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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벤처’ 조종훈 프로덕션 고금 대표] 국악부터 인디음악까지 소리에 날개를 달다 

 

국내 최초 원스톱 음악 배급·유통 플랫폼 출시... 1년 만에 700여명 뮤지션, 2000여 곡 등록

▎ 사진:김경빈 기자
퓨전 국악그룹 ‘이날치 밴드’의 노래를 바탕으로 만든 한국관광 홍보영상이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타고 조회수 3억 건을 넘어섰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이날치 밴드의 음원과 현대무용이 어우러진 홍보 영상은 11월 10일 기준 누적 조회수 3억1200만 회를 돌파했다. 이날치 밴드의 대표곡인 ‘범 내려온다’는 판소리 ‘수궁가’를 펑키한 리듬의 곡으로 재해석해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새로운 국악 팝 장르가 열풍을 일으키고 있지만 국내 전통음악 시장은 여전히 열악하다. 타악 연주자이자 국악인으로서 어려운 길을 걸어온 조종훈 프로덕션 고금 대표는 이를 극복하고 싶었다.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희과에서 무속 음악을 전공한 국가무형문화재 제82-1호 동해안별신굿 이수자다. 20년 가까이 장구를 치던 그는 2017년 음반사 ‘프로덕션 고금’을 설립하며 음악 벤처기업가로 변신했다. 이듬해 김덕수의 예인 인생 60년, 사물놀이 40주년을 맞아 김덕수의 장구 소리가 온전히 담긴 음반을 내놓기도 했다.

음악 벤처기업가로 변신한 배경이 궁금하다.

“대학 진학 후 15년 동안 창작활동에 전념했다. 나 역시 음악가로서 결과물을 남기기 위해 음원을 발매하고자 했는데, 국악을 유통·배급해주는 회사를 찾기 어려웠다. 힘들게 경로를 찾더라도 나처럼 인지도 없는 뮤지션의 계약 조건은 열악하기만 했다. 몸소 느낀 점을 원동력 삼아 직접 전통음반을 제작, 배급·유통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창업시 어려웠던 점은.

“배급·유통사로서 판매처를 찾는 게 가장 어려웠다. 6개월간 문을 두드린 끝에 멜론(현 카카오m) 담당자를 만나 판로를 확보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낸 음반은 동해안별신굿 ‘호적산조’를 태평소로 연주한 것이었다. 이어 발매한 앨범도 모두 국악 장르로, 정악을 연주한 ‘정음-현악영산회상’과 김덕수의 ‘장구산조’였다. 모두 LP판으로 제작했는데 일반 CD보다 제작비용이 5배가량 더 든다. 그럼에도 프로덕션 고금이 지향하는 바를 알리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지난해 11월 음악 유통 플랫폼 ‘사운드 프레스’ 론칭

시장 반응은 어땠나.

“좋지 않았다. 앨범을 기획할 당시 복고 트렌드를 타고 LP 붐이 일었다. 그래서 국악앨범을 LP로 제작해보자고 기획한 것인데 전통음악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꼈다. ‘프로덕션 고금’이라는 사명이 옛(古)와 현재(今)를 뜻하는 두 글자를 따와 지은 것이다. 전통음악도 대중가요처럼 젊은 세대에 녹아들 수 있고, 시장성이 있을 거라 기대했다. 그런데 현실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사운드 프레스’가 탄생했으니 실패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프로덕션 고금은 지난해 11월 음악 유통 플랫폼 사운드 프레스를 론칭했다. 음악(sound)을 생산하고, 전달하는 데 있어 언론(press)과 마찬가지로 공정하고, 거짓이 없어야 한다는 의지를 담았다. 이용자가 음원을 플랫폼에 등록하면 원스톱으로 배급·유통할 수 있다. 또 음원·음반 제작과 발매 등의 배급·유통 현황, 수익 정산금 지급 등 진행 과정을 언제 어느 때나 PC와 모바일로 실시간 확인이 가능하다.

조 대표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음악가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창작자가 수익을 정당하게 가져갈 수 있는 유통구조를 확립했다. 론칭 1년 만에 700명이 넘는 뮤지션이 플랫폼에 등록했고, 500여 개의 앨범과 2000여 곡의 음원을 발매했다. 장르도 국악부터 인디음악까지 다양하다. 이들의 음악은 11개 온라인 음악 판매처와 13개 음원 플랫폼에서 배급·유통된다.

기존 음악 유통 플랫폼과 어떻게 다른가.

“뮤지션이 만든, 뮤지션을 위한 플랫폼이다. 음원 수익에 대한 수수료는 15% 정도로, 업계 최저 수준이다. 과거에 비해 오디션이나 유튜브 등을 통해서 음악 창작물을 직접 선보일 수 있는 계기가 많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음악 시장에서 자신의 앨범을 내고, 대중에게 알려지는 음악가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음반을 내고, 유통하는 배급사가 중간 단계에 있어 이들이 판단했을 때 좋은 음악, 소위 말해 ‘돈 되는 음악’이어야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 우리 역시 배급·유통 사지만, 그런 역할을 지양한다. 직원들에게 늘 ‘우리가 판단하지 말자’고 강조한다. 실제로 음반으로 제작하는데 음질 등 기계적 문제나 유해한 가사가 아닌 이상 우리 플랫폼에 음악을 등록하는데 제약이 없다. 사운드 프레스는 음악을 대중에 선보이는 일종의 통로 역할을 할 뿐이다. 인지도가 없는 음악가, 비주류 장르라 하더라도 누구든 이 통로를 통해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다.”

시장성보다 다양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들린다.

“현재 직원 8명 모두 뮤지션이거나 음악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다. 장르도 힙합부터 클래식·국악까지 다양하다. 대중의 평가를 받아야 더 나은 음악을 창작할 수 있는데 대중가요, 혹은 주류가 아니면 그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현실에 모두 공감한다. 현재 시장 구조에서는 음악가의 외모는 물론 장르와 트렌드까지 모두 다수가 좋아할 만한 것이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개성이 없다. 이제껏 시장에 나오지 못한 음악들도 시장성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사운드프레스 앱에서 음원 스트리밍은 아직 불가능한데.

“최종적으로는 스트리밍까지 할 생각이다. 그러려면 일단은 자체 콘텐트를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 어느 정도 쌓이면 스트리밍 서비스를 할 예정이다. 소비자가 음악을 들으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뮤지션에게 실시간으로 정산되는 시스템도 갖출 것이다.”

프로덕션 고금이 나아갈 길은.

“음악성 있는 새 뮤지션을 찾는 역할을 하고 싶다. 미국의 음악 플랫폼 ‘밴드캠프’가 그 경우다. 자신이 음악을 올리고, 수익을 가져가는 플랫폼 상에서 스타가 되면 소니뮤직 같은 대형 음반사와 계약한다. 국내도 홍대 등지에 다양한 음악을 추구하는 중소형 기획사들이 있었는데, 오디션 프로그램이 활성화되며 오히려 이 시장이 거의 사라졌다. 전체 음악 시장은 커졌는데, 대형 기획사만 살아남으니 아이돌이나 주류음악만 만들어 획일화됐다. 우리가 사운드 프레스를 통해 새롭고, 개성 있는 음악을 발굴하는 역할을 하길 바란다.”

프로덕션 고금은 연내 중국법인 설립을 목표로 한다. 내년 초 시범운영을 시작으로 중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조 대표는 “중국 음악시장 규모에 비해 아직 배급·유통 시스템은 부족하다”며 “반면 스마트폰 앱 시장이 상당히 발달돼 있고, 현지 뮤지션의 해외진출 요구도 다양해 음악 플랫폼에 대한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음악 페스티벌이 동시에 음반 마켓 기능을 했는데 코로나19로 행사가 취소되면서 비대면으로 음악을 듣고, 뮤지션과 계약하고, 음반을 출시하는 시대가 가속화되고 되고 있다”며 “사운드 프레스가 아시아를 대표하는 음악 유통 플랫폼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1560호 (2020.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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