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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풍에 흔들린 포스코 ‘그룹 물류업무 통합’] 물류효율화 필수지만 해운업계·정치권 반발에 ‘자회사 플랜’ 정지 

 

대안은 기존 자회사 이용 또는 사업부 방식

▎ 사진:연합뉴스
포스코가 추진해온 ‘그룹 물류업무 통합’ 방안에 제동이 걸렸다. 그룹사의 물류를 담당할 ‘자회사’ 설립 계획이 해운업계 반발과 정치권 간섭으로 사실상 멈추었다. 포스코는 연내 자회사를 추진하려던 계획을 잠정 중단하고 재검토 중인 상태다. 그룹 물류시스템의 장기적인 혁신을 위해서는 자회사 방식이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이 이미 나왔지만, 차선책을 찾아야만 하는 상황이다.

다만 포스코가 그룹 물류업무 통합 계획을 포기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그룹 물류업무를 통합해 효율성을 높이고 혁신을 추구하는 게 포스코그룹 전체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먼저 발표한 ‘자회사 계획 철회’


한국해운협회(전 한국선주협회)는 지난 11월 12일 저녁 성명서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계획 철회 환영’을 내고 “포스코가 물류자회사 설립 계획을 철회한 것은 국가기간산업인 철강산업과 해운산업이 상생협력으로 우리 경제 전체의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양보한 ‘통 큰 결단’이었고, 우리 경제의 좋은 선례로 남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고개를 갸우뚱했다. 상식대로라면 포스코가 ‘철회’ 계획을 밝힌 뒤 관련 업계에서 ‘호응’을 하는 게 당연한 수순이다. 그런데 이번 의사결정 과정은 달랐다. ‘호응’이 먼저 나왔고, 포스코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한 것. 업계는 포스코가 사실상 물류자회사 설립을 포기했다고 보고 있다.

포스코가 물류자회사 설립 추진을 멈춘 건 ‘국정감사’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지난 10월 26일 이뤄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는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설립을 규탄하는 자리가 됐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농림수산위 소속 의원들은 포스코에 맹공을 퍼부었다. 국민의힘 소속 이만희·권성동 의원, 더불어민주당 윤재갑·맹성규·어기구 의원은 포스코를 ‘국민기업’이라고 정의하며 “국민기업이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게 맞느냐”고 맹공을 퍼부었다.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진출은 현행법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 심지어 해수부장관 역시 이를 인정했다. 그럼에도 ‘국민기업’ 포스코로선 상당한 압력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그럼에도 포스코가 계열사의 물류 통합 계획을 완전히 철회했다곤 볼 수 없다. 별도의 ‘물류자회사’ 설립을 포기하는 것일 뿐, 물류 통합 계획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계획은 당초 계열사별로 흩어져 있던 물류 기능을 일원화하기 위함이었다. 가장 효율적인 방식인 ‘물류자회사 설립’을 반발 탓에 철회하더라도 결국 원점에서 재검토해 새로운 방향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그룹 입장에선 ‘효율화’를 위해 물류비를 줄이는 것이 필수적이다. 포스코그룹 계열사를 포함한 연간 전체 물류비는 총매출액 대비 11% 수준으로 지난해 기준 6조60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이 비용엔 분명한 ‘낭비’가 존재한다. 포스코는 한 해 1800만t의 철강을 수출하고, 1억t의 원료를 수입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글로벌 시장에서 취급하는 물량은 수천만t에 이른다. 이 안에 중복되는 비용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동일 노선에서 두 배가 실어 나르던 물량을 하나의 배가 실어 나를 수 있다는 얘기다. 물류업무를 통합하면 기존에 계열사별로 나눠 운송 계약을 맺은 탓에 빈 채로 돌아오던 배에 화물을 실어 올 수 있는 기회도 생긴다.

해외 배선의 경우 기존 해외 고객사가 배선하다 보니 해외 선사의 물량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지만 포스코가 이를 전담하면 오히려 국내 선사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원료 구매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도 물류 통합은 필수적이다. 포스코는 지난 3분기 경영실적 콘퍼런스에서 국내·해외 계열사 및 협력사의 원료 통합물량 협상을 통해 교섭력 제고 및 구매비 절감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결국 포스코가 선택할 방안은 새로운 물류자회사를 설립하지 않는 선에서 그룹사의 물류 업무를 통합하는 방향이 될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이를 위해선 크게 두 가지 수가 존재한다.

먼저 기존의 자회사를 활용하는 방안이다. 포스코의 물류 통합회사가 진행할 가장 주요한 사업은 ‘국제물류중개업’, 즉 포워딩 업무다. 포스코의 수많은 계열사가 이 회사에 화물을 위탁하고 이 회사는 글로벌 선사와 계약을 통해 ‘정해진 곳에’, ‘적시에’ 화물을 날라야 한다.

현재 포스코의 계열사 중 이미 이런 기능을 하고 있는 회사가 있다. ‘포스코터미날’이다. 포스코 계열사의 대량화물 유통체제 사업을 담당하는 이 회사는 광양 및 포항 CTS 기지를 운영하며 포워딩 업무를 수행한다. 포스코 입장에선 사실 별도의 자회사를 설립할 필요 없이 이 회사에 물류 담당 인원들을 배치하고 일감을 맡기면 된다.

‘포스코 사업부’ 방식으로 갈 전망

다만 포스코 측은 이런 방향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의 물류기능 통합은 전사의 물류 역량을 하나에 집결하고 투자를 통해 물류의 혁신을 일으키는 것”이라며 “터미널 관리가 주요 업무인 포스코터미날이 담당하기엔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포스코터미날이 포스코의 완전 자회사가 아닌 JV(조인트벤처·합작법인)이라는 데 맹점이 있다고 본다. 포스코터미날은 포스코가 51%의 지분을 가져 지배주주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미쓰이물산(24.5%)과 아시아대양주 미쓰이물산(24.5%)이 총 49%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어 포스코의 전사적 물량을 책임지기엔 한계가 있다는 해석이다.

결국 두 번째 수가 주목받는다. 포스코 그룹의 물류기능 통합은 포스코의 사업부가 책임지게 될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포스코 내부 관계자는 “포스코그룹 물류서비스 통합은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들의 수정배치가 필요하다”며 “담당 인력 역시 포스코의 자회사보다는 그룹의 핵심전략을 담당하는 포스코로 배치되는 것을 희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1564호 (2020.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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