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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아시아문화원에 무슨 일이?] 정부기관 전환 추진에 ‘제2 인국공 사태’ 논란 

 

공무원 전환 특혜?… 직원들 “우리는 정치논리에 휩쓸린 피해자”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전경
“교육·문화·예술이 정치논리에 휘둘리고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문화전당)과 아시아문화원(문화원)의 일원화 과정에 대한 비판이다. 멀쩡한 공공기관인 문화원을 해체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되면서 ‘말뿐인 일원화 사업으로 지역사회에 정부기관 만들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여당 국회의원이 밀어붙인 문화원 직원의 공무원 전환 조건 때문에 ‘특혜 시비’도 불거졌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비판 받았던 인천국제공항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광주를 아시아문화 중심도시로 만들겠다는 당초의 취지는 찾아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문화전당은 옛 전남도청에 자리한 국가기관이다. 국립중앙박물관 대비 1.2배 큰 국내 최대 규모의 융복합 문화예술 시설로 총사업비만 7065억원이 들었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아특법)에 따라 2015년 개관했고, 2021년부터는 문화원이 운영할 계획이었다. 개원 때부터 문화원이 운영하면 자립이 어려워 한시적 기간(5년)을 두고 문화콘텐트 개발·유통 등을 통해 수익구조를 마련토록 했다. 하지만 여전히 운영비 마련 등 자립이 불가능해 완전 법인화가 시기상조라는 우려가 지속됐다. 연간 운영에 필요한 금액은 500억원을 웃도는데 수익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문화원이 문화전당을 위탁운영하고, 정부가 일정 기간 더 지원하자는 방안이 논의됐다.

연 500억 지원하는 정부기관 전환에 논의는 없다


그런데 이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화원을 문화전당 중심으로 일원화해 정부기관으로 만들자는 법안을 발의하며 논란이 커졌다. 이병훈 의원은 지난 8월 13일 ‘아시아문화 중심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아특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아특법 개정안의 핵심은 문화원의 해체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재단’(이하 문화재단) 설립이다. 문화원에서 진행하는 공익사업은 문화전당 중심으로 합치고, 수익사업은 새로 만들 문화재단에 넘기자는 내용이다. 이병훈 의원실 관계자는 본지와 전화 통화에서 “그동안 논란이 됐던 문화전당과 문화원의 이원화 문제를 해결하고 문화전당으로 일원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문화전당과 문화원은 겹치는 사업 영역이 많아 비효율성을 지적받았다. 이 때문에 일원화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그리고 아특법에 따라 2021년부터 문화원이 문화전당을 완전 위탁운영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였다. 그러나 아특법 개정안이 발의되면서 문제가 꼬이기 시작했다. 문화원을 해체하고 문화전당 중심의 ‘일원화’를 진행한다지만, 문화재단을 새로 만들면 사실상 ‘이원화’ 체제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문화·예술사업 특성상 공익사업과 수익사업을 완벽하게 나누기 힘든데다, (문화원과 일원화된) 문화전당과 문화재단이 동시에 운영될 경우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누구를 위한 공무원 신분 전환인가?

아시아문화원 직원들은 공무원 전환 특혜 시비까지 떠안게 됐다. 문화원이 해체되면 일부는 문화전당으로 나머지는 신설 문화재단으로 소속이 바뀌게 되는데, 문화전당으로 옮기는 이들은 공무원으로 전환된다. 아특법 개정안에는 문화원 소속 직원 중 문화전당 근무를 희망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일정 범위 내에서 문화전당 소속 공무원으로 채용할 수 있도록 하는 채용 특례 규정을 둔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아특법 개정안은 부칙을 통해 서류전형·면접시험 및 신체검사를 통해 문화전당 소속 공무원으로 채용한다고 명시했다. 이 때문에 필기시험도 없이 공공기관 직원을 공무원으로 만들어주는 특혜를 제공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제2의 인국공 사태’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인국공 사태는 지난 6월 인천국제공항공사가 1900여명의 보안검색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한다고 밝히며 벌어진 논란이다. 대규모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취준생들은 일자리가 줄어든다며 불공정을 비판했다. 비정규직 노조는 공개경쟁 채용과정에서 일부가 탈락할 수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다양한 이해관계, 공정에 대한 관점이 있었지만 조율에 실패하며 논란이 커진 사건이다.

문화원 직원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문화원 노조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문화원은 이미 공공기관이어서 공무원과 큰 차이가 없다. 일부를 공무원으로 채용한다고 하는데, 오히려 채용 과정을 통과하지 못하면 문화재단에 남아 자기 전공과는 관계없는 부서에서 일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개시험 과정을 통해 공공기관에 들어온 학예전문가에게 수익사업 부서로 가라고 하는 건 나가라는 말이다. 심지어 비정규직은 고용승계와 관련한 이야기도 나오지 않았다”고도 했다.

또 다른 노조 관계자는 “문화원의 전신인 아시아문화개발원도 공공기관이었는데 강제 해체됐다. 이 과정에서 고용 승계가 이뤄지지 않아 정규직 상당수가 일자리를 잃었다”며 “열심히 일만하고 싶은 사람들을 정치가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문화원을 정부기관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직원들의 동요가 생기자 공무원 전환 카드를 들고 나왔고, 이 때문에 애꿎은 직원들만 비난을 받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체부도 문화원 정규직을 모두 공무원으로 전환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공무원 채용에는 규정과 절차가 있다”며 “자격을 따지지도 않고 공무원으로 채용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공무원으로 전환되지 않은 학예 전문가 등 문화사업 부서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했다. 결국 문화원의 공공 영역 전문가도 일부는 문화재단에 남겨져 수익사업에 투입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일원화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 법안을 강행하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병훈 의원이 지난 6월 발의한 개정안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해 논의하고 있었는데 돌연 철회하더니 ‘공무원 전환’ 내용이 담긴 법안을 발의했다”고 했다.

이병훈 의원이 6월 발의했던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 법률안’은 문화전당의 법인 위탁 유효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지금 규정대로라면 2021년부터 문화원이 문화전당 운영 전부를 맡아야 하는데, 이를 2026년으로 늦춘다는 것이다. 이 법이 통과되면 문화원은 안정적으로 정부 지원을 받으면서 법인으로 자립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된다. 하지만 이 법안은 11월 26일 돌연 철회됐다. 이병훈 의원실 관계자는 “어떻게 해서든지 시간을 벌려는 차원에서 발의했던 것이다. 시한만 연장하는 것은 문제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지역사회 입장에선 정부기관이 들어오면 세금으로 지원하고 고용이 보장되니 좋을 수밖에 없다”며 “문화원 사람들에게 ‘대(大)를 위해 너희가 희생해야 한다’고 했다는 말도 들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이런 논란을 증폭시킨 게 문체부라는 비판도 나온다. 정권에 따라 입장을 바꾸면서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놓다 보니 혼란이 생겼다는 것이다. 실제 2014년 4월 문체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표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운영방안 연구보고서를 보면 문화전당을 특별법인으로 위탁운영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고 분석했다.

권력 따라 바뀌는 문체부의 ‘적합 판단’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문화전당을 운영하는 3가지 방식이 논의됐다. 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소속기관 형태, 예술의전당·독립기념관 등 특별법에 의해 설립되는 법인 형태, 최종 책임은 정부가 지면서 서비스 생산과 제공은 특별법인에 맡기는 특별법인 위탁운영 형태가 있었다. 세번째 안이 현재 문화원이 문화전당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형태와 같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문체부 입장이 달라졌다. 지난 6월 광주시와 문체부가 개최한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에 관한 특별법 개정 추진사항, 2021년 국비 확보방안 등 현안 사업 논의를 위한 제4차 정책협의회’에서 문체부는 이병훈 의원이 6월에 발의한 아특법 개정안이 올해 안에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광주시와 적극 공조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것이 ‘문화전당 운영 국가기관 5년 연장 유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지난달 철회된 법안이었다.

그런데 12월엔 이병훈 의원이 8월에 재발의한 개정안에 대해 찬성한다고 태도를 바꿨다. 문체부 관계자는 “현재 문화전당이 공적이 영역이 많기 때문에 정부가 더 지원하는 게 적합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화원이 문화전당에 편입되고 국가 소속이 되더라도 지금처럼 이원화 문제가 유지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정부 기관은 수익사업은 하지 못하기 때문에 문화재단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문체부가 발주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운영방안 연구와 관련한 용역보고서에도 문화전당 중심으로 문화원을 합치는 일원화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문체부 측은 “정확한 내용을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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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4호 (2020.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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