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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비용 줄이자” 기업이 바빠졌다] 합병에 투자, 소송전까지 각양각색 대응 

 

내년 기업당 온실가스 배출량 11.4% 줄여야… “배출권 할당 정교화 필요” 지적도

▎정부가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한 12월 7일 석유화학 업체가 밀집해 있는 전남 여수시 여수국가산업단지에서 하얀 수증기가 올라오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국내 기업들이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대응에 바빠졌다. 정부가 12월 7일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내놓으면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이하 배출권 거래제)를 탄소중립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면서다. 배출권 거래제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정부가 매년 기업의 탄소배출 총량을 정해 배출권을 할당하면, 기업이 탄소배출량을 줄이거나 배출권이 남는 기업에서 사서 충당토록 하는 제도다. 특히 정부는 내년부터 5년간 제3차 계획기간(1차 2015~2017년, 2차 2018~2020년)을 시작하면서 대상 업종을 늘리고 기업별 배출 총량을 줄였다.

환경부에 따르면 3차 배출권 거래제 계획기간이 시작하는 내년, 기업들은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량을 올해보다 11.4% 감축해야 한다. 2차 계획기간 정부가 정한 연평균 배출권 허용총량 5억9200만톤(t)을 589개 기업이 업종에 따라 나눠 떠안았던 것과 달리 3차 계획기간에는 연평균 6억970만t으로 예정된 배출권 허용총량을 업종별 685개 기업이 나눠지게 됐다. 배출권 거래제 대상 기업 관계자는 “할당을 넘으면 돈을 주고 배출권을 사 와야 해 어떻게든 배출권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1. 합병 나선 포스코, 설비투자 강화 현대제철


철강업계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철강업은 철강재 1t 생산에 평균 1.8t이 넘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온실가스 다배출업종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특히 철강업은 철광석을 철강으로 환원하는 과정에서 유연탄을 사용하면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국내 1위 철강사 포스코는 지난해 온실가스 8148만1198t을 배출하며 개별기업 기준(공공발전소 제외) 온실가스 배출 최다 업체에 올랐다. 2위 현대제철도 2224만5165t을 배출하면서 온실가스 배출 최다 업체 2위에 올랐다.

당장 포스코는 포스코에너지 부생가스 발전 부문을 떼어 흡수합병하는 방식으로 온실가스 다배출 대응에 나섰다. 철강재 생산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는 없지만, 부생가스 발전부문 소유를 통해 탄소배출 총량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부생가스 발전은 철강재 생산 과정에서 나온 이산화탄소의 코크스 가스, 고로가스 등을 원료로 발전하는 방식으로, 정부는 부생가스 발전소로 들어가는 온실가스는 탄소배출에 포함하지 않는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포스코는 부생가스 발전소 덕에 지난해 되레 탄소배출권 판매 수익을 올렸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설비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할당한 탄소배출 총량을 넘는 온실가스를 배출한 만큼, 철강 생산 설비를 친환경으로 바꿔 배출량 자체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철광석을 녹이기 위해 석탄을 가열하는 코크스 공정의 폐열을 회수, 전력 생산에 쓰는 건식소화설비(CDQ)를 설치하기로 했다”면서 “연간 약 50만t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국거래소에서 t단위로 기업 간 거래되는 배출권 특성을 고려할 때 온실가스 50만t은 12월 8일 종가(2만3100원) 기준 배출권 115억5000만원 규모에 달한다.

2. 정유업계 사회공헌 나서고, 시멘트업계는 소송 불사

사회공헌을 통한 배출권 확보에도 속도가 붙었다. 기후변화센터가 ‘온실가스 감축 상생협력 플랫폼’을 통해 기업의 사회공헌에 따라 탄소배출권을 지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원유 정제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불가피한 정유업계의 사회공헌 움직임이 발 빠르다. 원유 정제량이 매해 증가함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는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임직원 급여가 재원인 ‘1% 나눔재단’을 통해 미얀마에 쿡스포브를 보급, 탄소배출권을 획득했다. 일종의 이동식 아궁이인 쿡스토브의 열효율이 높고 연기 발생이 적다는 점이 인정됐다.

에쓰오일은 지난 10월 개발도상국 주민들에게 깨끗한 식수를 공급하는 스타트업 글로리엔텍에 투자해 탄소배출권을 확보했다. 에쓰오일은 “이번 투자는 중소 스타트업을 후원해 개도국 주민의 삶을 개선하는 사회공헌 활동으로 온실가스 배출권을 확보하는 새로운 방식의 사회적 책임(CSR)경영”이라고 설명했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954만t에 달하는 온실가스를 배출, 정부 할당 배출권을 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이어 “배출권 확보를 위해 앞으로도 글로리엔텍과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멘트업계는 배출권을 놓고 소송전에 돌입했다. [이코노미스트] 취재 결과 삼표시멘트 등 6개 시멘트업체는 지난 7월 9일 환경부를 상대로 ‘배출권 재할당 처분 등 취소’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배출권은 우선 국가의 온실가스 배출허용총량이 정해지면 업종별로 할당 수량이 결정되는 구조”라면서 “환경부는 과거 일부 업체에 배출권 할당을 몰아 업종 전반에는 적은 수량의 배출권을 할당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앞선 소송을 통해 할당분을 재할당 받았지만, 그 규모가 아직도 적은 상태”라고 말했다.

3. 남은 배출권으로 계열사 지원하는 LG

한편 배출권 거래제로 수익을 내는 기업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LG전자는 고효율 태양광 패널을 활용해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고 에너지경영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전략적으로 탄소경영 활동을 추진, 남은 배출권을 LG화학으로 판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LG전자 사업보고서 분석 결과 LG전자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LG화학에 배출권을 판매해 115억원 수익을 거뒀다. 재계 관계자는 “LG전자는 2030년까지 제품 생산 단계서 나오는 탄소를 2017년 대비 50%로 줄인다는 계획을 세웠다”면서 “반면 같은 그룹 내 LG화학은 전기차 시장 개화 등으로 배터리가 주목받으면서 매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이곳에 배출권을 팔아 일부 수익을 내고 그룹 밖으로 현금 유출도 막아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기업들의 이 같은 대처로 배출권 거래제의 효용이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배출권 거래제 시행에도 온실가스 배출량은 계속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는 2016년 ‘2030년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2030년 배출전망치(BAU) 대비 37%까지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배출권 거래제를 통해 매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낮춘다는 계획을 냈지만, 온실가스는 매해 초과 배출됐다. 이성호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수석연구원은 “지금까지 배출권 거래제는 감축보다 시행에 맞춰졌다”면서 “정확한 데이터로 할당 계획을 정교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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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4호 (2020.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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