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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한 ‘CEO 플랜’ 사실상 상시 희망퇴직 제도올해 현대카드가 강화한 ‘CEO 플랜’에서 현대카드는 2년 전 희망퇴직을 진행했던 당시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했다. 이전보다 창업지원금을 더 주고, 정착지원금도 따로 준다. 창업을 하지 않는 사람에겐 ‘재취업 지원금’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데 쓰라고 돈까지 주는 셈이다. 사내에서 ‘희망퇴직 위로금’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현대카드가 퇴사하는 직원에게 퇴직금 이외의 돈을 주는 건 이번이 두 번째다. 2018년 11월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가동했을 때 이후 2년 만이다.당시에도 현대카드는 ‘희망퇴직’이나 ‘구조조정’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다만 “(2018년에는) 인력감축의 필요성이 있었고, 어느 정도 회사의 의지도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현대카드 관계자는 말했다. 사실상의 희망퇴직이었음을 인정한 셈이다. 이후 현대카드는 ‘퇴사 지원금’ 선택지를 없앴다가 이번에 새로 만들었다.현대카드 직원들이 CEO 플랜을 ‘복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도 있다. 기준의 불명확성 때문이다. 복지시스템이라면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그 기준을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실제 현대카드는 ‘CEO 플랜’을 통해 퇴사 후 창업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직원에 대한 기준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지원 규모나 방식은 상담 후 결정되는데, 사람마다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신청한다고 누구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아예 지원받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현대카드 노조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회사가 제시하는 조건이 다 다르다. 어떤 것이 기준이고 팩트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정보의 불투명성 때문에 회사가 제도를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회사가 내보내고 싶은 사람에게만 지원금을 제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 다른 현대카드 직원은 “과연 회사의 핵심 인력이 나간다고 할 때도 회사가 재취업 지원금까지 줘가며 잘 가라고 등을 밀어주지는 않을 것 같다”며 “결국 내보내고 싶은 사람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퇴사 의사를 밝혔다가 철회했을 때 회사에 애정이 없는 사람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지원을 받으며 퇴사할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람은 다시 회사에 남을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직원은 언제든 회사를 나갈 수 있는 사람으로 간주된다는 것이다. 최혜인 직장 갑질119 노무사는 “이 제도가 누군가에게는 좋은 제도일 수 있지만, 직장 내 괴롭힘을 정당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현대카드가 ‘복지’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대기업 관계자는 “회사의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희망퇴직은 사실상 구조조정의 전초전으로 해석되는 일이 많은데 이는 회사 사정이 좋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많은 기업이 상시 희망퇴직과 비슷한 유연한 인력 감축 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걸 ‘복지’라고 하는 것은 과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고정비 줄이려고 상시 희망퇴직 운영하는 기업2014년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발표한 ‘명예퇴직 운영 지침 및 위로금 산정 표준모델’을 보면 “경영상 해고는 충족해야 할 법적 요건이 까다로울 뿐 아니라 추진 과정에서 빈번하게 노사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며 “조직 내 저항을 최소화하면서 유휴인력을 적기에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명예퇴직제도의 활성화가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이후 대기업 가운데 상시 명예·희망퇴직 제도를 운용하는 곳이 늘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업들이 희망·명예퇴직 등 대규모 고용인원 변동을 보고하는 대량 고용조정 신고 사업장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54곳, 2018년 384곳, 2019년(8월 말 기준) 202곳으로 집계됐다.지난 3월 삼성디스플레이는 연내에 대형 LCD 생산을 중단을 예고하면서 일부 직원들의 전환배치 계획과, 상시적 희망퇴직 운영을 밝혔다. 또 르노삼성자동차도 2월 “회사가 경영적인 판단에 따라 상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며 “인위적인 구조조정 계획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