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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 대림코퍼레이션, 이근모 대표 취임 직후 구조조정 돌입] 선박사업부 정리 작업 4일 만에 마무리 

 

11월 16~19일 1대1 면접 통해 속도전… 회사 “구조조정 아니다”

▎ 사진:이병희 기자
대림산업 등 대림그룹의 지주회사인 대림코퍼레이션이 선박사업부 정리 계획을 세우고 사실상 구조조정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희망퇴직과 관련한 공지와 면담, 신청 마감까지 단 4일 만에 관련 절차를 마무리하면서 특정 부서와 인력을 강제로 쳐내려 한다는 분석이 사내에 팽배하다. 표면상 ‘희망퇴직’을 내세웠지만, 직원들은 구조조정으로 받아들이는 이유다. 지난 10월 30일 이근모 사장이 대림코퍼레이션 대표이사로 내정된지 보름 만에 단행하는 전격적인 조치여서 “이 대표가 맡은 역할이 구조조정이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대림코퍼레이션은 11월 17일부터 이틀간 선박사업부 소속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에 관한 면담을 진행했다. 회사에서 근무한 기간 5년을 기준으로 그보다 오래 근무한 사람에게는 12개월 치 급여를, 적게 근무한 직원에게는 9개월 치 급여를 위로금 명목으로 지급하겠다고 제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직원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회사가 인력 감축 작업을 벌인다는 데 있다. 회사측이 직원들에게 경영 상황과 실적 관련 면담 일정을 공지한 건 11월 16일이었다. 다음날부터 이틀 동안 ‘선박사업부 현 경영상황실적·커뮤니케이션 등에 대한 면담’을 진행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이코노미스트]가 확보한 회사측 메일을 보면 11월 17일 오후부터 18일 오전까지 선박사업부 전 직원을 상대로 서울 중구 소재 본사 앞에 위치한 R호텔에서 개별 면담이 진행됐다.

‘희망퇴직’ 앞세운 사실상 강제 인력 감축

대림코퍼레이션 직원은 “선박사업부 전 직원이 1대 1로 짧게는 5분에서 길게는 1시간까지 면담했고, 이 과정에서 희망퇴직을 권유받았다”고 말했다. 회사가 제시한 희망퇴직 신청 마감일은 11월 19일로 알려졌다. 면담 일정 공지에서 신청 마감까지 나흘 만에 희망퇴직 절차를 마무리하려한 셈이다.

대림코퍼레이션 한 직원은 “회사가 선박사업부를 강화하겠다며 2017, 2018년에 대거 경력직 사원을 뽑았다. 올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업황 부진으로 모두가 어려운 상황인데, 실적이 나쁜 것을 직원 탓으로 돌리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올해 초부터 대림코퍼레이션은 권고사직의 형태로 선박사업부 직원 일부를 내보내려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익명을 요구한 대림코퍼레이션 직원은 “회사가 계획대로 인원을 감축하지 못하자 희망퇴직을 시행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사실상 강제 구조조정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퇴직하지 않은 다른 직원들의 선례를 봤을 때 희망퇴직을 거부하면 불이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선박사업부 부장을 업무와 무관한 인사팀으로 보낸 사례도 있다. 일부 직원을 콕 집어 “저 사람과는 밥도 먹지 말라”며 직장 내 괴롭힘을 했다는 제보도 이어졌다.

대림 관계자는 이에 대해 “희망퇴직 과정 중에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 이유로 ‘실적 부진’을 언급했다. “선박사업부가 올해에만 2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사업 재편이 필요했다. 이런 과정에서 희망퇴직을 시행하는 것으로, 퇴직 여부는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선박사업부를 없애려는 것이 아니며, 희망퇴직 신청 기간을 짧게 잡은 것 역시 조직의 동요를 막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설명이다.

이근모 신임 대표 보름만에 희망퇴직 단행

일각에서는 11월초 취임한 이근모 대표이사의 주요 역할이 구조조정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근모 대표는 재무와 인수합병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우조선해양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살려 대림코퍼레이션 지주회사체제를 안정화하는 역할이 기대된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사실상 기업의 인력감축과 조직개편의 임무를 부여받은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따른다. 이 대표가 취임 첫 작업으로 선박사업부 개편 카드를 들고 나온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대림코퍼레이션 관계자는 “공교롭게도 새 대표이사가 오면서 (희망퇴직) 되기는 했지만, 그사이에 바로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라며 “최대한 선박사업부를 정상화하려고 효율적으로 조직을 재편하는 과정으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올해 3분기까지 대림코퍼레이션의 매출액(별도기준)은 1조4382억원,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435억원, 317억원으로 집계됐다.

한편, 대림그룹은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해욱 회장이 지분 52.3%를 보유한 대림코퍼레이션은 대림그룹의 정점에서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아래 핵심 기업으로 꼽히는 대림산업이 지난 9월 10일 분할계획 결의를 밝혔다.

인적분할과 물적분할을 함께 진행하는 구조다. 대림산업 이사회가 결의한 기업분할안은 건설업 회사인 디엘이앤씨(가칭)을 인적 분할해 신규 설립하고, 존속회사 디엘(가칭)의 100% 자회사로 석유화학 사업을 담당하는 디엘케미칼(가칭)을 설립하는 방식이다.

대림산업은 “지주사 체제 전환을 위해서” 기업분할을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그룹 지배회사인 대림코퍼레이션이 보유한 대림산업 지분은 21%에 불과하다. 대림산업은 존속법인인 디엘이 향후 디엘이앤씨의 지분을 가져가 지주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대주주의 지배력을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많은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물적 분할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물적 분할 후 존속회사를 통해 지배력을 공고히 하고 투자를 유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주주 동의를 얻어야 한다. 기업 분할 안건은 상법상 특별 결의사항으로 출석 주주 의결권 중 3분의 2 이상, 전체 발행 주식 중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이런 작업을 앞두고 대림그룹은 지난 10월 30일 2021년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이근모 대림코퍼레이션 사장을 대표 이사에 내정했다. 이 대표는 구조조정과 인수합병 분야 전문가로 지난 6월 대림코퍼레이션 재무 담당 사장으로 영입됐다.

-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1561호 (2020.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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