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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골목상권 논쟁] 대형마트 막았더니 배달 오토바이 부르릉 

 

‘온라인 vs 오프라인’으로 골목상권 침해 논쟁 이동… IT플랫폼·배달앱이 틈새 뚫어

큰길에서 들어가 동네 안을 이리저리 통하는 좁은 길. ‘골목’이다. 북촌 주택 사이로 나 있는 골목은 빌딩 숲에 둘러싸인 광화문 앞 8차선 대로와 배치된다. 그래서 골목은 서민 삶에 비유하는 일이 많다. 흔히 대형마트를 대기업 등의 비즈니스 영역에 놓고, 골목가게는 영세소상공인의 밥벌이와 연결한다. ‘골목상권’이란 표현도 여기서 시작했다.

2010년 프랜차이즈 대기업이 가맹점을 늘리고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동네 빵집, 10평 남짓한 개인 카페, 골목식당의 생존이 화두가 됐다. 이듬해에는 ‘상생’, ‘동반성장’, ‘소상공인 보호’를 목적으로 한 동반성장위원회도 생겼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지정해 대기업이 골목상권을 위협하지 못하도록 권고했고, 정부는 ‘생계형’ 적합업종에 대기업이 진출하지 못하게 법으로 강제했다. 이른바 골목상권 보호 정책이다.

이 정책은 10년째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대기업을 규제해 소상공인을 보호하는 정책에 대해 ‘소비자의 편의를 무시한다’는 지적과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이 대립 중이다.

최근에는 현대차가 소비자 보호를 명분으로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골목상권’ 보호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다. 김동욱 현대차 전무는 10월 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중고차 시장에서 제품을 구입한 경험이 있는 사람의 70~80%는 중고차 시장의 거래 관행, 품질 평가, 가격 산정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완성차가 반드시 사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고차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면 독점 기업이 될 것이라며 소상공인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30쪽 ‘중고차 진출 선언한 현대차, 상생이냐 독식이냐’ 기사 참조]

전문가들은 어느 쪽 주장이 맞는지 따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골목상권 보호 논란이 끝나지 않는 이유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기술이 발전하고 생활 패턴과 소비 트렌드가 변화하는데, 골목상권 보호 정책은 전통 소비방식 기준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규제가 오히려 소비자의 불편을 가중시키고 위기에 내몰린 소상공인을 외면한다는 지적도 있다.

‘유통산업발전법’은 골목상권을 보호하는 대표 법안 중 하나다. 대형마트를 규제해 소상공인의 숨통을 틔워주는 법안으로 여겨지지만, 이 법의 애초 목적은 규제가 아니었다. 1996년 이 법이 제정된 목적은 유통산업을 진흥한다는 데 있었다. 대형마트 등 대규모 점포(3000㎡ 이상, 약 907평)의 개설을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꿨던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를 기회로 대형마트가 골목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했고, 동네슈퍼 상인들이 반발하기 시작했다.

대형마트 막았더니 ‘온라인마트’ 등장


▎서울 강남구 논현동 영동시장을 중심으로 반경 1km와 20km 비교. 보존 구역을 400배 확대하는 효과로 이어진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은 이명박 정부 시절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2010년 12월 동반성장위원회(동반위)를 출범시킨 뒤 초대 위원장에 정운찬 전 국무총리를 임명하며 관련 논의도 본격화됐다. 소상공인과 대기업이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동반성장이 강조됐고, 2011년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 등을 시행하면서 ‘골목상권 논리’가 강화됐다.

문제는 정부가 소비자의 불편을 강요해 소상공인들을 도우려 한다는 데 있었다. 대형마트 영업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소비자의 발길을 전통시장이나 골목 가게로 돌리려 했다는 것이다. 2011년 6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에는 대규모 점포의 출점 거리를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전통상업 보존구역 500m 이내에 대규모 점포 진출을 막았던 규정을 강화해 전통시장 1㎞ 이내에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대규모·준대규모 점포의 영업시간을 제한했다. 2013년부터는 대형마트가 매달 이틀은 의무적으로 휴업토록 강제했다.

이렇게 대형마트의 영업을 규제하면 골목상권이 살아날 것이란 논리였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대형마트가 영업을 주춤한 사이 온라인 오픈마켓 시장이 급성장했다. 이제 대형마트는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섰다. 2019년 2분기 국내 1위 대형마트인 이마트가 창사 이래 최초로 지난해 분기 적자를 기록한 것이 신호탄이었다.

이마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7.4% 줄었고 롯데마트는 248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롯데는 전체 점포의 30%가량을 줄일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홈플러스는 올해에만 점포 4곳을 팔아치웠다. 이 가운데는 전국 1호 매장인 대구점도 포함됐다. 대형마트들이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안간힘을 쓰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반면 온라인 시장은 급성장했다. 지난해 거래액 기준으로 온라인 소매 유통은 네이버·쿠팡·이베이코리아가 장악하고 있다. 네이버쇼핑의 거래액은 20조9249억원, 쿠팡과 이베이코리아가 각각 17조771억원, 16조9772억원을 기록했다. 반사이익이 골목상권이 아니라 오픈마켓으로 돌아간 것이다.

쿠팡, 거래액 17조 중 직접 판매액 7조원


주목되는 것은 쿠팡의 ‘매출액’이다. 대개 오픈마켓은 플랫폼에 비유된다. 소상공인들이 오픈마켓에 입점해 물건을 팔고, 이에 대한 대가로 네이버·쿠팡·이베이 오픈마켓 플랫폼에 수수료를 지급하는 식이다. 그래서 각각의 플랫폼에서 얼마나 상품 거래가 이뤄졌는지 ‘거래액’을 따진다. 하지만 쿠팡은 ‘매출액’ 비중도 상당하다. 쿠팡은 직접 물건을 구입해 쌓아뒀다가 소비자가 주문하면 배송해주기도 한다. 플랫폼 역할도 하지만 전통 유통 대기업의 역할도 겸하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쿠팡의 매출액은 7조1530억원을 기록했다. 2018년 매출액은 4조3545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홈플러스의 매출액이 7조3002억원(2019년), 7조6598억원(2018년)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그 성장세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소비 트렌드가 변했다. 대형마트를 선호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쇼핑이 대세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온라인 쇼핑에는 휴일도 없고, 시간제한도 없다. 소비자가 찾아가지 않아도 문 앞으로 배달까지 해준다”며 “골목이 아니라 집 앞까지 점령한 쿠팡은 초대형마트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업체들에 대한 규제의 잣대가 다르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소상공인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대형마트를 규제했다. 의무휴업일엔 상품도 배달하지 못한다. 하지만 쿠팡이나 마켓컬리 같은 온라인 쇼핑업체들은 이런 규제의 칼날에서 벗어나 있다. 영등포시장의 한 상인은 “어떤 손님은 가게에서 상품을 둘러본 후 쿠팡에서 주문한다”며 “전통시장 1㎞ 안에 대형마트가 들어올 수 없다고 하는데, 쿠팡은 거리 제한을 받지 않는 대형마트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롯데·신세계·홈플러스 등 유통 대기업들도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롯데온은 지난 4월 온라인 진출과 동시에 오픈마켓 시장에 진출했다. 신세계그룹 통합 온라인몰인 SSG닷컴(쓱닷컴)도 올 연말 오픈마켓 전환을 목표로 입점 사업자(셀러)를 모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 대기업의 온라인 사업 강화는 변화한 소비 트렌드를 따라가면서 규제도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회의원들의 생각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 김정호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 발의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전통시장 등의 경계로부터 20㎞ 이내의 범위를 전통상업 보존구역으로 지정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전통시장 반경 1㎞ 제한이 너무 좁다는 게 이유다. 이 발의가 현실화하면 앞으로 대형마트나 쇼핑몰이 들어설 수 있는 곳은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서울 논현동 영동시장을 기준으로 반경 20㎞ 원을 그리면 서울 대부분의 지역이 포함된다. 지방 전통시장을 거점으로 원을 그렸을 때는 빈자리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데도 왜 반경 20㎞ 인지에 대한 근거는 발의안에 없다.

정연승 단국대 교수(경영학)는 “이제는 ‘대형마트vs전통시장’ 구도가 아닌 ‘온라인vs오프라인’으로 유통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며 “최근 온라인 쇼핑의 급속한 확대에 따라 대형 오프라인 매장이 구조조정을 하는 현실을 고려해 규제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국가산업의 발전을 위한 큰 틀에서 서로 협업하고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지, 소상공인과 대기업의 경쟁구도로 몰아가선 안 된다”고도 말했다.

가맹사업법 위를 나는 ‘배달 서비스’


과거에는 소상공인 사업장이나 전통시장 등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일정 구역을 설정하고 이를 골목상권을 인정했다. 전통시장 1㎞ 이내 대형마트 입점 금지 규정을 예로 들 수 있다. 전통시장 반경 1㎞를 골목상권으로 본 셈이다. 이런 사례는 또 있다. 2013년 동반성장위원회는 제과업종 등을 중소기업 접합업종으로 지정하며 대기업 프랜차이즈 제과점의 출점에 제동을 걸었다. 동네 빵집 인근 500m(도보 기준) 내 가맹점 출점을 못 하도록 권고하고 신규 출점도 연 2% 수준으로 제한했다. 동네 빵집의 상권을 도보 500m 이동거리 수준으로 봤다는 뜻이다.

2012년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치킨·피자업계 모범거래기준을 만들기도 했다. 프랜차이즈 신규 출점의 경우 치킨은 800m, 피자는 1500m 이내 중복 출점을 금지하게 한 것이다. 업종마다 차이는 있지만, 일정 구역을 소상공인들의 생존에 필요한 ‘골목상권’으로 본 셈이다. 동반성장위원회 관계자는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제과점끼리 평균 500m 정도 떨어져 있으면 매출에 크게 타격을 주지 않는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후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이 생기면서 구체적인 거리 제한은 사라졌다. 하지만 가맹사업법은 가맹본부가 ‘정당한 사유 없이 가맹계약기간 중 가맹점 사업자의 영업지역 안에서 가맹점 사업자와 동일한 업종(수요층의 지역적·인적 범위, 취급 품목, 영업 형태 및 방식 등에 비추어 동일하다고 인식될 수 있을 정도의 업종을 말한다)의 자기 또는 계열회사의 직영점이나 가맹점을 설치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2018년 7월, 부산에서 중고 명품 소매업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던 A씨는 인근에 직영점이 문을 열어 손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냈고, 법원은 가맹 본사가 위자료 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하기도 했다.

그런데 ‘배달’은 이런 골목상권에 대한 개념을 완전히 무력화시켰다. ‘깃발꽂기’로 불리는 배달의민족(배민)의 울트라콜이 대표적이다. 울트라콜은 입점업체가 한 달에 8만8000원(부가세 포함)을 배민에 내는 대신 해당 업체가 배민 앱에서 1.5~3㎞ 반경에 있는 소비자에게 상호와 배달 예상 시간 등을 노출하는 광고 방식이다. 치킨 1.5㎞, 분식·한식·중식 2㎞, 그 외 카테고리는 3㎞를 구역으로 설정한다. 반경의 중심이 되는 주소에 깃발을 꽂는다고 해서 깃발 꽂기로 불리는 것이다.

문제는 입점업체가 이런 깃발을 몇 개나 꼽든 제약이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배민 관계자는 “월 1000만원 이상 광고비를 내고 깃발을 200개 이상 꽂는 업체도 있다”고 했다. 공정위 기준 치킨집의 골목상권(반경 1.5㎞)이 7㎢라고 했을 때, 배민 기준 치킨집 상권은 1400㎢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가맹점 간 거리 제한에 관한 가맹사업법도 의미가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가령 서울시 서대문구 서대문역을 중심으로 배만 앱에서 ‘교촌치킨’을 검색하면 교촌치킨 서울시청점, 종로1호점, 아현점, 독립문점 4곳이 동시에 검색된다. 다른 치킨 가맹점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배민에 입점한 한 프랜차이즈 점주는 “예전에는 근처에 어떤 경쟁 브랜드가 들어오는지 신경 썼는데 이제는 같은 브랜드 가맹점과도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반성장’이 강조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골목상권의 무대만 이동했을 뿐 큰 틀에서는 변한 게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온라인 쇼핑이 대세가 되면서 소상공인들은 대형마트뿐 아니라 다른 소상공인과도 더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쳤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전통시장의 지리적 위치와 대형마트의 신규 출점지, 대기업의 사업 영역을 중심으로 논란이 제기됐다면 이제는 그 싸움이 네이버나 카카오, 쿠팡, 배민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벌어진다는 뜻이다.

골목상권 갈등 무대 IT 플랫폼으로 이동


2017년 당시 김성태 국회의원(자유한국당)은 기자회견을 열고 “압도적인 시장지배력으로 무장한 거대 포털 기업이 새싹을 짓밟고 동반성장의 길을 저해하고 있다”며 ‘사이버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특별법(가칭)’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때 언급된 게 네이버의 검색 점유율(약 75%) 독점 문제 등이다. 2018년에는 카카오가 카풀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택시업계와 갈등해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확대되기도 했다. 플랫폼을 장악한 IT 기업이 다양한 영역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하면서 기존 사업자들과 갈등이 벌어진 사례다. 배민 등 배달 플랫폼에서는 자본력 있는 프랜차이즈 기업이 더 많은 광고를 하거나 돈을 들여서라도 자사 브랜드를 앱 상단에 노출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영세 사업자들과 또 다른 골목상권 갈등이 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정부가 나서서 개별 소상공인을 돕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쟁력을 상실한 한계기업에 계속 돈을 쏟아 부을 수 없는 것처럼, 폐업 등 연착륙을 돕는 게 나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성훈 세종대 교수(경영학)는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유통은 혁신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 결국 가격 혁신을 하거나, 서비스 혁신을 할 수 있는 기업이 살아남는다”며 “이런 흐름을 대기업 규제라는 방식으로 정부가 막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경전 경희대 교수(경영학)는 “대기업이 사업에 뛰어든다고 반드시 악영향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기업 규제를 통해 소상공인이 살아났다는 평가는 아직 없다”며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해 기업을 규제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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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7호 (20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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