이다. 기존의 반경쟁 행위와 달리 플랫폼 서비스는 사업 확장을 통해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고, 시장 경쟁이 지금도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점 등을 집중적으로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서비스 개편도 규제를 피하는 방편이 될 수 있다. 페이스북은 최근 페이스북 메신저와 인스타그램에서 서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기능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페이스북 메신저 친구 목록에 있는 사람의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 반대도 가능하다. 내가 인스타그램에서 보는 동영상을 친구가 페이스북 메신저에서 함께 볼 수도 있다.

페이스북 산하 서비스들을 연계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것이지만, 반독점 규제에 대비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왓츠앱이 분리할 수 없이 밀접하게 통합된 서비스라 주장하려는 포석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윈도우에 끼워 팔았다는 혐의로 반독점 조사를 받을 때 주장한 논리이기도 하다.

불공정 행위와 직접 관련은 없지만 공화당이 제기하는 플랫폼의 보수적 의견 검열 문제, 혹은 민주당이 주장하는 가짜뉴스 조장 문제도 반독점 규제의 향방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결국 정치인들은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기 마련이다.

※ 필자는 전자신문 기자와 동아사이언스 데일리뉴스팀장을 지냈다. 기술과 사람이 서로 영향을 미치며 변해가는 모습을 항상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디지털과학 용어 사전]을 지었고, [네트워크전쟁]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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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5호 (2020.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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