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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HMR(가정간편식) 진출은 ‘찻잔 속 태풍’?] 삼성웰스토리 뒤늦은 합류에 ‘삼성답지 못하다’ 평가 

 

영양 설계 능력, 축적된 데이터는 강점… 가공기술 부족, OEM 방식엔 갸웃

▎삼성웰스토리가 새롭게 런칭한 가정간편식 ‘라라밀스’ 소개 영상 장면. / 사진:유튜브 화면 캡처
2022년 국내 시장 규모 5조원을 바라보고 있는 가정간편식(HMR) 시장에 새로운 다크호스가 등장했다. CJ제일제당·풀무원·오뚜기·대상·동원F&B 등 전통 식품기업들이 치열하게 격돌하고 있는 전쟁판에 뛰어든 장병은 ‘삼성’이다.

삼성그룹의 계열사인 삼성웰스토리가 지난 7월 가정간편식 브랜드 ‘라라밀스’를 공식 론칭한 이후 가정간편식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삼성웰스토리는 40년 넘도록 단체급식사업을 펼치며 국내 위탁급식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식음서비스 기업이다. 그동안 위탁급식사업과 식자재 유통에만 주력해온 삼성웰스토리가 다른 사업을 확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웰스토리 관계자는 “간편식 사업은 식음사업 역량을 기반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비즈니스 분야”라며 “가정간편식 첫 진출은 한 순간 결정이 아니라 수년간 면밀히 검토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삼성웰스토리는 2025년까지 라라밀스를 연매출 2000억원 규모의 간편식 브랜드로 성장시킨다는 목표다.

삼성웰스토리가 내놓은 라라밀스는 ‘영양의 프리미엄이 더해진 간편식’이라는 콘셉트로 소개됐다. 불고기, 나물밥, 곡물브리또 등 다양한 제품이 출시됐는데 이 제품들은 각각 비타민, 식이섬유, 단백질 등 1일 영양성분기준치에 맞춰진 영양소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업계 “자사공장 없이는 생산성 현저히 떨어져”


라라밀스가 이 같은 특징을 지닐 수 있었던 건 삼성웰스토리의 급식사업 노하우 덕분이다. 일정 기간 동안의 식단표를 만들어야 하는 급식의 특성상 내부적으로 영양사 라인이 탄탄해 가정간편식 메뉴 개발에도 영양학적 설계가 가능했다는 평가다.

40여년 동안 자연스럽게 축적한 소비자 선호도 데이터도 삼성웰스토리만의 무기다. 현재 삼성웰스토리는 삼성그룹 계열사를 비롯해 타 기업과 오피스·대학·병원·골프장·문화시설 등 700여 곳에 급식을 공급하고 있다. 하루 급식 수는 100만식에 이른다. 현재 삼성웰스토리가 보유한 레시피는 한식 1만7200개, 양식 3800개, 중식 2000개, 일식 1850개, 건강식 3800개, 동남아식 620개, 간편식 720개에 달한다. 다양한 소비자를 상대하면서 소비자가 어떤 메뉴를 원하는지 정확히 파악해 가정 간편식 메뉴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삼성웰스토리 측 설명이다.

그러나 정작 업계 반응을 싸늘하다. 물론 삼성이라는 국내 최대 대기업이 가정간편식 시장에 뛰어든 것을 무시할 순 없지만, 기존 식품기업이 견고하게 다져놓은 시장점유율은 깨기 어렵다는 평가다. 결국 삼성웰스토리의 라라밀스는 ‘찻잔 속의 태풍’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기존 가정간편식업계 관계자들이 바라보는 삼성웰스토리의 한계점은 뚜렷하다. 우선 급식과 가정간편식은 같은 식품사업으로 보이지만, 전혀 다른 분야라는 것. 급식은 신선식품을 유통해 정확한 레시피로 조리하는 것이라면 가정간편식은 추가적으로 음식을 장기간 보관, 유지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셰프 혹은 요리 연구원이 메뉴를 구현하더라도 이 메뉴를 가공식품으로 만드는 것은 전혀 새로운 일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정간편식은 상온유통을 위해 멸균 처리를 하거나, 냉동유통을 위해 급속 냉동 공정이 필요한데, 과연 삼성웰스토리가 가정간편식과 관련된 기술 노하우가 있을 의문”이라며 “이 기술이 없기 때문에 위탁생산(OEM)을 맡기는 것일 텐데, 가정간편식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력이 없는 회사의 경쟁력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CJ에 가정간편식을 전문으로 제조하는 CJ제일제당, 식자재를 유통하는 CJ프레시웨이가 나눠져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웰스토리는 현재 라라밀스 제품을 식품제조 전문기업에 위탁생산(OEM)하고 있다. 자사 공장을 갖춘 기존 가정간편식 제조 식품기업보다 생산성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량생산이 가능한 자사 공장 생산과 달리, OEM은 여러 공장으로 나뉘어 각각 다른 제품을 조금씩 생산하는 구조가 된다. 제조 관리도 그만큼 어려워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제품을 만드는데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이야기다. 초반에는 공격적으로 마케팅하기 위해서 저렴하게 제품을 내놓을 수 있지만 결국 그 비용은 그대로 회사의 손실로 이어진다. 결국 제품 가격을 점차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웰스토리 “빠른 시장 진입 위해 OEM 활용”

시장에 너무 늦게 진출한 것도 부정적 전망의 이유로 꼽힌다. 가정간편식 시장은 업계 1위 CJ제일제당을 필두로 풀무원·오뚜기·대상·동원F&B 등 기존 식품회사들이 이미 치열한 경쟁을 펼쳐지고 있다. 삼성웰스토리보다 조금 앞서 시장에 뛰어든 신세계푸드와 현대그린푸드가 부진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삼성웰스토리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지난 40여년 동안 식사재 유통사업을 펼치면서 간편식에 해당하는 PB제품도 다수 만들었다”며 “PB상품을 제작하며 여러 식품제조업체와 파트너십을 맺었고, 함께 일해온 파트너십 업체들과 라라밀스의 OEM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관계자는 “우수한 멸균 기술, 냉동 기술을 보유한 업체만 선별해서 진행하기 때문에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또 이미 훌륭한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굳이 우리가 직접 자사 공장을 세울 필요가 없다. 자사 공장을 세우려면 브랜드 런칭에 몇 배의 기간이 걸렸을 거다. OEM 방식으로 빠르게 팽창하는 가정간편식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7월에 런칭한 라라밀스의 시장 반응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웰스토리는 브랜드를 런칭하며 대형마트 입점, 라라밀스 온라인 전문 쇼핑몰 오픈 등을 계획했지만 현재 라라밀스는 G마켓에서만 판매되고 있다. 흥얼거리는 소리(라라, LaLa)를 내며 즐겁게 식사한다는 의미인 ‘라라밀스’는 아직 가정간편식 시장에서 콧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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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4호 (2020.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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